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보물찾기

▲ 평일 점심시간이 끝난 뒤에도 붐볐던 우래옥
▲ 평일 점심시간이 끝난 뒤에도 붐볐던 우래옥

시민들이 사랑한 ‘맛’ 역시 서울의 귀중한 유산이다. 분단 후 지금까지 서울의 실향민을 위로하는 노포가 있다. 1946년 개업해 3대째 맛을 이어오고 있는 을지로4가의 ‘우래옥’이다. 우래옥은 1946년 개업한 가게 ‘서북관’에서 출발했다. 한국전쟁으로 피란을 갔다 온 후 현재 위치에 개업한 식당이 ‘다시 돌아온 식당’이라는 의미의 우래옥이다. 우래옥은 을지로 외식업을 평정했다. 당시 실향민들의 경제적 터전이 을지로 일대라 외식하면 당연히 우래옥 평양냉면이었다. 또한 을지로4가는 전차 종점이어서 창경궁 관람을 하고 온 나들이객이 우래옥을 많이 찾았다고 한다.

평일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2시 즈음에 10분 정도 대기하자 우래옥에 입장할 수 있었다. 가게 외관부터 입구까지 서울미래유산 동판을 비롯한 각종 상패가 빼곡하게 걸려있어 이곳의 맛과 역사를 짐작할 수 있었다. 우래옥은 고풍스러운 내부 분위기만큼 직원 역시 식당 종업원보다 호텔 웨이터에 가까웠다. 우래옥 평양냉면의 특징은 소고기로만 우려낸 독특한 육수다. 주문한 평양냉면을 받고 국물을 먹어보자 첫맛은 구운 계란 흰자 맛에 끝맛은 우유의 묘한 풍미가 느껴졌다. 면 역시 함흥냉면의 탱탱한 면발과 다르게 국물맛에 집중할 수 있도록 메밀 함량이 높아 쉽게 끊어졌다. 평양냉면 위에는 고기, 배 그리고 백김치가 고명으로 올려져 있고 겉절이를 반찬으로 제공한다. 포근한 식감의 겉절이는 간이 적당해 싱거울 수도 있는 평양냉면과 잘 어울렸다.

이제 평양냉면은 실향민만의 음식이 아니다. 지난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평양냉면이 오찬 정식으로 오르자 전국의 평양냉면집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특히 갈수록 자극적으로 변해가는 외식문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순수한 맛의 평양냉면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방문해 본 우래옥에서도 절반 정도가 20·30대로 보여 평양냉면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한편 평양냉면을 두고 그 맛이 밍밍하고 심심해 맹물 같다는 의견과 ‘평양냉면을 맛있게 먹어야만 미식가’라는 견해가 공존한다. 상반되는 평가를 모두 듣고 기대반 걱정반으로 우래옥에 방문했다. 다행히 우래옥은 평양냉면을 처음 먹어 본 기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어느덧 초여름에 접어든 5월, 우래옥의 시원한 평양냉면 한 그릇으로 더위를 달래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_ 최윤상 기자 uoschoi@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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