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사람 - 물리학과 노재동 교수/ 물리학과 장영준 교수

이번호 ‘시대, 사람’에서는 지난달 20일 열린 한국물리학회 온라인 임시총회에서 각각 한국물리학회 학술상과 응용물리학술상을 수상한 우리대학 물리학과 노재동 교수와 물리학과 장영준 교수를 인터뷰했다. 한국물리학회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기초과학 연구단체로 회원의 학술적인 성취와 학계에 대한 기여를 기리기 위해 매년 상을 수여하고 있다. 수상자인 두 교수에게 수상의 의미와 업적의 활용 분야, 전공 학문과 연구하는 분야에 관해 물었다. -편집자주- 

 

물리학과 노재동 교수

학술상 수상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학술상은 한국물리학회가 직접 제정한 학회상 가운데 가장 권위가 높은 상이다. 이론물리학 및 실험물리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물리학자에게 해마다 수여된다. 통계물리학 분야에서 업적을 인정받아 권위 있는 학술상을 수상해 매우 영광스럽다.

통계물리학은 무엇을 다루는 학문인가
통계물리학이란 확률과 통계의 개념을 물리학 이론에 도입한 것이다. 확률과 통계의 개념은 눈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물리계의 성질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통계물리학을 통해 인류는 기체, 고체, 액체, 도체, 부도체, 반도체 등 물질의 상태 혹은 상(phase), 그리고 변화를 이해해왔다. 최근엔 수많은 개체와 요소가 상호작용하는 세계인 복잡계를 이해하는데도 통계물리학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번 업적이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평형계의 상전이와 임계현상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관심을 비평형계로 확장해 통계물리학 중 비평형 열역학*과 복잡계 이론, 양자 열역학을 연구하고 있다. 비평형 열역학 분야에서는 비평형계의 열적요동**에 숨어 있는 대칭성을 발견해 작은 스케일에서도 작동하는 열기관의 이론적인 모형을 제시했다. 현재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이론적인 모형을 실험적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해 발전 가능성이 기대된다. 2000년에는 대한민국 통계물리학계에서 최초로 경제물리 분야의 논문을 출판해 국내 연구진의 복잡계 연구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했다. 이중 동역학 문제를 물리학 분야의 최고 저널에 발표해 학계에 공헌했고 구글 스칼라 기준으로 총 1179번 피인용돼 복잡계 네트워크 분야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아이작 뉴턴은 ‘내가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면 이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통계물리학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해온 제 성과가 물리학이라는 거인의 어깨를 높여 다른 연구자에게 조금 더 높은 시야를 제공했으면 한다. 

현재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분야는 
엔트로피*** 증가법칙과 시간반전대칭성의 접점을 찾고 있다. 우리가 사는 거시세계는 엔트로피 증가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자연계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일은 엔트로피가 감소하지 않는 방향으로만 일어난다. 물속에 퍼진 커피 한 방울이 다시 커피 방울로 뭉치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원자처럼 아주 작은 단위의 미시세계에서라면 가능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어나는 어떤 사건이 가능하다면 시간 순서로 거꾸로 일어나는 반대 사건도 가능한 시간반전대칭성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최근 과학기술이 발전하며 시간반전대칭성이 있는 양자역학과 엔트로피 증가법칙의 통계물리학이 동시에 적용되는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서로 다른 두 원칙이 지배하는 두 세계의 접점을 찾는 데 남은 연구 인생을 바칠 계획이다.

물리학과 장영준 교수

응용물리학술상 수상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응용물리학술상은 한국물리학회 응용물리분과의 대표적인 상으로 응용물리학 분야의 탁월한 학술 활동을 통해 응용물리학 발전에 공헌한 자에게 수여되고 있다. 국제적 학술논문을 다수 출판하고 후학을 양성하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하게 됐다.

응용물리학은 무엇을 다루는 학문인가
응용물리학은 기초물리 연구를 실제 산업적 활용으로 연결하는 학문이다. 양자전자공학 및 생물, 의료물리학에 이르기까지 연구범위가 광범위하고 산업 분야에서도 전자공학과 금속공학의 신소재 연구 분야와 깊은 상호연관을 맺고 있다. 최근엔 미래 자동차 모터용 자석 개발, 그래핀과 같은 새로운 2차원 물질의 활용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업적이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저차원 물질계의 에피박막 시료 성장과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새로운 물리현상을 연구한 점을 인정받았다. 저차원 물질이란 전자들이 2차원이나 1차원에 가둬져서 특이한 전기적 특성을 보이는 물질이다. 최근 반도체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의 실리콘 소자를 2차원 물질로 대체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차원 물질은 원자층 한층 수준으로 얇아지면서도 투명하다. 또한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특성이나 원자 배열이 규칙적으로 찌그러지는 특성도 갖고 있다. 이러한 저차원 물질의 특성을 활용한다면 투명하고 유연한 전자제품의 개발도 가능할 것이다. 
방사광가속기는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전자 다발로부터 발생하는 강한 세기의 X-선을 넓은 에너지 영역으로 만들어내는 장치다. 현재 반도체나 배터리 등의 신소재 연구나 의약품, DNA 구조 등의 생물학적 연구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현재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분야는 
반도체나 자석으로 활용될 수 있는 새로운 저차원물질을 찾고 분석하는 연구를 지속할 생각이다. 스마트폰과 같은 반도체 제품을 좀 더 가볍고 오래 쓰기 위해 학생들과 원자층 두께에서 보이는 전기, 광학적 특성을 연구 중이다. 또한 나노미터(nm)로 작아진 반도체회로의 크기를 맞추고 반도체 신소재 물질 개발을 위해 우리대학 물리학과 최은집, 한문섭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서 반도체 표면 분석기술 개발을 주제로 국내 반도체업체와의 산학 연구를 수행 중이다.


*비평형 열역학: 에너지의 흐름이 존재하는 상태의 열과 일, 엔트로피를 다루는 물리학의 한 분야
**열적요동: 열에너지를 구성하는 열 입자들의 흔들림
***엔트로피: 물질의 열역학적 상태를 나타내는 물리량 중 하나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쓸모 없어지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정의한 것

임호연 수습기자 
202263001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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