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꽃 피어 화사한 날은 마음도 꽃잎처럼 흩날립니다’, 도종환 시인의 ‘봄 편지’ 한 구절처럼 올해도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왔다. 빌딩과 아파트로 가득한 서울 도심에서도 다가온 봄을 느낄 수 있다. 도심 속 자연을 상징하는 다양한 공원 덕이다. 인공적인 도심 속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원과 도시 조경에 대해 알아봤다. 

서울 도심 속 공원들 

서울에는 2천개소 이상의 공원이 존재해 1인당 공원면적은 지난 2014년 기준 16.2㎡로 베이징(15.7㎡)과 싱가포르(18.0㎡), 뉴욕(14.7㎡) 등과 비슷하다. 공원은 생활권 공원과 주제 공원으로 나뉜다. 생활권 공원은 시민들이 생활반경 내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특성을 갖는다. 생활권 공원의 종류에는 소규모 토지를 이용한 소공원, 어린이의 정서 안정 및 경험을 위한 어린이공원, 지역 주민의 정서 생활 기여를 위한 근린공원이 있다. 주제 공원은 생활권 공원과 달리 특정 목적과 컨셉트를 갖고 설치된 공원이다. 도시의 역사적 장소나 유적·유물을 활용한 역사공원, 도시의 하천변·호수변을 활용한 수변공원, 체육활동 시설을 지원하는 체육공원 등이 대표적이다.

기자는 봄을 맞이해 여의도공원, 경의선 숲길에 다녀왔다. 두 공원 모두 다른 구조와 매력을 띠고 있었다. 여의도공원은 활주로가 있던 자리에서 여의도 광장으로 시작해 공원으로 자리 잡았다. 본래 광장이었던 만큼 넓은 평지에 광장과 녹지가 어우러져 있었다. 뉴욕 시내를 가로지르는 센트럴파크와 비슷하게 여의도 빌딩숲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여의도공원에서는 각종 행사와 공연이 열리는 ‘문화의 마당’이 광장의 역할을 한다. 행사가 열리지 않는 평상시에는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연을 날리는 등 광장을 누비고 있었다. 

▲ 벚꽃이 만발한 남산공원을 산책하는 시민들
▲ 벚꽃이 만발한 남산공원을 산책하는 시민들

문화의 마당과 마주 보고 있는 ‘잔디마당’은 언덕 잔디밭과 산책로로 이뤄져 있다. 잔디밭 곳곳에는 상록수와 낙엽수 등 다양한 나무와 식물들이 있어 봄의 푸르름을 느낄 수 있었다. 잔디마당을 산책하던 심은숙(55) 씨는 “마스크는 아직 벗지 못했지만 밖에 나와 봄이 온 것을 실감하니 확실히 힘이 나고 마음가짐이 새롭다”며 즐거움을 드러냈다. 
경의선 숲길은 여의도공원과는 구조가 완전히 달랐다. 1904년 건설된 경의선 철도는 1950년 남북 분단으로 반쪽짜리 철길로 남게 됐다. 버려진 경의선 철길을 따라 마포구에서 용산구까지 주변에 나무를 심고 공원을 조성한 것이 경의선 숲길이다. 6.3km의 선형 공원이기 때문에 단절된 다른 공간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경의선 숲길을 산책하던 이승준(35) 씨는 “걷다 보면 익숙하던 우리 동네를 벗어나 다른 동네까지 구경하며 산책을 즐길 수 있어 좋다”며 소감을 전했다. 

도시와 공원의 다양한 관계성 

도시공원은 도시 구성원과 도시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대학 조경학과 김아연 교수는 “도시공원의 영향은 다각도로 볼 수 있다”며 세 가지 영향에 관해 설명했다. 첫째는 도시적 영향이다. 온전한 자연이었던 곳이 도시로 변화하며 자연의 비중은 줄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환경, 위생, 범죄 등 여러 사회 문제가 발생했다. 김 교수는 “근대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도시에 몰리면서 겪었던 가혹한 노동환경과 주거환경으로 인해 범죄와 질병이 발생했다”며 “이러한 문제점들을 공원 조성을 통해 해결하고 도시가 과도하게 개발되는 것도 방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봄을 맞아 새롭게 올라온 나무의 잎눈
▲ 봄을 맞아 새롭게 올라온 나무의 잎눈

둘째로 생태적 측면의 영향을 꼽았다. 자연 관점에서 본다면 공원은 도심 속 자연이 탄소를 흡수하고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인간에게는 정서적으로 안정을 주기도 한다. 김 교수는 “현대인의 스트레스, 운동 부족, 심리적 불안에 대해 녹색 복지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문화적 측면에 주는 영향이 있다. 도시공원은 생태계 보전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공간이다. 공원에서 열리는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활동과 행사를 통해 시민들은 풍부한 문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김 교수는 “공원은 경제적으로 따질 수 없는 다른 가치들을 도시에 제공해주는 모두의 자산”이라고 말했다. 

도시공원들은 비슷한 듯 다르다. 여의도공원과 경의선 숲길이 다르듯 모든 공원은 식물과 휴게 공간으로 구성되면서도 각자 다른 점이 존재한다. 김아연 교수는 이에 대해 “공원 설계 시 고려하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원 설계는 그냥 ‘예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층적 분석에 기반해 창의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변에 어떤 시설이 있는지, 교통 상황은 어떤지, 땅의 지형과 지질은 어떤지 등의 물리적 분석이 우선이다. 공원은 사람들이 봤을 때 아름답고 쾌적한 경관을 만들어야 하므로 시각적 분석 역시 진행한다. 또한 사회·문화적인 분석을 수행한다. 어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어떤 프로그램과 행사를 유치해야 할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등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도심 속 공원들이 설계된다. 
 

▲ 아직 잎이 나지 않은 주변 나무들과 대비되는 소나무
▲ 아직 잎이 나지 않은 주변 나무들과 대비되는 소나무

자연과 인간이 만나는 장소, 공원 

그러나 일반 시민들이 공원의 설계 의도를 일일이 고려하며 공원을 즐기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김아연 교수는 “이용자가 설계가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더라도 설계가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일례로 공원에 아름다운 풍경이 있을 때 사람들은 그곳에 앉아서 풍경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곤 한다. 설계가는 이를 고려해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벤치를 놓거나 언덕을 조성한다. 다만 이용자가 ‘설계가가 이런 의도를 갖고 벤치를 놨을 거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일까, 무엇을 좋아할까 등을 고민하고 그 의도를 살리면서도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것이 좋은 설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간 관점에서는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공원, 자연 관점에서는 아름다움과 생태적 건강을 모두 갖춘 공원이 좋은 공원”이라고 설명했다. 도심 속 일상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공원, 공원은 사람들이 자연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만남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글·사진_ 정시연 기자 
jsy434438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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