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국회에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정작 이동지원센터 운영 비용에 대해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아닌 ‘지원할 수 있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는 곧 ‘지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외에도 그동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에서 요구하는 ‘장애인권리민생4대법안’에 대한 답변도 ‘신중한 검토’를 내세우며 논의를 미루기에 급급했다. 이에 전장연은 출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는 방식인 ‘출근길 지하철탑니다’ 시위를 진행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SNS를 통해 ‘서울지하철 수백만 승객이 특정 단체의 인질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거나 ‘시민을 볼모로 한 시위’라며 ‘비문명적 방식’이라고 이야기했다. 시위자들에게는 공권력을 적극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 간 10건의 글을 올리며 시위에 대한 맹비난을 이어갔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시위가 진행되는 혜화역 엘리베이터를 원천 봉쇄하기도 하고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라는 문건을 작성·배포하며 시위를 저지했다. 해당 문건에서는 ‘장애인이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을 무너뜨리기는 어려우니 시위에서 발생하는 실수를 찾아내 언론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위에서 휠체어 바퀴가 열차와 승강장 틈에 끼여 운행이 지연되고 있는 사진을 ‘고의 운행 방해’라며 언론사에 배포했다. 언론은 이를 왜곡하고 과장해 보도했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해는 하지만’이라는 말로 시작해 ‘피해를 주는 방식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20년간 이동권 투쟁을 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시민들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비장애인의 불평을 유발해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을 끌어냈다. 그러나 투쟁 목적과 결의는 가려진 채 이준석 대표에 의해, 공공기관에 의해, 언론에 의해 본질을 왜곡하는 혐오발언과 갈라치기에 직면해야 했다. 결국 강자의 손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과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한 장애인이 놀아난 것이다. 시위 방식이 비문명적인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지하철을 탄다’는 말이 장애인에게는 시위 구호가 돼야 하는 현실이 ‘비문명적’인 것이다. 더 이상 이러한 ‘비문명적’ 여론 조작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 비문명적 사회를 문명 사회로 바꾸고자 하는 장애인들의 투쟁을 폄하하고 혐오하지 말자. 20년이 넘도록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지 못한 비문명적 사회와 정부를 꾸짖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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