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의 서재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해외여행은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여가 활용 방법 가운데 하나다. 해외여행은 대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높은데 대학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방학 계획을 물어보면 대부분은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거나, 예전부터 용돈을 모으고 있다고 대답한다. 

해외여행이란 단어를 조금 길게 풀어보면 내가 속한 국가를 떠나 다른 국가로 떠나는 여행, 즉 국경을 넘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고 싶은 나라를 마음껏 갈 수 있는 것은 개인의 자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국경 이동은 국가가 개인에게 준 일종의 권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권리는 내가 가고 싶은 국가와 내가 속한 국가 사이에 개인의 이동을 막지 않겠다는 국가 단위의 호혜적인 약속을 통해서만 행사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국가와 국가의 경계를 넘는 데 반드시 여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권의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면 외국을 여행하는 사람의 신분이나 국적을 증명하고 상대국에 그 보호를 의뢰하는 문서라고 돼 있다. 해외여행 중에 여권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잘 알겠지만 외국에서 여권을 잃어버리는 순간 한 개인은 자신의 신분과 국적을 공식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워지며 다른 국가로 이동하는 것 또한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오늘날 국경을 넘기 위한 필수품으로 활용되고 있는 여권은 언제부터 사용된 걸까? 오늘 소개하고 싶은 『여권의 발명』은 개인의 국적과 신분을 증명하고 개인의 이동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여권이 기껏해야 프랑스혁명 시기 정도에 ‘발명된’ 것이라는 점을 짚고 있다. 더욱이 이 책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동의 자유가 사실은 국가에 의해 제한되고 있다는 점을 역사적인 사건을 통해 조목조목 밝혀내고 있다.

『여권의 발명』을 소개하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국경을 넘는 이동이 자유로운 것 같지만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개인이 국경을 넘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각 국가가 국경을 넘는 사람들을 어떤 기준으로 선별하며 받아들이고 또는 받아들이지 않는지, 국가가 개인의 이동을 세세하게 간섭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제시한다. 이런 사례를 읽으면서 우리는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온 이동의 자유가 사실 국가의 엄격한 관리와 통제 아래 실현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둘째, 여권이 발명되고 국경 이동의 필수품이 되는 과정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국민국가(nation-state)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단순히 여권의 발명과 여권 제도 정착의 역사적 과정만을 서술한 책이 아니다. 여권을 만들어내고 관리하는 주체가 국가가 됐다는 것이 갖는 의미를 탐색하는 책이다. 이 책은 모든 국가가 비슷한 형태의 여권을 사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여권 사진은 왜 필요한 것인지, 국경을 넘을 때마다 지문을 찍고 얼굴 사진을 찍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국가가 합법적인 이동과 그렇지 않은 이동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주체가 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렇듯 여권은 그 발명 자체로 흥미로운 하나의 ‘사건’이고 오직 ‘국가’만이 여권을 만들 수 있는 주체라는 점에서 여권과 국가의 관계는 밀접하다. 책을 읽으면서 해외여행과 같은 국경 간 이동이 갖는 개인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이동의 합법성과 비합법성의 선별 과정과 같은 국가적인 의미를 함께 탐색해보는 것도 지금 이 시대를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매력을 많은 학생들이 함께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제목| 여권의 발명
저자| John Torpey    
번역자| 이충훈, 임금희, 강정인
출판| 후마니타스 
중앙도서관 청구기호| 342.15 토742ㅇ


도시사회학과 
김지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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