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사람 - 서울학연구소 손용석 연구원(국사 00)

이번호 ‘시대, 사람’에서는 서울학연구소 연구원이자 유튜브 채널 ‘느긋느긋의 서울일주’를 운영하는 국사학과 00학번 손용석 동문을 인터뷰했다. 손 연구원은 한평생을 서울에서, 반평생을 우리대학에서 보냈다. 서울과 시대를 사랑하는 손 연구원을 따라 서울 속 이야기와 역사를 찾아서 '느긋느긋 서울일주'를 시작해보자. -편집자주-
서울학연구소 손용석 연구원(국사 00)
서울학연구소 손용석 연구원(국사 00)

서울학연구소는 어떤 곳인가
서울학연구소는 1993년 서울 도읍 600주년을 기념해 서울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의 필요성을 느껴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세운 연구 기관이다. 역사와 건축 그리고 도시공학까지 서울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들이 모여서 서울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현재 서울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서울 역사 전반에 관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서울시나 서울시 산하 기관에서 의뢰한 용역 연구과제를 수행하기도 하고 「서울학 연구」를 출간하거나 학술 심포지엄을 열기도 한다. 재작년부터는 남북 대학 교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평양 간 학술 교류 사업이 시작돼서 평양학 연구를 시작해 학술 교류 기반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어떻게 연구원이란 직업을 갖게 됐나
여러 비하인드가 있긴 하지만 현재 박사를 마치지는 않았고 박사 수료까지 했다. 수능 점수 대가 제일 가깝다고 생각한 게 국사학과였다. 그리고 우리대학 학비가 타대학에 비해 저렴해 진학을 하게 됐다. 학교생활을 거치면서 국사학에 대한 관심이 좀 더 깊어져서 대학원을 가보자고 별생각 없이 진학을 했던 것 같다. 그게 아주 큰 실수였다.(웃음) 타대학 대학원에 갈 수도 있었지만 마침 모시고 싶은 지도 교수님이 학과에 계셨고 익숙한 곳이다 보니 우리대학 대학원에 진학을 했다. 그러다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나서 서울학연구소에 운 좋게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돌이켜보면 과정 과정마다 깊은 고민이나 생각을 한 건 아니었고 순간의 판단이 여기까지 이끌게 된 것 같다.

대학 시절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나
당시 국사학과는 전공 필수로 박희현 교수님의 사료 강독 수업을 수강해야 했다. 그 수업이 좀 특이했는데 과제를 학기 시작 전 제출해야 한다. 수업이 1학기 수업이었으니 겨울방학에 과제를 제출해야 했다. 방학 동안 삼국사기 원문을 직접 쓴 후 그 밑에 해석을 달고 모르는 단어나 문장이 있으면 각주를 달아야 했다. 처음에는 이 과제를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과제를 마치고 나니 신문을 읽을 때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한자를 습득하게 됐다. 과제는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남은 것이 많은 수업이었다. 덕분에 공부라는 게 역시 쓰고 외워야 한다는 것을 그때 깊이 깨달았다. 

‘수의학과 수혼비’와 ‘니노미야 긴지로 동상 좌대’는 어떻게 발견했나
‘수의학과 수혼비’는 내가 발견했다기보다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다. 국사학과 이우태 교수님께서 음악관에 가면 수의학과 시절 비석이 남아있다고 말씀하셔서 가서 찾아보고 사진도 찍었던 것 같다. 같은 이유로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은 내가 발견했다기 보다는 교수님들이나 앞선 연구자분들을 통해 알게 된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니노미야 긴지로 동상 좌대’ 같은 경우는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서울학연구소가 경농관에 있는데 바람 쐬러 산책을 나오면 좌대가 있어 처음에는 관심이 없다가 나중에 궁금증이 생겨 찾아보게 됐다. 그러다 그 자리에 동상이 있었다는 것을 예전 자료를 통해 발견해서 깜짝 놀랐었다. 일제시대 때 흔적이 남아있는데 동상은 사라지고 동상이 세워진 좌대만 남아있는 것도 참 특이하다고 생각해서 유튜브 영상을 통해 공유했다.

