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시GV

비 오는 날 ‘인우’의 우산 속에 들어온 ‘태희’를 마주한 순간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다. 둘은 여느 캠퍼스 커플처럼 사랑을 꽃피우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태희는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다. 그렇게 17년이 흐르고, 교사가 되고 가정을 꾸린 인우의 눈에 담임을 맡은 남학생 ‘현빈’이 들어온다. 죽은 태희와 성별도 나이도 외형도 달랐지만 태희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인우는 현빈을 태희라 확신하고 현빈은 혼란스러워한다.

이전부터 에로스, 플라토닉, 아가페 등 사랑의 유형을 나누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인간의 감정을 정의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사랑하는 주체와 객체가 누구냐에 따라 감정을 정의하거나 사랑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름을 붙인다. 인우의 아내 또한 이렇게 묻는다. “당신 동성애자야?” 인우는 답한다. “아니, 한 사람만 사랑해”. 영화 개봉 당시 사회 분위기처럼 등장인물들은 가정이 있는 인우의 불륜보다도 동성애에 초점을 맞춰 비난한다. 그러나 인우는 현빈에게서 남성이 아닌 태희라는 사람을 봤다. 인우에게 현빈의 성별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동성애는 부차적인 요소일 뿐이고, 사람과 사람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엔 여자로 태어나야지”. “근데 나도 여자로 태어나면 어쩌지?” “그럼 또 사랑해야지”. 마침내 서로를 알아본 인우와 태희는 절벽에 오른다. 죽음이 끝이 아님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은 다시 태어나 사랑할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영화처럼 극적이진 않아도 가족, 친구, 연인 등 매일 수많은 사람과 연을 맺는다. 초연결사회로 접어들며 과거보다 만남의 기회가 늘어난 현대에 와서는 더욱 그렇다. 섣불리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재단하기보다는 소중한 인연들과의 순간에 집중하는 것은 어떨까. 

“이 세상 아무 곳에다 작은 바늘 하나를 세우고 하늘에서 아주 작은 밀씨 하나를 뿌렸을 때 그게 그 바늘에 꽂힐 확률. 그 계산도 안 되는 확률로 만나는 게 인연이다”.

‘번지점프를 하다’를 보려면? 웨이브, 티빙
‘번지점프를 하다’와 비슷한 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


안가현 기자 
worldisred0528@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