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은 입양의 날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 한 가정이 한 명의 아동을 입양해 새로운 가정을 이루자는 취지로 2005년에 제정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입양 아동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가정위탁 국내입양 소년소녀 가정현황」에 따르면 입양된 아동 수는 지난 2018년 681명, 2019년 704명, 2020년 492명으로 소폭 증가한 2019년을 제외하고 2014년 이래로 감소추세가 이어지는 실정이다.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인해 입양 절차가 복잡해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 입양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개정된 4단계 입양 절차

지난 2012년 이뤄진 『입양특례법』 개정 이전에는 입양 사실을 신고하기만 하면 쉽게 입양이 가능했다. 허술한 입양 절차 속에서 민간 입양기관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많은 아동을 입양 보내고자 했다. 입양 건수당 수수료 명목의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입양 절차는 해외에서 한국 아동의 입양을 선호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속함에도 해외로 아동을 가장 많이 입양 보내는 ‘아동수출국’이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 제도의 부실함이 지적되며 이윤 창출에 집중하는 민간 입양기관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국가의 공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후 『입양특례법』이 개정되면서 가정법원의 입양 허가를 받아야 하는 법원허가제가 도입됐다. 가정법원은 양친 가정조사서, 양친 범죄경력조회, 양친 교육 이수증명서 등 자료의 검토를 통해 예비 양부모의 입양 동기와 입양 환경을 검증한다. 

법 개정을 거쳐 변화된 현재 국내 입양 절차는 4단계로 나뉜다. 먼저 예비 양부모가 민간 입양기관에서 입양 상담 후 서류 제출을 통해 입양을 신청한다. 두 번째로 기관의 담당자가 2회 이상 입양 부모의 가정을 방문하고 교육을 시행한다. 세 번째로 입양아동과 예비 양부모를 결연한다. 다음으로 가정법원에서 입양 허가를 받고 아동 인도 후 입양 신고를 하면 과정이 마무리된다. 첫 번째부터 세 번째 단계는 민간 입양기관에서 담당하고 가정법원 허가는 국가가 담당한다.

개정 후에도 빈틈투성이인 제도

국가의 개입에도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존재한다.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절차가 추가됐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예비 양부모 교육, 서류 마련, 가정방문 등 전반적인 과정은 여전히 민간 입양기관이 담당하기 때문이다. 기관 측에서 대부분의 절차가 이뤄진 다음에야 가정법원이 입양의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때 허가하지 않으면 아동은 가족을 만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가정법원에서 불허하는 경우는 드물다.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노혜련 교수는 “입양기관에서 다 결정한 사항을 가정법원에서 번복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이야기했다. 

민간기관의 전문성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다. 노 교수는 “우리나라 입양기관이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 실태가 안타깝다”며 “1980년대에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일했지만 한 번도 교육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20년 10월 발생한 입양아동 학대 사건인 정인이 사건을 언급하며 “보통의 양부모는 아이가 어릴 때 빨리 데려가고 싶어 하는데 정인이 양부모는 일찍 데려갈 수 있었음에도 입양 절차가 다 끝나고 나서야 아이를 데려갔다”며 “입양기관이 전문성이 있다면 이런 부분에서 위험신호를 알아차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양기관에서 시행하는 예비 양부모 교육도 부족한 상황이다. 아동권리보장원의 「2020년 입양실무매뉴얼」에 따르면 예비 양부모 교육은 총 8시간 이상 실시해야 한다. 미국은 3시간씩 10주간 총 30시간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스웨덴도 3시간씩 7회 총 21시간의 교육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교육 시간이 턱없이 적다. 노 교수는 “입양아동을 키운다면 얼마나 힘들어질 수 있는지를 충분히 교육해야 한다”며 “자질이 부족하다면 포기하게 하는 것도 입양기관이 해야 할 일”이라고 역설했다.

입양아동의 정체성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제도도 개선이 필요하다. 노 교수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입양이 가능함에도 입양아동을 취약 아동으로 분류해 가정에 지원금을 주는 제도는 아동에게 ‘나는 불쌍한 사람, 엄마는 불쌍한 나를 구원해준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준다”며 변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친자녀를 낳지 못해 입양하려는 양부모의 경우 그들의 상실감이 입양아동에게 전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해외에서는 임신 시도를 중단하고 약 1년이 지난 후에만 입양을 허가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입양에 대한 따가운 시선

부정적 편견으로 인해 입양인이 겪는 어려움도 존재한다. 2살에 입양된 김세진(26) 씨는 지난 1997년 보육원 ‘늘 사랑 아기집’ 후문에서 발견됐고 우연히 자원봉사를 온 어머니와 가족이 됐다. 김 씨는 “과거에 비해 많은 것들이 개선되고 있지만 무심코 뱉어지는 비정상적인 말들이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변치 않는 문제”라고 말했다. 또 지난 비참한 사건들에만 집중할 뿐 현재 보육원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는 관심을 쏟지 않는 문제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 씨는 “입양이 됐기에 반드시 불행한 것은 아니다”라며 “입양이라는 두 글자가 더 이상 위험한 단어가 되지 않길 바라고 여전히 아이들은 순수하게 자신을 품어줄 가정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입양이든 직접 낳았든 구분 짓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비교보다는 이해를, 경쟁보다는 공생을 가르쳐주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앞으로 우리나라 입양 문화는 

우리나라의 입양 문화는 비밀입양에서 공개입양으로 나아가고 있다. 비밀입양은 주위 사람들이나 입양 아동에게 입양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으로 입양아라는 사회적 낙인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주로 선택돼 왔다. 노혜련 교수는 “공개입양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며 “아동은 알 권리가 있고 한평생 비밀을 안고 살 수 없기 때문에 언젠가 반드시 알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입양 사실을 알게 되면 양부모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적 프레임을 씌우게 된다”는 위험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친생부모와도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개방입양으로 나아가야 함을 언급했다. 개방입양은 친생부모가 아이에게 정기적으로 편지, 사진 교환 등을 하고 입양을 보낸 이유 등에 대해 소통하며 입양아동의 건강한 정체성 형성을 도모하는 것이다. 의족을 착용하고 생활하는 김세진 씨는 실제로 공개입양을 경험한 당사자다. 그는 “당시 장애 아동을 입양할 때는 법적인 문제로 인해 공개입양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어머니가 입양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가르쳐주셨기 때문에 입양아라는 사실을 걸림돌이라고 느끼지 않는다”며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입양을 통해 가정을 만나고, 필요치 않은 동정으로 마음을 다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_ 조은정 수습기자 choej8191@uos.ac.kr
취재_ 유은수 기자 silveraqua@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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