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보도부장
김은정 보도부장

기자의 본 전공은 도시사회학이다. 그리고 지난 학기부터 철학과를 복수전공 중이다. 사회학과 철학을 전공한다니. 흔히들 취업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두 과에 제 발로 뛰어든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학기 <철학통론>이라는 1학년 전공필수 과목을 수강하며 ‘내가 이래서 철학과를 선택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주 진행되는 수업에서 정해진 답은 없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한 끝없는 질문과 답을 찾고자 하는 학생들의 생각으로 3시간의 수업이 채워진다. 신, 죽음, 동물, 평등, 정치, 자유 등 정말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궁금증을 해소하거나 지식을 터득하기보단 궁금증이 증폭돼 찝찝함이 남는다. ‘인식’에 대한 수업을 진행할 때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꿈은 아닌지, 환각은 아닌지와 같이 평상시에 너무나 당연해서 의심조차 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을 거친다. 가끔은 ‘뭐 이런 것까지 고민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것을 고민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다.

지난호에 발행한 장애인 이동권 시위 기사(▶참고기사: 제770호 5면 「“사람답게 살고 싶다” 21년간 계속된 장애인들의 외침」)를 취재하고자 시위 현장에 방문한 후, 나에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들에겐 당연하지 않음을 알게 됐다. 지하철을 탈 때는 승강장 사이의 간격에 휠체어 바퀴가 끼어 다칠 위험이 있어 발판을 이용해 탑승해야 했다. 시위에 참여한 시위자 여럿이 환승을 위해 이동할 때면 엘리베이터 한 대가 몇 번씩 오르고 내려야 했다. 당연히 시간도 배로 들었다. 그들에겐 이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었다.

이후 기자의 눈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불편을 주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대학에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이동하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곳은 많았다. 후문의 경사진 언덕은 전동휠체어임에도 힘겹게 오르고 내려야 할 정도로 가팔랐다. 제2공학관은 엘리베이터가 존재하지만 복도에 쌓인 짐들로 휠체어의 원활한 이동이 어려워보였다. 또한 건물의 입구가 자동문이 아니라 미닫이문이거나 문이 잠겨 학생증을 태그해야 문을 열 수 있다면 휠체어를 탄 이들에겐 문을 열고 건물에 들어가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이처럼 알고 나니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다고, 정상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들은 너무나 많다. 이로 인해 채식주의자나 동성애자, 성 소수자나 한부모 가정 등 많은 이들이 가려지고 지워진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그럼에도 다름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과정은 중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고민과 의심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한 번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끝없는 고민과 의심을 거쳐 보길 권한다. 당연함에 대해 의심하는 순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김은정 보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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