이 외에도 우리대학과 관련된 유물이나 역사적 사건이 있나
1955년 자작마루에서 한국이슬람협회창립총회가 열렸었다. 해방 이후 전농동 일대에서 사람들이 모일 만한 공간이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 당시 자작마루가 그럴듯한 모임 공간이어서 창립총회가 열린 것 같다. 자작마루가 한국이슬람교회 역사의 시작점이었던 사실을 신문을 통해서 확인하고 놀라기도 했었다.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채널을 시작할 무렵이 유튜브 붐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부수입을 기대하고 영상 제작을 시작했다. 그러다 유튜브 채널의 성장 방법을 다룬 영상을 봤는데 공통적으로 본인의 관심사와 맞춰 오래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소재를 찾으라는 이야기를 했다. 생각해 보니까 그나마 좋아하고 다른 분들하고 이야기를 장기간 나눌 수 있는 소재가 서울이어서 서울을 이야기하는 채널을 열게 됐다.

영상 소재와 내용은 어떻게 준비하는가
뉴스를 보면서 사람들의 관심사를 살펴보기도 한다. 아니면 가보고 싶었던 곳이나 안 가봤던 곳을 정해서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 혹은 단순하게 지도를 훑으며 여기가 궁금하다며 가는 경우도 있다. 유일한 취미가 산책이라 즐기면서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연구원이라는 직업이 영상을 제작할 때 어떤 영향을 주는가
국사학과 출신이기도 하고 연구소에서 일해서 조심스러운 점이 많다. 내가 이야기하는 것이 정말 사실에 기반한 건지 논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고민을 한두 번 더 하고 촬영한다. 그런데 유튜브가 지르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말하면서도 머릿속에 필터가 생기니까 조심스러워져 재미가 없나 싶기도 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영상이 있다면
김재규나 차지철처럼 인물을 다룬 영상도 조회수가 잘 나와 고마운 영상이다. 그렇지만 서울을 다루는 채널의 성격을 조금 흔든 것 같아 고민이다. 서울과 관련한 이야기 중에서는 서울 맨홀 뚜껑을 다룬 영상을 많은 분이 봐주시고 공감도 해주셔서 보람찼다. 서울에 대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담은 영상들도 있다. 예를 들면 청구초등학교 압록강 돌에 대한 영상이나 국립극장 앞 김용환 지사 동상 영상과 같이 다른 유튜브 채널에서는 접하기 힘든 서울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만들었을 때 뿌듯했다. 

캠퍼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있다면 
20년 넘게 우리대학에 있다 보니까 가끔은 지긋지긋해서 학교를 벗어나고 싶기도 하다.(웃음) 학교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경농관 뒷마당이다. 연구소 근처라 가깝기도 하고 한적하기 때문에 머리 식히면서 산책하기도 좋다. 배봉산 역시 좋아하는 공간이다. 학부나 대학원 시절에 머리가 아프면 배봉산 산책을 많이 했었다. 요즘 배봉산은 방공포대가 없어지면서 공원과 산책로가 생겼다. 가끔 배봉산에 올라가보면 좋을 것 같다.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
서울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은 광진교다. 머리가 복잡하다 싶으면 광진교를 걷는다. 한강 주변을 걷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한강 다리 중 일산대교나 아직 개통하지 않은 월드컵 대교를 제외하고는 모두 걸어봤다. 그중 걷기에 제일 쾌적한 광진교를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경북궁 뒤편의 부암동에서 창의문으로 올라가는 언덕길도 좋아한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새 대학생분들은 자기 계발도 철저하고 본인의 미래를 스스로 잘 계획해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기회가 되면 유튜브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본인의 적성과 숨겨진 재능으로 유튜브 채널이 대박나면 좋은 것이고 그게 아니어도 하다가 마음에 안 들면 그만두면 된다. 영상 촬영과 편집과정이 굉장히 번거롭고 귀찮긴 하다. 그래도 한두 편 만들고 나면 이게 내 영상이고 내 이야기구나 하며 보람을 굉장히 많이 느낀다. 그리고 나중에 영상으로 보게 되면 그때의 추억으로 빠지게 된다. 잘 만들고 못 만들고를 떠나 기회가 되면 본인 이야기를 영상으로 한번 담아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요새는 이를 취업 포트폴리오로도 쓴다고 하니 영상을 만들어 보길 추천한다. 


글_ 최윤상 기자 uoschoi@uos.ac.kr
사진_ 안가현 기자 worldisred0528@uos.ac.kr
일러스트_ 손용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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