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돌아오는 봄과 함께 아름다운 식물들이 돋아나고 있다. 기자는 따뜻해진 날씨에 식물들을 구경하러 서울식물원에 방문했다. 활짝 핀 꽃을 기대하고 갔지만 아직은 꽃이 피지 않아 다소 허전했다. 아쉬움을 남기고 전시 ‘The Tulip’과 1년 내내 식물을 관람할 수 있는 온실로 향했다.

다양한 튤립을 마주하며

 가장 먼저 식물문화센터 2층에 개최된 전시 ‘The Tulip’에 방문했다. 입장하자 화단에 예쁘게 핀 튤립과 하늘 높이 뻗어있는 샹들리에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화단에 핀 튤립은 생화가 아닐까 착각할 만큼 정교했다. 튤립으로 만든 샹들리에 조형물은 시든 꽃과 만개한 꽃을 섞어 튤립의 생장 과정을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 기획 의도를 읽고 다시 작품을 보니 조각가의 섬세함이 느껴졌다. 샹들리에 조형물 옆에는 튤립에 대한 소개와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사진을 보며 튤립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한 폭의 그림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 땅 위를 걸어다니는 모습을 한 ‘소크라테아 엑소리자’
▲ 땅 위를 걸어다니는 모습을 한 ‘소크라테아 엑소리자’

열대와 지중해를 담은 온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식물을 보러 온실로 향했다. 온실은 열대관과 지중해관으로 나뉘며 각각 그 기후에 속한 식물들로 구성됐다. 열대관은 열대 기후를 상징하는 열대우림이 펼쳐져 있었다. 열대우림과 흡사한 환경을 위해 온도와 습도까지 세세히 조절한 결과였다. 폭포와 연못을 중심으로 식물이 빽빽이 들어서 관람 도중 식물에 머리를 부딪칠 뻔하기도 했다. 열대관에 있는 나무들은 대체로 키가 크고 두꺼운 잎이 나무 윗부분에 집중돼 있었다. 이유를 찾아보니 나무들이 촘촘히 붙어있는 열대우림은 햇빛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나무 윗부분밖에 없기에 최대한 성장을 그쪽에 집중한 것이었다. 환경에 맞게 성장한다는 점이 사람과 비슷한 것 같아 신기하게 느껴졌다.
식물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열대관과 달리 지중해관은 지중해성 기후에 속한 도시를 재현하는 데 초점을 뒀다. 그래서인지 식물보다 광장과 건물에 먼저 눈이 갔다. 광장은 ‘로마의 광장’이라는 이름으로 정원과 함께 꾸며져 있었다. 지중해성 기후를 대표하는 흰색과 파란색으로 건축돼 화려한 자태를 자랑했다. 광장 옆은 식물 사진이 담긴 서적과 포토존이 있어 열대관보다 볼거리가 다양했다. 지중해성 기후는 여름이 건기로 고온 건조한 특징이 있다. 그래서 지중해성 기후에 속한 식물들은 건조하고 더운 여름을 버티기 위해 수분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도록 성장한다. 온실에도 올리브 나무나 다육 식물 등 적은 수분으로도 버틸 수 있는 식물들이 대부분이었다.
 

▲ 서울식물원 온실에 있는 연못, 조형물이 꽃으로 꾸며져 있다.
▲ 서울식물원 온실에 있는 연못, 조형물이 꽃으로 꾸며져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

1층 관람을 마치면 2층으로 올라가 스카이워크를 통해 키 큰 열대 식물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1층에서 관람할 때는 열대 식물들의 잎을 자세히 관찰하지 못했는데 2층으로 올라오니 잘 보였다. 스카이워크가 짧아 아쉬웠지만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스카이워크까지 관람을 마친 후 나가는 길에 우연히 해설가를 만났다. 황미화 해설가는 “온실에서 ‘에틀린케라 엘라티오르’와 ‘소크라테아 엑소리자’가 가장 아름답고 특이하다”며 “식물원에 방문한 만큼 독특한 식물을 봤으면 한다”고 소개했다. 기자는 두 식물이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온실로 향했다. 에틀린케라 엘라티오르는 꽃봉오리가 마치 불꽃처럼 생긴 특이한 식물이었다. 
1년 내내 꽃이 피고 져 아름다운 꽃을 계절과 상관없이 볼 수 있다고 한다. 소크라테아 엑소리자는 ‘걸어 다니는 야자나무’로 불리는 식물이다. 주변의 키 큰 나무보다 더 높이 자라기 위해 뿌리를 공중으로 띄워 뿌리가 밖으로 나와 걷는 것처럼 보였다. 해설가의 설명을 듣고 다시 둘러보니 처음 봤을 때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해설을 들은 관람객 우성민(22) 씨도 “해설가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니 혼자 관람할 때보다 더욱 많은 것을 얻어가는 것 같다”며 감상을 전했다. 온실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해설가와 함께 다양한 식물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걸 추천한다.

아름다운 꽃망울을 맺기까지

온실을 제외한 곳은 아직 볼 게 없는 것 같아 아쉽다는 기자의 말에 황미화 해설가는 “우리는 아무것도 볼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겨울에도 식물은 봄을 준비하느라 바쁘다”며 “잎이 피어나려 하는 모습도 아름답고 볼만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황 해설가는 식물을 통해 얻어갈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나무가 가장 찬란할 때는 꽃이 만개한 시기지만 활짝 피기 위한 과정이 더 중요해요. 꽃피우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 꿈틀거리는 새싹들을 보며 그 마음을 배워갔으면 좋겠어요”. 황 해설가의 말을 듣고 빈 가지를 다시 보니 새싹들이 달리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 나무들은 예쁜 꽃을 피워낼 것이다. 그러나 꽃을 피우기 위해 겨우내 노력한 나무의 노고도 생각해보게 됐다. 식물 구경뿐 아니라 교훈까지 얻은 유익한 시간이었다. 

▶위치: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동로 161
▶입장료: 5천원
▶운영 시간: 9시 30분~18시, 매주 월요일 휴관


글·사진_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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