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양한 이름으로 여러 차례 입법 시도된 『차별금지법안』 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성적지향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등의 이유로 공적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게 하는 법률이다.

누구나 ‘하고 싶은 말’ 해야

일각에서는 차별금지법이 헌법에 명시된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진정한 평등을 바라며 나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전국연합(이하 진평연)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입법되면 표현의 자유 침해로 위헌 문제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진평연은 “차별금지법에는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내용이 있지만 ‘혐오’는 법률 용어도 아니고 주관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부정적 가치관 표현을 혐오표현이라는 이름으로 금지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평연은 “표현의 자유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이므로 다른 기본권보다 더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존재하기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등 다양한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입법돼있다. 현행법에서 다루지 못하는 부분은 법률 개정으로 보완하면 된다는 것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법적 제재가 과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 시정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최고 3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평연은 “차별금지법 제정 시 법적 제재가 중복해서 이뤄지는 것도 가능해진다”며 “차별금지법 위반으로 발생하는 법적 책임과 제재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무고함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진평연은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피해자가 모든 입증 책임을 부담해야 하지만 차별금지법에서는 고의와 과실 여부까지 상대방이 입증하게 한다”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차별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의 주장만으로 제재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릴레이 단식행동 ‘평등한끼’
▲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릴레이 단식행동 ‘평등한끼’

 ‘누구나’ 하고 싶은 말 해야

차별금지법은 지난 2003년 처음 논의된 후 몇 차례에 걸쳐 제정 시도됐으나 종교계 등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참고기사: 제749호 6면 「‘칠전팔기’ 차별금지법 다시 출사표를 던지다」). 지금까지 종교계는 해당 법안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하는 △고용 △교육 △재화·용역·서비스 △행정서비스 중 종교는 해당하지 않지만 종립 학교나 사회복지시설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교계에서 운영한다 해도 학교와 사회복지시설은 공적인 성격을 띠며 국가에서 예산과 인프라를 받기에 인권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 위원장은 “종교의 자유 혹은 표현의 자유를 누구나 누리기 위해 최소한 공론장에서만큼은 특정인을 배제하는 표현을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속해서 특정인을 차별하는 발언을 반복해 행할 때 차별금지법에 저촉되는 것”이라며 “지나가는 말 한마디를 제재하는 법이 아니기에 표현의 자유 제한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미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존재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개별적 법들은 특정 영역에만 한정되기에 한계가 있다는 반박이 제기된다. 고용에 관한 법률을 직장 외 영역에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 위원장은 “한 노인이 나이를 이유로 정수기 대여 서비스 가입을 거절당한 사례가 있다”며 “고용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이 발생하는데 개별적 차별금지법에서는 차별 금지 사유가 명확해 다른 부분을 다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장애인 차별금지법』을 예로 들며 “장애인은 성소수자일 수도, 여성일 수도, 어릴 수도 있음에도 특정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당 문제의 주된 원인이 장애가 아니라면 장애인 차별금지법으로 구제받기 어렵다”고 전했다. 사회가 다원화되며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증가하며 해당 법안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2020년 4월 국가인권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5%가 한국 사회 차별에 대응하기 위한 평등권 보장 법률 제정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면 반대하는 목소리도 사그라지지 않는 상황이다.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기회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에 대한 담론의 장을 펼칠 시점이다.


글·사진_ 안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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