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폐지되면 지원 끊기나요?”, “여성가족부 정말 폐지되나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 교류 서비스 지식iN에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폐지에 관한 질문이 올라왔다.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주요 이슈로 떠오른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후에도 이어졌다. 윤 당선인은 지난 24일 여가부 폐지 공약을 이행할 것이냐는 질문에 “공약인데 그럼”이라며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여가부는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일까. 여가부 폐지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봤다. 
 

▲ 윤석열 당선인에게 여성 권익 보호 및 증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129개 여성시민사회단체
▲ 윤석열 당선인에게 여성 권익 보호 및 증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129개 여성시민사회단체

갈등을 조장하는 부처는 필요 없다 

여가부 폐지에 찬성하는 측의 핵심 주장은 ‘시대적 소명을 다했고 젠더 갈등을 조장하며 불공정한 정책을 펼쳤다’는 것이다. 여가부가 처음 생긴 과거와 달리 현재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거의 존재하지 않으므로 여가부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또한 여성의 인권 신장을 통해 성평등을 이루고자 하는 여가부의 비전은 여성에게 편향돼 있으며 남성을 배제해 극심한 젠더 갈등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주장은 온라인 특정 커뮤니티에서 시작돼 지난 대선의 핵심 논제로까지 번졌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여가부 폐지에 관한 질문에 “특정 사상을 강요하는 강성 페미니스트가 여가부와 정부 요직을 차지해 젠더 갈등이 심화됐다”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여가부에게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여러 부처의 기능을 나눠줬지만 결국 부작용만 늘었다”고 말했다. 정부 조직도와 사법 절차상 애매하게 낀 여가부를 없애고 권한을 한 기관으로 모으면 효율적이고 확실한 업무 처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 의원은 “여가부 폐지 시 젠더 갈등은 해소되고 가족 정책이 복귀할 것”이라며 대립이 아닌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여전히 존재 

반면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는 측은 ‘한국 사회에 여전히 구조적 성차별이 존재하며 여가부는 여성 이외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기관’임을 주요 주장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가부는 지금까지 여성, 장애인, 노약자, 청소년, 한부모 가정, 성범죄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복지를 제공해온 정부 부처다.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비교적 거대한 부처가 놓치기 쉬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실행했고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에 힘썼다. 여가부가 비록 작은 규모일지라도 ‘부처’로서 시행해온 사업이 타 부처 산하 ‘처’, ‘청’, ‘위원회’로 격하돼 시행된다면 현재만큼 일상 전반적인 복지가 실현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샤프’는 “우리나라는 여가부가 부처의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평등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샤프는 “여가부는 여성만을 위한 기관이 아니다”라며 “성평등, 청소년 복지, 가족 정책을 주관하는 정부 부처로 약자를 위해 여전히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샤프는 “정치권이 커뮤니티 발 혐오 흐름에 편승해 2030 남성의 표심을 사기 위해 여가부 폐지를 내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여가부 폐지는 한국에 일어난 거대한 페미니즘 백래시* 현상이며 폐지가 실현된다면 여성혐오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걱정을 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양이현경 공동대표는 “세계적으로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성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사회는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여가부 폐지 흐름은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책무와 한국 사회에 명백히 존재하는 성차별을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이 대표는 “여성단체는 여가부의 역할이 오히려 더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며 △『양성평등기본법』△각 부처 성별영향평가 △폭력 피해자 보호 △유리천장 지수 조절 등 여가부가 해온 역할이 유의미함을 전했다. 

『스무 살, 꼰대 정치에 이의 있습니다』를 출판한 지유성(21) 씨는 “여가부가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정부 부처에 문제가 있다고 폐지하자는 것은 단순한 발상이며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조직에 존재하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방안이 전면 폐지보다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여가부를 둘러싼 논란 팩트 체크 

여가부 폐지에 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며 여러 주장들이 확산되고 있다. 여가부가 여성만을 위한 부서라거나, 한국에만 이런 부처가 있다거나 하는 등의 주장이 등장했다. 여가부를 둘러싼 논란의 사실 관계를 확인해 봤다. 

여가부는 ‘평등을 일상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정부조직법』 제41조에 따라 여성 정책과 청소년 및 가족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정부 부처다. 한편 2022년 여가부 예산은 정부 전체 예산의 0.23%인 1조 4115억원으로 18개 정부 부처 가운데 가장 적다. 정책별 예산 지출 비중은 가족 정책 62.17%, 청소년 정책 17.54%,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권익 증진 9.56%, 여성 정책 7.42% 순으로 나타났다. 

여가부는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족 정책 중 한부모 가족 지원 사업에 가장 많은 금액인 연 4331억원을 할애하고 있다. 이는 저소득층 한부모 가족의 주거·생활·교육 비용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여가부의 예산 내역 중 청소년 정책이 가족 정책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대표적으로 예산 1018억원을 지출하는 청소년 사회 안전망 구축 사업이 있다. 이는 위기청소년, 학교 밖 청소년, 이주배경청소년 등에게 상담·교육·직업체험을 제공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위기청소년에게 주거 공간을 지원하는 청소년쉼터를 운영하는 것도 여가부의 역할이다. 

여가부 예산의 약 10%를 차지하는 권익 증진 정책은 여성, 아동, 범죄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쓰인다. 성폭력피해상담소, 가정폭력 상담소를 운영하고 폭력피해 이주여성, 북한이탈여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여성 정책은 여가부 예산에서 약 7%를 차지한다. 해당 사업으로는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취업 상담, 직업교육훈련, 인턴십 및 취업 후 사후관리 등 취업 서비스를 지원하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 등이 있다. 이 중 권익 증진과 여성 정책이 ‘여성만 지원하는’ 정책이라는 비난이 있으나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관련 센터의 도움을 받은 피해자의 20.8%가 남성이었다. 예산 비율과 주요 사업 내용을 보았을 때 여가부는 특정 성이 아닌 ‘가족’과 ‘청소년’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여가부가 폐지되면 

이러한 여가부의 포괄적인 복지 및 교육 활동에도 불구하고 현재 여가부 폐지는 기정사실화 돼 가고 있다. 여가부는 정부 부처 중 마지막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업무 보고를 진행했고 인수위 구성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 국민의힘 등 정치권은 여가부 폐지 입장을 굳건히 하고 있다.  

그러나 여가부 폐지와는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지유성 씨는 “헌법이 정한 소수자의 권리와 우리 사회에 실재하는 구조적 차별 문제를 부정하는 소모적인 논쟁은 이제 멈췄으면 한다”는 소망을 전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양이현경 공동대표는 “성평등을 위한 독립적인 정부 부처는 필요하다”며 “하나의 독립 부처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추가로 다른 부처 산하에 각각 성평등 실현을 위한 기구를 마련하는 방안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백래시: 어떠한 아이디어, 행동 또는 물체에 대한 강한 반발을 뜻함. 젠더 운동 등의 흐름에 대한 저항. 


글·취재_ 정시연 기자 jsy4344381@uos.ac.kr 
취재_ 채효림 기자 chrim77@uos.ac.kr
사진제공_ 한국여성단체연합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