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미술관

신윤복의 ‘월하정인’을 아시나요? 조선시대 남녀가 한밤중에 담장 밑에서 만나는 장면이라고 하면 모두 한 가지 그림을 떠올릴 겁니다. 그런데 위에 보이는 그림은 앞에서 설명한 장면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릅니다. 

그 이유는 둘 다 신윤복의 풍속화 화첩, ‘혜원전신첩’에 속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제목도 월하정인과 비슷한 ‘월야밀회’입니다. 신윤복이 이토록 유명한 화가가 된 이유는 단순히 그림을 잘 그렸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신윤복의 그림을 보고 일상에서 표출되는 인간의 다양한 욕망이 생동감 있게 담겨 있다고 말합니다.

제목에서부터 ‘밀회’가 들어가는 월야밀회에는 보름달 아래 만남을 즐기는 남녀가 등장합니다. 전복(戰服)을 입고 갓을 쓴 걸 보니 남성은 양반이고, 바로 옆에 있는 여성은 수수한 옷차림과 머리 모양을 보아 여염집 여인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그림 속 등장인물은 그 둘 말고도 한 명 더 있습니다. 바로 꺾인 담 너머로 두 남녀의 만남을 지켜보는 여성입니다. 한 발 떨어져 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이 여성은 색색의 옷을 입고 가체를 썼으니 기생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에 대한 해석은 다양합니다. 기생이 저 둘의 밀회를 위해 망을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둘의 밀회가 기생에게 들킨 장면일 수도 있습니다. 등장인물 셋이 삼각관계라는 것이죠. 지난 2020년 우리대학에서 촬영된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둘 중 어떤 해석이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장면이기 때문에 그 뒤의 상황이 궁금해집니다. 

이처럼 신윤복의 그림은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주 생생하게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마치 소설을 보는 것처럼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는 즐거움을 담고 있는 작품, 월야밀회였습니다.


이주현 기자 xuhyxxn@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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