길거리에서 번데기를 드셔보신 적 있으신가요? 번데기는 대표적인 식용곤충에 해당합니다. 물론 곤충이라고 하면 거부감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곤충은 이미 다양한 장점들이 부각되며 우리의 먹거리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최근 모 제과 기업 또한 흐름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식용곤충 산업에 100억을 투자했습니다. 이대로라면 귀뚜라미로 만든 과자를 시중에서 쉽게 만나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식용곤충은 미래 먹거리에 적합하고 투자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곤충의 종류는 약 80만 종이지만 국내에서 식용곤충으로 인정받은 것은 9종에 불과합니다. 9종에는 △백강잠 △식용누에 △메뚜기 △갈색거저리 유충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장수풍뎅이 유충 △쌍별귀뚜라미 △아메리카 왕거저리 유충 △번데기가 속해있습니다. 이 중 메뚜기, 쌍별귀뚜라미, 갈색거저리 유충이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됩니다. 메뚜기는 번데기 다음으로 간식이나 반찬으로 많이 소비되고 있는 식용곤충입니다. 단백질 함량이 70% 이상으로 국내에서 허가받은 식용곤충 중 가장 높습니다. 천식 치료, 위장 강화, 해열 작용, 간 보호 효과도 있어 한방에서 약재와 치료제로도 사용 중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쌍별귀뚜라미 역시 단백질 함량이 뛰어나 식자재로 활발히 연구 중입니다. 게다가 색깔에 따라 독성이 있는 메뚜기와 달리 독성이 거의 없어 인체 부작용도 없습니다. 최근 발모 효과와 탈모 방지 효능도 알려져 더더욱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곤충들과 달리 생소할 수 있는 갈색거저리 유충은 소위 ‘밀웜’으로 불리는 곤충으로 파충류를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먹이로 익숙할 겁니다. 기존에는 파충류의 먹이로만 사용됐지만 이제 식용으로 쓰이기 위한 연구를 마친 상태입니다. 또한 갈색거저리 유충에서 얻은 펩타이드가 고혈압 개선 효과를 보여 치료제로도 연구 중입니다.

식용곤충은 짧은 시간에 대량으로 사육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식용곤충의 단백질 함량은 100g당 약 28g으로 100g당 약 25g인 소고기보다 높아 영양가 면에서도 훌륭합니다. 식용곤충을 먹는 것은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축으로 식량을 생산 시 1kg당 약 59kg의 온실가스가 발생하지만 곤충은 1kg당 약 1kg의 온실가스만 발생시킵니다. 이처럼 식용곤충을 잘 활용하면 인류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키틴 때문에 가공성이 좋지 않은 식용곤충은 식품소재로 활용하는 데 제한적이었습니다. 키틴은 곤충류의 외골격을 형성하는 주성분으로 딱딱하고 견고한 물질을 말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식품연구원 가공공정연구단 연구팀은 지난 2020년 키틴을 제거하고 필수아미노산 지수가 향상된 단백질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로 인해 향후 식용곤충의 활용도를 크게 증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보입니다.

식용곤충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혐오감과 제품에 대한 불신입니다. 지난 2019년 발표된 논문 「한국 일부 성인의 식용곤충에 대한 인식, 구매 및 섭취 실태」에 따르면 식용곤충을 소비하지 않는 이유의 중요도를 5점 만점으로 평가했을 때 식용곤충에 대한 거부감이 4.1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제품의 신뢰가 낮은 이유가 3.5점으로 뒤이었습니다. 조사 결과처럼 식용곤충은 형태나 인식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인식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도 진행 중입니다. 제품에 대한 불신을 없애기 위해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중금속 통합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2020년을 기준으로 중금속 기준이 설정된 식용곤충은 갈색거저리 유충,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쌍별귀뚜라미, 장수풍뎅이 유충 총 4종에 불과했습니다. 이제는 법안 개정을 통해 식용곤충 전체에 납, 카드뮴, 무기비소 모두 0.1mg/kg 이하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곤충들의 이름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이에 농진청은 먹거리로서의 가치를 담고 친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식용곤충의 이름을 공모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갈색거저리 유충은 고소애로, 흰점박이꽃무지 유충은 꽃뱅이로, 장수풍뎅이 유충은 장수애로 이름을 바꾸는 등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와 전혀 상관없어 보였던 식용곤충이 우리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활발한 연구와 여러 기업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발전 가능성도 높습니다. 우리도 거부감을 떨치고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 보는 건 어떨까요?


박성호 기자 revo17122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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