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헌(도행 21)

우리대학은 1918년 개교해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울을 대표하고 국가와 사회가 요구하는 전문 인재를 배출한 유서 깊은 종합 공립대학교이다. 저렴한 학비와 함께 90%가 넘는 장학금 수혜율, 500%가 넘는 교육비 환원율은 전체 국공립대학 중에서도 괄목할 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그 위상에 비추어 ‘학교 마케팅 혹은 브랜딩 사업이 잘 돼 왔는가?’라는 질문에는 긍정적인 답을 내놓기 어렵다. 누구나 우리대학의 교육 수준과 환경이 우수한 사실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어깨를 나란히 하는 타 대학에 비해 대내외적 이미지나 특색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학교 브랜드의 빈약함은 내부 구성원들의 결속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지난 2019년 대전광역시가 ‘Daejeon is you’라는 슬로건을 새로 지정했다. 이는 대전 시민들의 존재감을 강조해 결속력과 애향심을 고취하고 속칭 ‘노잼도시’ 이미지를 탈피해 약화되어 가는 도시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시도로 보인다. ‘Daejeon is you’라는 슬로건을 보고 있으면 우리대학의 ‘U, Our Star’가 연상된다. 내부 구성원의 존재감을 강조하는 슬로건과 함께 ‘선비대학, ‘노잼대학’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하는 의도라면 이보다 더 좋은 설명이 어디 있을까? 

여기까지 대전광역시와 우리대학의 행보는 비슷하다. 그러나 대전광역시는 브랜딩 사업에서 큰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지난 2020년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되며 인기를 끈 ‘꿈돌이’ 캐릭터는 대전광역시의 잘못된 이모티콘 디자인 방향으로 홍보의 적기를 놓쳤다. 여기에 캐릭터 저작권을 소유한 대전마케팅공사는 전국에서 쏟아진 활용 문의에 ‘정해진 방침이 없다’라는 이유로 모두 거절했으며, 자치구인 유성구와의 협업 문의도 ‘이미지 훼손 우려’라는 황당한 이유로 거절했다. 

다행히 우리대학의 사정은 이보다 나아 보인다. 공식 캐릭터인 ‘이루매’ 이모티콘은 출시 족족 재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학교 로고를 활용한 굿즈에 대한 관심도 꾸준하며 대학 측에서도 브랜딩 사업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기적인 판매처가 없고 수요에 대응하는 장기적인 전략도 전무하다.  

학교 행정 차원에서 진행이 어렵다면 동문 기업과 제휴를 맺거나 재학생으로 구성된 전문 프로젝트 그룹을 형성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전문 학교 기업의 설립도 좋은 방안이다. 숙명여자대학교에서는 대학 브랜드 및 마스코트로 전문적인 굿즈를 생산하는 학교기업 ‘숙명아이’가 숙명여대의 브랜딩 사업에  기여 하고 있다. 

대학은 하나의 작은 지역사회다. 콘텐츠와 정체성이 빈약한 지역사회의 미래가 결코 밝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100년 동안 시대정신과 미래가치를 선도한 우리대학이 내실 있는 브랜드 사업으로 안에서부터 더욱 단단해져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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