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에 대한 리뷰 SI:REVIEW

중앙도서관에서 전공 책을 빌리려 했으나 누군가 대출 중인 탓에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때 번뜩 생각난 것이 지역 도서관이다.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하면 중앙도서관에서도 타 도서관의 책을 전달받을 수 있었지만, 동대문구에 위치한 다른 도서관을 구경해보고 싶어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대학과 가장 가까운 도서관은 동대문구답십리도서관이다. 매주 금요일과 법정공휴일은 휴관일이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우리대학 정문 앞에서 버스를 타면 약 15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1층에 들어서자마자 왼편에 어린이도서관이 눈에 들어왔다. 답십리도서관 주변에는 학교와 주택가가 많아서인지 게시판에도 어린이를 위한 문화프로그램이 무궁무진했다. 휴대폰 어플을 이용한 방 탈출, 메타버스 속에서 가족사진 촬영 등 정보화시대에 걸맞은 이색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재활용품을 활용한 리사이클맨의 마임 공연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고루해 보이는 도서관도 시대의 변화에 부지런히 대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른편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작은 카페에는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님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숨 막히게 조용하지도, 지나치게 시끄럽지도 않아 위층에서 책을 빌려와 읽기에 좋아 보였다. 

▲ ‘플라이북 스크린’을 이용하는 기자의 모습
▲ ‘플라이북 스크린’을 이용하는 기자의 모습

1층 중앙에는 커다란 키오스크가 존재했다. 책을 추천해주는 ‘플라이북 스크린’이었다. 평소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 책을 고르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던 터라 이런 서비스가 정말 반가웠다. 플라이북 스크린에서는 여행, 진로, 리더십, 정치 등 관심사와 성별, 선호하는 장르, 나이대, 요즘의 기분 등을 묻고 이를 분석해 서너 개 정도의 책을 추천해준다. 기자는 관심사로 ‘심리’를 골랐다. 요즘 기분은 ‘고민이 있어요’, 선호 장르는 문학, 실용, 아무거나 중 아무거나를 택했다. 그렇게 추천된 서너 개의 책 중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별점은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화려한 표지와 파격적인 제목이 맘에 들어 빌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책 추천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책에 대한 리뷰와 별점, 함께 읽으면 좋은 책까지도 알려줘 유용했다. 추천받은 책이 마음에 든다면 전화번호를 입력해 문자로 청구기호와 장서 위치를 받아볼 수 있다. 책의 위치를 찾기 위해 작은 종이를 매번 출력하는 게 낭비라고 생각했는데, 불필요한 종이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종합자료 1관(2층) /181.1-마297내’. 문자를 확인한 후 책을 빌리러 2층으로 올라갔다. 자료실 안에서는 책을 읽는 이용객 외에도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는 이들이 많았다. 도서관에 방문하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자극을 받곤 한다. 답십리도서관은 최대 5권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괜한 욕심에 전공 도서와 추천받은 책 외에도 2권을 더 빌리고서야 자료실을 나왔다.
 

▲ 추천 받은 책을 빌려 카페에서 읽고 있는 기자
▲ 추천 받은 책을 빌려 카페에서 읽고 있는 기자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싶어 1층에 있는 도서관 카페에서 ‘오늘의 커피’를 주문했다. 드립커피로 아메리카노에 비해 구수한 맛이 났다. 가격도 1900원으로 매우 저렴했다. 사장님께 카페에서 책을 읽는 이용객이 많은지 묻자 별로 없다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답십리도서관은 자료실에서도 음료반입이 가능해 굳이 카페에 앉아 책을 읽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대학의 중앙도서관만큼 시설이 좋고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답십리도서관만의 특색을 엿볼 수 있었고 생각지 못한 도서 추천 서비스를 경험해 만족스러웠다. 중앙도서관도 훌륭하지만, 가끔은 밖으로 나와 가까운 지역 도서관을 탐방해보는 재미를 즐겨보기를 바란다.


글·사진_ 채효림 기자 chrim7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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