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거리 곳곳에 색색깔의 연등이 걸렸다.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부처님 오신 날은 부처님 탄생을 기념하는 날로 불교계 큰 행사 중 하나다. 템플스테이가 시행되고 20년이 지난 것을 기념해 전국 사찰들은 불교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행사를 마련했다. 기자도 템플스테이를 신청해 도심 속 사찰 관문사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불교 문화를 체험해봤다.
 -편집자주-

나를 찾는 여행, 관문사 템플스테이

2002년 한일월드컵이 열리던 시기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시작된 템플스테이는 올해 20주년을 맞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템플스테이의 유형은 사찰에 머물며 쉬는 휴식형과 다양한 불교 문화를 접하는 체험형으로 나뉜다. 단순 휴식을 취하기보다 불교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싶었던 기자는 체험형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 사찰을 찾아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관문사에 방문했다.

우리대학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1시간 30분에 걸쳐 도착한 관문사는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사찰의 모습과 거리가 있었다. 전통적 다포 양식으로 지어진 7층을 제외하면 지하 4층부터 지상 6층까지 현대식으로 지어져 일반적인 건물들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상상과 다른 모습에 낯설어하는 기자에게 템플스테이 담당자는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대외적인 업무를 보고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관문사가 지어진 것”이라며 “접근성이 좋아 많은 신도가 수행하기 용이하다”고 말했다. 

관문사의 역사와 특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사찰 예절을 익힌 후 법복으로 갈아입었다. 법복을 입고 관문사 내 옥불보전과 대불보전을 둘러봤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손의 위치와 인사법, 드나들 때 발의 순서부터 신발 방향까지 복잡한 사찰 예절을 끊임없이 상기하며 몸가짐을 바로 했다. 공손한 자세로 옥불보전과 대불보전에 모셔진 부처님과 관세음보살님에게 합장한 후 세 번 절하니 불교 문화에 한층 더 가까워진 듯했다.
 

▲ 관문사 7층을 장식한 연등
▲ 관문사 7층을 장식한 연등

16:00~16:30  
두 손 모아 부처님께 인사를

관문사 법화대보탑은 국보 고려 경천사 10층 석탑 양식을 계승해 지난 2015년 조성된 탑으로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 템플스테이 담당자는 “보통 소원을 빌기 위해 탑을 돈다고 하지만 탑을 도는 행위는 부처님을 향한 인사 방법 중 하나”라 설명하며 “우요삼잡(右遶三匝) 방식에 따라 시계 방향으로 세 번 탑을 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교가 시작된 인도에서 오른손은 깨끗하게 여겨지고 왼손은 상대적으로 불결하게 여겨져 최대한 깨끗한 방향을 탑에 대고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합장 반배 후 오른손을 왼손 위에 올려 차수 자세를 바르게 유지한 채 탑을 돌려고 하니 신경 쓸 게 많아 평소보다 걸음이 느려졌다. 자연히 기자가 내딛는 걸음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기자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16:30~18:00 
꽃잎 하나하나에 지혜를 담아

연꽃은 불교를 대표하는 꽃이다. 진흙탕에 있어도 항상 청정함을 간직하고 세상을 정화하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의 성질이 불교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등불은 지혜를 상징하며 무명(無明)을 밝히는 도구다. 어두운 세계에서 무지(無知)로 인해 짓는 악법이 있으므로 등불을 밝혀야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템플스테이 담당자는 “불교에서 연꽃과 등불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며 연꽃 등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며 “단순히 자연환경을 느끼는 것을 넘어 자신을 돌아보고, 나를 만드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종이로 만든 꽃잎에 하나하나 풀을 발라 붙이며 연꽃 등의 상징을 되새겼다. 종교를 떠나 연꽃 등이 갖는 청정함과 지혜를 습득하기 위해 노력한 시간이었다. 
 

