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수익의 10%는 환경 단체에 기부됩니다”. 물건을 사기 위해 온라인 사이트에 적힌 설명을 읽다 보면 쉽게 볼 수 있는 문구다. 이와 같이 많은 기업에서 판매 수익의 일부를 환경오염 같은 사회적 이슈와 관련 있는 곳에 기부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오직 선의로 하는 기부도 있지만 때로는 기부 활동 자체가 마케팅이 돼 기업에게 이익을 가져오기도 한다.
 

기부하고 마케팅 하고, 꿩 먹고 알 먹고

기업이 특정 사회 문제를 이윤 추구 활동에 이용하는 방식을 ‘코즈 마케팅’이라고 한다. 코즈(cause)라는 영어 단어는 대의명분 혹은 목적을 의미하는데, 사회적 이슈가 되는 특정 대의명분을 마케팅 활동과 연결시키는 것이 코즈 마케팅의 핵심이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유제품 및 빙과류 전문 회사 빙그레의 ‘요플레 핑크리본 에디션’이 있다. 요플레 핑크리본 에디션은 2008년부터 한국유방건강재단과 함께 여성 유방암 예방의식 향상과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핑크색 리본을 달고 나온 한정판 제품이다. 판매 수익금 일부는 한국유방건강재단에 기부됐다. 우리대학 경영학부 장우정 교수는 “요플레의 소비자가 여성인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유방암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얼핏 보면 기부로 인해 기업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코즈 마케팅도 마케팅이기 때문에 결국 이득이 된다. 먼저 단기적으로 기업의 이윤이 늘어난다. 평소에는 요플레를 하나만 사 먹던 사람도 한국유방건강재단 기부에 참여하고 싶어 핑크리본 에디션 두 개를 사게 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게 되면서 판매 수익 증가가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이 책임 있는 기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인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기업이나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 줌으로써 판매량을 늘리거나 주가를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코즈 마케팅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도 연관돼 있다. 장 교수는 “기업이 책임감을 가지고 코즈 마케팅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 자체가 지속 가능한 경영 활동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이것도 코즈 마케팅?

코즈 마케팅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카카오같이가치’에서는 댓글을 하나 달면 카카오가 1천원을 기부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대학 경영학부 황인석 교수는 “기부가 진정한 마케팅 행위로 인정되려면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인 지속성과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우정 교수 또한 “캠페인으로 인해 기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도 그로 인한 실질적인 수익이 없기 때문에 코즈 마케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유기 동물 보호 시설의 환경 개선을 위한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업 ‘데리다’는 유기 동물 후원 쌍가락지 펀딩을 하고 있다. 수익금의 20%~50%는 후원자의 이름으로 매달 유기 동물 쉼터에 기부된다. 얼핏 보면 금전적 수익이 있기 때문에 코즈 마케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이윤 추구가 아닌 ‘유기 동물 보호’ 등 다른 곳에 가치를 둔다는 점에서 코즈 마케팅이 아니다. 장 교수는 “단순 기부나 후원 목적의 펀딩은 코즈 마케팅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데리다 정은수 대표는 “기부에 대한 허들을 낮춰 부담 없이 유기 동물에게 손을 내밀 수 있길 바랐다”고 이야기했다.

현명한 소비의 시대

코즈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는 앞서 언급한 빙그레의 요플레 핑크리본 에디션뿐만 아니라 ‘파타고니아’가 있다. 파타고니아는 등반 장비를 만들던 작은 회사에서 출발해 지금은 전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가 됐다. 이들은 ‘지구를 되살리기 위한 사업’을 한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부터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활용 폴리에스터 원단을 사용한다. 또한 헌 옷 돌려 입기 캠페인 등을 진행하면서 제품의 재활용과 수선을 권장한다. 파타고니아 홈페이지에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거치는 과정과 그것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설명돼있다. 매출의 1%는 전 세계의 풀뿌리 환경 단체에 지원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환경 보호’라는 하나의 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꾸준히 코즈 마케팅을 진행했고 지난 2019년 매출액 7억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노스페이스 그리고 콜롬비아스포츠와 함께 3대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로 꼽힌다.

장우정 교수는 “코즈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원래 가지고 있던 브랜드 가치와 잘 어울리는 사회적 이슈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오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다고 해도 추구하는 방향이 다른 기업이 환경오염 이슈로 코즈 마케팅을 하면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요즘 소비자들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이슈에 대한 행동을 코즈 마케팅 제품 구입을 통해 실천한다”며 “단순히 필요에 의한 소비가 아니라 소비하는 과정 자체에 가치를 부여한다”고 역설했다. 


이주현 기자 xuhyxxn@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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