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과는 지난달 22일부터 2022학년도 제1학기 성적 평가 방식을 이미 공지된 상대평가에서 완화된 상대평가로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총학생회 ‘내일’이 성적 평가 기준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학우들의 의견을 수합하고 교무과에 전달해 이뤄낸 성과다. 완화된 상대평가 적용이 확정되자 소식을 알리는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800개가 넘는 좋아요가 눌리며 학생들의 열렬한 반응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마냥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만은 없다.

류창현 총학생회장은 상대평가로 인해 평균 학점이 낮아지면 학생들이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을 근거로 교무과를 설득했다. 이미 절대평가와 완화된 상대평가를 적용하고 있는 타대학과 비교했을 때 불합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에 대해 ‘공정을 중시하는 MZ세대 답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완화된 상대평가가 과연 공정을 위한 결정인지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쉽게 지적할 수 있는 문제는 비(非)코로나 학번의 경우 학점 수혜를 받은 코로나 학번에 비해 대학원 입시, 취업 등에 있어서 불리하다는 것이다.

다른 노력을 들였는데도 같은 학점을 받는 것 역시 공정하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체 수강생 중 50% 안에만 들면 A0라는 높은 학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정도면 절반은 가겠다’는 생각으로 학업에 소홀한 학생을 다수 볼 수 있다. 50%라는 넓은 폭 안에는 매일 성실히 공부한 학생과 전날 벼락치기한 학생이 공존하기도 한다. 완화된 상대평가에 따라 둘 모두 A0를 받는다면 최선을 다한 학생이 다음에도 같은 정도로 노력할지 우려된다. 올바르지 않은 평가는 학업 동기를 약화시키고 학생들의 능력 감퇴까지 야기한다. 진정으로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완화된 상대평가는 결코 좋은 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학생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행위임을 상기해야 한다. 

학점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신뢰도 추락을 지적하는 기사도 넘쳐난다. 인사팀에서는 더 이상 학점이 지원자를 판단하는 효과적인 지표가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챈 지 오래다. 기업은 이미 학점보다 인턴 같은 직무 경험을 우선시하고 있다. 학생들은 눈 앞에 놓인 완화된 상대평가에 환호하기보다 추후 불러일으킬 나비효과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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