▲ 저녁식사로 제공된 공양
▲ 저녁식사로 제공된 공양

18:00~19:00 
남김없이 싹싹, 발우공양

불교에서 발우공양은 단순히 밥을 먹는 행위를 넘어 수행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템플스테이 담당자는 “공양은 우리가 생활하는 데 기본적인 육체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며 “맑은 육신이 있어야 맑은 정신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우공양은 먹을 만큼 음식을 담아 남김없이 먹은 후 청수로 찌꺼기를 깨끗이 씻어 마시는 것이다. 그러나 외부인이 참여하는 템플스테이 특성상 찌꺼기를 씻어 마시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기에 발우공양은 강제되지 않았다. 

공양 전 읽는 다섯 구의 게송, 오관게를 소리 내 읽은 후 한 접시에 먹을 만큼 반찬을 담았다. 고기는 없었으나 각종 나물과 버섯, 과일이 넉넉히 준비돼 있어 군침이 돌았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며 반찬을 담던 중 담당자는 “발우공양을 행하지는 않아도 음식, 특히 쌀을 한 톨도 남기면 안 된다”며 접시를 다 비울 것을 강조했다. 쌀이 식탁까지 올라가는 데 많은 이들의 공덕이 들기 때문이다. 식사를 남기지 않기 위해 적당량이 어느 정도인지 고민하며 기자는 그동안 기자 본인의 식사량조차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 관문사 법화대보탑을 도는 기자의 모습 / 108배를 하는 기자의 모습
▲ 관문사 법화대보탑을 도는 기자의 모습 / 108배를 하는 기자의 모습

20:00~21:00 / 03:30~04:00
후들후들 108배, 비몽사몽 새벽예불

공양을 마친 후 108배를 하기 위해 부처님이 모셔진 대불보전으로 향했다. 108배는 108 참회문을 외우며 절하는 수행 방법으로 108번뇌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08번뇌에서 숫자 108의 산출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여섯 가지 근본이 되는 육근(안, 인, 이, 비, 설, 실)과 육근의 대상이 되는 육식(색, 성, 향, 미, 촉, 법)을 더한 후 나쁜 것, 좋은 것,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 3가지를 곱한다. 여기서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것은 공사상을 의미하는데 모든 존재는 고정불변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이다. 

이후 전생, 현생, 내세를 곱하면 108번뇌가 탄생한다. 절하는 법을 배운 후 사찰에 울려 퍼지는 참회문 음성을 들으며 108배를 시작했다. 힘들기로 악명 높은 것에 비해 수월했다. 처음에는 배운대로 절하느라 바빴지만 절하는 것에 익숙해지니 음성 녹음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다양한 이유로 참회한다는 내용의 음성을 들으며 절을 하다 보니 기자의 지난 행동과 생각들을 되돌아보게 됐다.  

108배를 마치고 쓰러지듯 잠이 든 것도 잠시 새벽 3시에 일어나 예불을 봤다. 불교에서 예불은 부처님께 인사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새벽에 일어나 비몽사몽 상태로 반야심경을 낭독하며 절했다. 뜻을 알 수 없어 낯설었지만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예불을 마치고 다시 잠이 들어 아침 7시에 일어났다. 아침 공양을 마치고 하룻밤 묵은 방사를 정리한 다음 스님과 차담 시간을 가지며 1박 2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사찰에서 하룻밤 묵으며 다양한 불교 문화 행사를 체험하는 템플스테이는 종교가 없는 기자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의미 있었다. 불교 문화를 이해하고 경험하는 것을 넘어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기자 본인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템플스테이 담당자는 “종교에 크게 관계없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템플스테이”라며 “특히 체험형 템플스테이를 통해 사찰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경험하며 불교 정신을 생각해보고 깨달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템플스테이 시행 20주년을 맞아 전국 사찰에서 대대적으로 행사를 하니 방문해봐도 좋겠다”며 참여를 독려했다. 템플스테이는 종교, 인종, 나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체험이다. 바쁜 일상 중 잠시 시간을 내 사찰에 방문하고 나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_ 안가현 기자 worldisred0528@uos.ac.kr
사진제공_ 관문사 템플스테이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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