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가 시작된 지 어느덧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나고 산뜻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입생들이 고등학교의 엄격한 규율에서 벗어나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아마 ‘탈색’이 아닐까요?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결정을 내리기까지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비용, 뿌리탈색, 보색샴푸 등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3학년이 된 지금에야 탈색을 결심했습니다. 고민한 시간이 무색하게 약을 바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랗게 변한 머리카락이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릅니다. 검은 머리카락은 도대체 어떻게 노란색이 되는 걸까요? 

탈색의 원리를 알아보기에 앞서 머리카락의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머리카락은 제일 안쪽부터 모수질, 모피질, 모표피로 구성돼 있습니다.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모표피가 죽순 껍질의 형태로 모발 내부를 감싸고 있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죠. 머리카락 색은 멜라닌 색소에 의해 결정됩니다. 멜라닌 색소는 모표피층 바로 안쪽의 모피질에 들어있습니다. 멜라닌은 ‘유멜라닌(eumelanin)’과 ‘페오멜라닌(pheomelanin)’으로 구성돼 있는데 유멜라닌은 검은색과 갈색을, 페오멜라닌은 노란색을 띱니다. 이때 머리카락에 존재하는 멜라닌의 종류와 양에 따라 머리카락 색이 결정됩니다. 그래서 유멜라닌이 많은 동양인은 보통 어두운 색의 머리카락을 갖게 되고 페오멜라닌이 많은 서양인은 대부분 밝은 갈색 혹은 금발인 것이죠. 재밌는 건 멜라닌 색소의 크기와 양에 따라 그 밝기와 색이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검은색도 다 같은 검은색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멜라닌 색소가 아예 존재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멜라닌 색소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흰색 혹은 회색, 즉 백발을 띠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서 멜라닌 색소가 줄어들어 백발이 되는 것을 그 예로 볼 수 있습니다.

생소한 용어가 많이 나와서 머리가 아플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멜라닌의 종류에 따라 머리카락 색이 달라진다. 이게 전부니까요. 자, 이제 본격적으로 탈색의 원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탈색을 할 때는 화학약품인 1제와 2제를 섞어 사용합니다. 1제는 알칼리제인 암모니아와 과산화물이 혼합돼 있고 2제는 산화제인 과산화수소로 이뤄져있습니다. 탈색은 멜라닌 색소를 파괴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산화제가 침투하기 쉽도록 암모니아가 모표피를 느슨하게 만들면 모피질로 산화제가 침투하면서 산소를 발생시키고 멜라닌 색소를 파괴합니다. 산소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열이 생기는데 탈색약을 바르고 기다릴 때 머리카락이 보글보글거리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탈색약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과산화수소를 구입해 탈색을 했다고 하죠. 하지만 과산화수소를 이용하면 자칫 두피에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매우 위험한 행동이니 되도록 탈색약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염색은 탈색과 비슷한 듯 다른 과정으로 이뤄집니다. 염색약은 멜라닌 파괴 정도가 탈색약에 비해 약한 대신 염료가 들어있습니다. 멜라닌이 파괴된 자리에 염료가 들어가 그 자리를 채움으로써 원하는 머리카락 색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멜라닌이 있던 위치에 자리 잡은 염료는 분자 크기가 커져 다시 나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머리를 감아도 색이 계속 유지됩니다. 그렇다면 염색과 탈색은 모발과 두피에 왜 악영향을 끼치는 것일까요? pH는 산성과 알칼리성의 농도를 뜻합니다. 0에 가까울수록 산성, 12에 가까울수록 알칼리성이죠. 피부는 일반적으로 약산성을 띠고 있는데 두피의 pH는 4.5에서 5.5 사이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염색이나 펌을 하게 되면 화학제품이 두피에 묻고 이때 두피의 pH농도가 변하게 됩니다. 따라서 가려움과 따가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이죠. 탈색을 할 때는 머리를 감지 않고 하는 것이 오히려 좋다고 합니다. 두피에 쌓인 노폐물이 어느 정도 두피를 보호해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펌 혹은 염색 후에 산성 트리트먼트 등을 이용해 두피의 pH를 정상화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탈색을 하면 머리카락과 두피가 많이 상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머리카락이 부러진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체감했을 정도니까요. 엉키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평소 샴푸만 사용하던 기자는 이제 트리트먼트와 헤어에센스가 없으면 외출을 할 수 없습니다. 마치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해그리드’와 같은 모습이 돼버리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머리카락을 구성하는 요소가 파괴되다보니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머리카락 색을 바꿔본다는 건 분명 신기한 경험이니까요. 오히려 이 글을 읽고 탈색을 포기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머리카락의 멜라닌이 파괴되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한 번쯤 탈색에 도전해볼 것을 추천합니다. 


글·그림_ 유은수 기자 silveraqua@uos.ac.kr
그림_ 이주현 기자 xuhyxxn@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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