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사람에게 참 중요하다. 고된 일을 해도 맛있는 식사만 있다면 견딜 수 있지만 밥이 맛없으면 되던 일도 안되고 좋던 기분도 나빠지기 일쑤다. 대학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시험으로, 과제로, 활동으로 배고픈 학우들의 속을 채워주는 것은 학식이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 누구나 학식을 먹으면서 동기나 연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현재 우리대학은 3곳의 학내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새학기를 맞아 각 식당의 특색과 가격, 메뉴,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음식의 맛까지 직접 취재해봤다.

다양한 메뉴 중에서 골라 먹는 재미, 학관

학관 1층의 식당은 3곳의 학생식당 중 가장 큰 곳이며 값도 2천원에서 5천원 대로 가장 저렴하다. 학관 식당은 A부터 E까지 5개의 코너가 있는데 누들코너인 A, 백반코너인 B, 직화코너인 C, 일품코너인 D, 스낵코너인 E로 이뤄져 있다. 식권을 사서 해당 코너에 제출하고 음식을 가져오면 된다. 학관 식당도 계절이나 선호도, 물가 등에 따라 메뉴가 바뀐다. 지난 11일부터 계절 메뉴인 냉면이 추가됐고 1인 분식 세트인 김밥, 떡볶이, 순대, 튀김, 어묵은 재료비 인상으로 지난 8일 이후론 더는 팔지 않는다.
 

▲ 학관에서 먹은 키토김밥과 라면. 밥 대신 계란으로 김밥을 만들고 햄, 오이, 당근을 곁들였다.
▲ 학관에서 먹은 키토김밥과 라면. 밥 대신 계란으로 김밥을 만들고 햄, 오이, 당근을 곁들였다.

학식을 먹어본 동기들의 추천으로 라면을 찾던 중 키토김밥이라는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생소한 이름과 다른 김밥의 두 배에 가까운 5500원이라는 가격에 흥미가 돋아 먹어보기로 했다. 10분 정도 기다리니 라면과 김밥이 나왔다. 라면은 센 불로 끓여 계란과 파 고명까지 얹어 맛있게 먹곤 했던 휴게소 라면을 떠오르게 했다. 이를 2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었다. 좀 더 다양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2800원인 해장라면을 먹거나 500원을 더 내고 떡이나 치즈 등을 추가하는 것을 추천한다. 키토김밥은 포장지를 열어보니 쌀로 하얘야 할 곳이 노랬다. 처음엔 계란옷을 입힌 건가 했는데 알고 보니 밥을 대신해 계란으로 김밥을 만든 것이었다. 밥심이 필요한 학우들에겐 아쉽겠지만 계란과 햄, 오이, 당근의 궁합도 괜찮은 맛을 보여준다. 김밥을 다 먹은 후엔 같이 있던 샐러드까지 먹으며 간편하면서도 푸짐한 분식 식사를 마쳤다.

양식을 부담 없이 즐겨보자, 아느칸

학관 2층에 위치한 아느칸은 3곳 중 유일한 양식당이다. 지난해 2학기엔 영업하지 않았다가 지난달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 저녁에도 문을 여는 학관이나 자과관과는 다르게 아느칸은 11시 30분부터 13시 55분까지만 운영한다. 2층으로 올라가 무인기계함에서 학생증을 태그하고 메뉴를 탐색했다. 아느칸의 메뉴는 크게 돈까스류와 파스타류, 피자류로 나뉜다. 요일마다 나오는 메뉴가 다른데 오늘 일본식 스파게티가 나오면 내일은 상하이스파게티가 나오고 내일 고르곤졸라피자가 나오면 모레는 마르게리따피자가 나오는 방식이다. 가격대는 6천원에서 7천원대로 다른 학생식당보단 조금 비싸다.
 

▲ 아느칸에서 주문한 아마트리치아나. 토마토를 주 재료로 해 돼지고기와 마늘이 들어간 파스타다.
▲ 아느칸에서 주문한 아마트리치아나. 토마토를 주 재료로 해 돼지고기와 마늘이 들어간 파스타다.

여러 메뉴 중 뭘 먹을지 고민하던 중 ‘new! 아마트리치아나’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운영을 재개한 아느칸의 신메뉴는 어떨까 하는 궁금증에 식권을 구매했다. 학관과 달리 아느칸은 주문과 동시에 조리를 시작해 식권에 적힌 번호가 안내판에 뜨면 음식을 가져가면 된다. 아느칸은 돈까스와 나머지 음식을 각각 다른 곳에서 조리한다. 한적한 때를 기준으로 돈까스는 15분 이내에 나오고 파스타나 피자는 약 10분 정도 더 걸린다. 음식을 받으니 토마토소스에 덮인 베이컨과 양파, 마늘 등이 토핑된 파스타가 나왔다. 생소한 이름과는 다르게 익숙한 음식이었지만 맛은 괜찮았다. 양파랑 마늘, 올리브는 잘 볶아 식감이 살아있었고 면과 소스의 비율도 적절했다. 바깥에서 파스타를 제대로 먹으려면 만원이 훌쩍 넘는 만큼 6500원이란 가격도 플러스 요소였다. 식사 후엔 창가에 앉아 학관 앞 경치를 보며 운치 있던 식사를 마무리했다.

학교에서 집밥 먹기, 자과관

학관에서 아래로 조금만 내려가면 자과관 1층에 있는 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 지난 7일 저녁 메뉴는 닭갈비볶음과 된장국이었다. 자과관은 다른 곳과는 달리 메뉴가 하나로 정해져 있고 가격도 6천원으로 동일하다. 그 대신 모든 메뉴가 자율배식이라는 장점이 있다. 교수와 교직원이 자주 이용해 고등학교 교직원 식당이 생각나는 장소다. 밥을 가득 푼 뒤 밥 위에 닭갈비를 올려 비벼 먹으니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 자과관에서 주문한 닭갈비볶음. 된장국과 생양배추, 콩나물과 감자, 쌈장이 반찬으로 함께 나온다.
▲ 자과관에서 주문한 닭갈비볶음. 된장국과 생양배추, 콩나물과 감자, 쌈장이 반찬으로 함께 나온다.

학생 때야 늘 급식으로 먹으니 국과 야채의 소중함을 몰랐지만 타지에서 대학 생활을 하면 제대로 된 가정식을 먹기가 참 어렵다. 그런 점에서 가정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라 할 수 있고 집밥이 그리운 학우들이라면 와봤으면 하는 곳이다. 자과관은 지난해 10월 20일부터 매주 수요일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데이를 진행했었지만 지난달부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자과관 식당을 관리하는 영양사는 “채식데이를 할 때마다 학생들 수가 급감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야채를 좋아하는 학우들에겐 아쉬운 일이다. 밥 두 그릇을 비우며 자과관에서의 식사를 마무리했다.

자과관을 끝으로 파스타부터 닭갈비까지 3곳의 학내식당을 모두 이용해봤다. 코로나19 상황에도 많은 학우가 학내식당을 찾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비대면 기간이 끝난 뒤에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학우가 학식을 먹게 될 것이다. 양식부터 분식, 일식, 가정식까지 다양한 음식을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학내식당을 찾을 기회가 된다면 혼자서, 또는 다른 동기들과 함께 한번 이용해보자. 


글·사진_ 임호연 수습기자 
202263001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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