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길고양이 소모임 ‘시냥이’가 활동을 중단하고 해체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아 비대면 캠퍼스 생활이 지속된 것이 결정적 이유다. 또 다른 원인으로 캠퍼스 내 길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지목됐다.
 

▲ 우리대학 캠퍼스 내 길고양이의 모습
▲ 우리대학 캠퍼스 내 길고양이의 모습

길고양이와 시냥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  

우리대학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서는 길고양이에 대한 반감과 혐오를 드러내는 게시글이 주기적으로 올라온다. 에타 검색창에 ‘길고양이’, ‘시냥이’ 등 키워드를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글의 절반 이상이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표출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길고양이 울음소리가 시끄러워 죽이고 싶다거나 길고양이 급식소의 사료를 버리거나 오염시켰다는 내용, 길고양이 소모임 시냥이에 대한 비난을 담은 게시글이 즐비했다. 시냥이 측은 “길고양이로 인한 피해는 분명히 존재한다”면서도 “지나친 혐오글이 올라올 정도로 길고양이가 우리 삶에 지대한 피해를 미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시냥이는 학내 커뮤니티의 부정적인 인식과 교내 길고양이에 대한 위협 행동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시냥이 측은 “교내 길고양이 급식소에 음식물 쓰레기를 가져다 두는 행위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길고양이 혐오 인식과 행동은 시냥이 활동 자체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시냥이 구성원의 의지가 떨어지고 신규 회원이 충원되지 않아 인력 부족 문제가 커졌다. 결과적으로 시냥이는 활동 목적을 실현할 충분한 인원을 확보하지 못해 활동 중단을 택하게 됐다. 

길고양이와 공존하는 학생들 

시냥이의 활동 목적은 궁극적으로 인간과 고양이가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냥이는 △주 3회 사료와 물 급여 △봄가을 TNR* △다친 고양이 병원 치료 후 방사 △구조 후 입양 연결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시냥이 측은 “길고양이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자 시냥이와 정부 차원에서 TNR과 급식소 관리를 시행했다”고 전했다. 길고양이는 도심에서 독자적 생태계를 형성하고 살아가고 천적이 없기에 자연적으로 개체수가 조절되기 어렵다. 때문에 TNR을 통해 인위적으로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정·유지하는 것이다. 

시냥이 측은 “원활한 TNR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급식소 설치와 관리라는 보조적 수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성화 수술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길고양이 포획을 진행해야 한다. 다만 고양이는 경계심이 많아 쉽게 통덫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급식소 설치·관리가 필요하다. 시냥이 활동은 우리대학 학생들의 기부와 학생과의 지원, 시냥이 회비 등으로 운영됐다. 학생과 길민하 사회공헌팀장은 “학생과에서 시냥이를 지원하는 방법은 학교 예산으로 길고양이에게 제공하는 사료를 지원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현재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시냥이에 대해 길민하 팀장은 “코로나19 상황으로 학생들이 지방에서 수업을 듣거나 외부 활동을 줄이게 된 것이 해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된 후 시냥이가 소모임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시냥이 측은 “활동 중단 기간 동안 시냥이 초기 운영진이었던 졸업생이 교내 급식소와 TNR을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캠퍼스 구성원과 길고양이의 공존을 위해 

왜 길고양이를 돕느냐는 질문에 시냥이 측은 “시냥이는 길고양이를 돕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세대 길고양이 동아리 ‘연냥심’ 역시 “교내 고양이 동아리는 단순한 고양이 애호 모임이 아니다”라며 “캠퍼스와 길고양이의 공존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서울여대 ‘캐슈넛’은 “고양이는 그저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살아가는 생명체”라며 “길고양이를 무서워할 수는 있지만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혐오하는 시선은 옳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대학 내 길고양이 동아리들은 모두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체인 길고양이. 이에 대한 우리대학 내 인식을 개선해 모두 함께 공존하는 캠퍼스를 만들어야 할 때다. 

*TNR: 길고양이 개체수 관리 방법 중 하나로, 길고양이를 안전하게 포획(Trap)한 뒤 중성화 수술(Neuter)을 시켜 서식지에 다시 방사(Return)하는 방법 


글·사진_ 정시연 기자 jsy4344381@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