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사람] 마을공간 ‘휙’ 이사 손명선(중문 16) 학우

이번호 ‘시대, 사람’에서는 우리대학 후문에서 약 1분 거리에 위치한 마을공간 ‘휙’의 이사 손명선(중문 16) 학우를 인터뷰했다. 휙은 ‘제로 웨이스트’ 카페로 주민 모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거실 같은 공간을 표방한다. 휘경동 도시재생예비사업을 통해 시작된 휘경 어울림 협동조합 청년기획단 ‘울림’이 휙을 꾸려냈다. 휙에서 커피를 마시며 손명선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는 손명선 학우
▲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는 손명선 학우

마을공간 ‘휙’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휙’이라는 이름은 휘경 마을을 휙! 좋게 만들 휘경 거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휘경동의 주민이나 우리대학 학생들, 주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까지 자유롭게 휙! 오갈 수 있는 거실 같은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현재는 카페로 운영 중이다. 커피값만 내면 자유롭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담소를 나누거나 공부를 할 수 있다. 정말 편안한 거실처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마을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 예를 들면 마을 축제나 플리마켓, 씨앗 도서관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경험하는 장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휙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플라스틱 사용을 지양하기 때문에 테이크아웃 컵은 재활용되는 종이고 생분해 빨대를 제공한다. 포크는 나무로 된 것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앞에서 말한 씨앗 도서관 운영을 계획 중에 있다. 씨앗 도서관은 말 그대로 씨앗을 대출받아서 심었다가 그 싹에서 씨앗이 나오면 반납하는 대출 반납 형식이다. 여러 가지 식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씨앗이나 원예용 씨앗을 주민들과 나누고 공유하고자 기획했다. 이와 더불어 물품을 기부받아 판매하는 자원 순환 플리마켓, 리필 스테이션* 등을 준비하고 있다.

왜 제로 웨이스트 콘셉트를 선택했는가
일반적인 마을 카페는 이렇다 할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배봉산 자락에 자리를 잡고 있는 휘경동에서 친환경적 가치를 실현해보고 싶어서 시작했다. 주민과 공유할 수 있는 가치인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 스타일을 처음으로 실현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아직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싱크대 주변에 리필 스테이션과 제로 웨이스트 숍을 조성할 예정이다. 아마 6월 넘어서부터 출시할 것 같다.
 

▲ 휙 내부 모습. 창문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고 있다.
▲ 휙 내부 모습. 창문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고 있다.

휙을 만들면서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나
휙은 원래 창고로 버려져 있던 곳이었다. 내부가 정리되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고 도어락도 없어서 열쇠로 문을 열어야 했다. 그런데 워낙 관리하는 인원이 많다 보니 한 사람이 열쇠를 가지고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근처 풀숲에 열쇠를 숨겨놓으면 오픈 근무자가 열심히 찾아서 문을 열곤 했다. 휙에는 학생들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공간 설계부터 콘셉트와 가구 선택, 운영, 재무관리, 재고관리, 마케팅, 메뉴 개발 등 모두 학생들이 한 일이다. 천장에 있는 전등도 우리가 단 것이다. 휙을 오픈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대학생일 때 하기 쉽지 않은 경험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휙을 만든 청년기획단은 어떻게 시작됐나
휘경 어울림 협동조합 청년기획단은 지난 2020년 휘경동을 대상으로 한 도시재생예비사업에서 시작됐다. 도시재생예비사업은 10인 이상 지역주민이 단기에 완료할 수 있는 도시재생 사업을 발굴하고 신청하면 국토부에서 국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휘경동 도시재생예비사업은 휘경동 주민과 우리대학 학생들, 두 주체가 만남을 형성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이 의도를 담아 ‘세대가 융합하는 초록빛 휘경 마을’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2년간 진행하며 함께했던 사람들이 여러 조직으로 분리됐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주도하는 마을 관리 협동조합인 ‘휘경 어울림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이 마을 관리 협동조합 안에서 일종의 대외 활동 경험용으로 청년기획단을 만들어서 학생들을 모집했다. 청년기획단은 휘경 어울림 협동조합원 안에 포함돼 있는 구조라고 보면 된다. 현재 총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시립대 학생 18명과 경희대 학생 1명, 마을 코디네이터 한 분이 있다. 전공도 매우 다양하다. 도공, 도사, 도행, 경제, 경영, 조경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공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잘 펼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휙뿐만 아니라 휙 옆에 위치한 주민 공동체 건물의 리모델링 등도 추진 중이다.

청년기획단에 들어가려면
청년기획단은 기본적으로 1년 기수제로 운영된다. 청년기획단이 지향하는 큰 가치 중 하나는 우리대학 학생들이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자신의 스펙을 최대한 활용하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구성하고 있다. 현재 1기는 지난해 8월에 모집해서 오는 8월이면 1년이 채워진다. 2기는 지난 2월에 모집했다. 1년이 다 차면 나가는 사람도 있고 남아있는 사람도 있다. 남아있는 사람에게 팀장 역할을 배분해서 리더를 맡을 수 있게 한다.

청년기획단의 다른 활동들이 궁금하다
휙을 조성하기 전 휘경동 주민 공모 사업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했다. 마을 아카이빙 프로젝트에서는 휘경동 곳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담아 마을 책자를 발간했다. 또 마을 브랜딩의 일환으로 휘경동의 콘셉트와 가치를 내세울 수 있는 캐릭터와 컬러를 설정해 주민들에게 공유했다.

대학생으로 구성된 청년기획단의 애로사항은 없었나
우리와 같은 선례가 없다는 점이 어려움을 줬다. 일반적으로 마을 관리 협동조합은 어르신들 위주로 조직돼 있는 경우가 많다. 어쩌다 보니 우리는 학생들로만 구성돼 있어 사업적인 경험, 조직 경험이 많지 않아 난항을 겪기도 했다. 장점은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열정과 인맥을 잘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대학 학생들의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잘 풀어내면 다른 곳에서 선망할 만한 선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청년기획단 활동이 끝난 후 계획은
현재 도시공학과를 복수전공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사람들이 두루 살아가는 도시를 더 살기 좋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 흔히 도시는 높은 건물과 상업 시설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시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다. 청년기획단이 하는 활동은 기본적으로 도시 재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활동을 통해 도시와 사람에 대한 이해를 키울 수 있다면 어떤 도시 분야에 진출하든지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청년기획단이 할 일은 무엇인가
겉으로 보기에 휙은 동네 카페다. 마을 활성화를 위해 시작한 카페인데 최근 우리대학 후문 일대에 카페가 많이 생겨났다. 그래서 골목 상권과 휙이 협력해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논의의 장을 만드는 데 고민이 많다. 이런 부분에서 청년기획단의 영향력이 휙 안에만 갇혀있지 않고 휘경동 전체에 펼쳐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청년기획단이 속한 휘경 어울림 협동조합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 주민이 공동으로 실현할 수 있는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대 융합과 제로 웨이스트라는 큰 가치를 이뤄내기 위해서 주민들과 우리대학 학생들의 관심이 가장 많이 필요하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리필 스테이션: 샴푸, 린스, 바디워시 등의 용품을 포장용기 없이 내용물만 판매하는 곳을 말한다. 보통 빈 용기를 가져가면 저렴한 가격으로 내용물을 담아 준다.


글_ 이주현 기자 xuhyxxn@uos.ac.kr
사진_ 오유빈 기자 oyubin9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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