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있다고 믿지 않아요. 세상에서 믿을 건 저뿐이에요”. 신이 아닌 자신을 믿는 일명 ‘나신교’ 신자 윤서영(21) 씨의 발언이다. 이처럼 종교에 의지하지 않고 무교로 살아가는 청년의 비율이 늘고 있다. 한국 갤럽에서 발표한 「종교 현황」 조사에 따르면 2004년에는 20대 중 45%가 종교를 믿었지만 지난해 22%로 그 비율이 크게 줄었다. 30대 중 교인 비율 역시 2004년 49%에서 지난해 30%로 감소했다. 그들이 종교를 믿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 이상 종교가 필요하지 않은 청년들

청년 종교인이 줄어드는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이성청 교수는 청년들의 탈 종교화에 대해 “세계적 추세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루하루 생사를 넘나드는 나라의 경우 젊은 종교인들이 많다. 전쟁이나 테러가 자주 발생하는 중동과 이슬람국가가 대표적 예다. 그러나 생존에 대한 위협을 적게 받는 선진국일수록 젊은 세대 중 종교인의 비율이 낮게 나타난다. 한국 역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고 있어 이런 현상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기독교는 과거 YMCA(기독교청년회) 활동을 통해 청년들에게 교제와 소통의 장을 마련해주는 장치로 작용했다. 그러나 SNS가 발달하면서 굳이 교회나 성당을 가지 않아도 친교를 맺을 수 있는 수단이 다양화됐다. 이 교수는 “이제는 종교가 관계 형성 기능을 수행하는 단일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청년들이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난으로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심지어 꿈까지 포기한다는 의미의 ‘N포세대’라는 별명이 붙은 20·30세대에게 종교는 사치다. 일주일에 한 번 예배를 나가거나 법회에 참여하는 일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취업에 성공해도 마찬가지다. 우리대학 CCC 김중곤 회장은 “주일에도 업무를 보느라 교회에 나오지 못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고 전했다. 대한불교청년회 경기지부 민흥기 회장 역시 “여가시간이 생겨도 워라밸을 위해 혼자 휴식을 취하는 이들이 다수”라며 “정기 모임이나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개인 생활을 중시하는 청년들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요즘 세대와 맞지 않는 교리가 걸림돌 

특히 기독교의 경우 ‘힙’한 것으로 통했던 과거와 달리 ‘꼰대 문화’로 전락해버렸다는 지적도 있다. 이성청 교수는 “요즘 종교 공동체는 멋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조선 시대 기독교는 유교 사상에 대항하는 신철학으로 통했고 근현대에는 민주화운동과 인권운동에 참여하는 등 사회개혁에 앞장섰다. 이처럼 진보적인 문화로 통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남녀평등, 동성애, 낙태 등 뜨거운 감자로 통하는 논제, 청년층이 주로 관심 갖는 문제에 대해 종교 공동체들이 변화를 수용해야 할 것인지 논의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는 여성이 목사가 되기도 힘들 정도로 보수적”이라며 한국 교회의 실태를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에서는 “성경은 오직 남성에게만 목사 자격을 부여하며 여성은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성경 속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여자가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하노니 오직 조용할지니라’ 등의 구절이 그들의 근거다.

대학생의 경우 신앙생활 외 대학문화에서 오는 쾌락의 유혹을 이겨내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개신교, 불교 가릴 것 없이 술과 담배를 금기시하고 혼전순결을 원칙으로 하는 보수적인 교리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상사들의 술 권유를 거절하기 어려운 사회초년생에게는 더욱 부담이다. 술자리를 자주 갖는 일부 영업사원의 경우 음주를 거부하면 비즈니스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 불교는 살육을 금지한다는 교리에 따라 육식을 금하고 있어 청년 불자를 유치하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부도덕한 종교인에 실망하고 떠나가기도

우리사회에는 종교인이라면 타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비종교인과 마찬가지거나 혹은 비종교인보다 비도덕적인 종교인의 모습을 마주할 때 그 실망감은 더 크게 작용한다. 김중곤 회장은 “교회를 다니면서도 일반 사람보다 더 악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다”며 “교회 내 이간질과 파벌 문제로 받는 상처들, 성직자의 부도덕함을 목격할 때 특히 청년들에게 위기가 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종교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지도자나 종교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례가 언론에 자주 보도되면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와중 지난해 8월과 지난 3월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강행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불교 역시 도덕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1월 조계사에서 개최한 승려대회에서는 정부의 방역 지침을 어기고 승려 약 3천명이 참석해 과태료를 물었다. 

종교의 장점을 부정할 수는 없어

여러 장애물에도 굴하지 않고 종교인의 길을 택하는 청년도 존재한다. 김중곤 회장은 “사람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세속적인 사회에서 드러나는 폐단에 대한 비관, 진리에 대한 갈증으로 초월적인 존재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성경 구절에 ‘이웃을 사랑하라’ 는 말이 있듯 기독교 교리에서 관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공동체 내 사람들의 따뜻함이 종교인의 자리를 지키게 한다”고 전했다.

민흥기 회장은 “불교는 종교이자 철학”이라며 “스스로 수행하며 부처가 돼 가는 과정은 일상생활에서도 많은 영향과 깨달음을 준다”고 이야기했다. 종교는 단순히 ‘무엇을 해 먹고 사나’하는 세속적 고민에서 벗어나 삶의 방향성, 존재 이유 등 철학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해준다. 이성청 교수는 “종교적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보는 관점과 감정이 바뀌며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종교의 이점을 설명했다. 미래가 불확실한 청년들은 종교를 통해 확신과 편안함을 얻을 수도 있다. 종교인은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신이 날 보호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다. 부정적 상황이 닥쳐도 그것 역시 신의 계획이며 고통이 자신을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확신함으로써 이겨낸다. 

떠나는 청년 붙잡으려면

전통을 보전하는 종교의 특성상 변화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미국 개신교에서도 노예제도를 인정하던 어두운 시기가 있었다. 무수한 논쟁 끝에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믿음이 굳어졌다. 한국의 교회 대부분은 동성애를 반대하지만 미국 개신교 교단 중 진보적인 성격의 감리교는 일부 동성애를 허용하기도 한다. 이성청 교수는 “변화는 필연적인 것으로 그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공청회 등의 자리를 마련해 사회적 담론을 끌어내고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꿔나가야 매너리즘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한국 종교 사회는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시대 흐름에 뒤처져 변화하고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 진보에 앞장서며 영감을 주던 종교 지도자들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는 “‘다름’에 대해 열려 있는 가르침을 줄 수 있도록 비정부기구 활동을 통해 인권, 전쟁, 환경, 젠더 등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정치권의 세속적 권력이 하지 못하는 박애주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종교를 믿지 않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보수적인 옛 사상을 고집하는 종교 공동체의 ‘꼰대 문화’와 부정부패는 이러한 현상을 가속한다. 시대에 맞지 않는 관습에서 탈피하고 변화에 발맞춰 진화한다면 20·30세대의 이탈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채효림 기자 chrim7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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