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연 사회부 정기자
정시연 사회부 정기자

기자는 지난주 타대학 친구가 연출진으로 참여한 연극 시연을 보고 왔다. 해당 연극에서는 기자 캐릭터가 악역으로 그려졌다. 그는 경찰서 형사들이 조사하는 사건에 엉뚱하게 개입하고, 정보를 캐내고, 허락 없이 신문에 내보냈다. 일본 드라마 [언내추럴] 속 기자 캐릭터도 비슷하게 묘사된다. 그는 사망자의 사연을 자극적으로 포장해 언론에 퍼트려 사망자와 법의학자의 명예를 훼손하곤 했다. 

이처럼 각종 매체에서 기자는 부정적으로 묘사된다. 기자는 이를 보고 항상 부끄러웠다. 본래는 ‘기자는 매체에서 소비되는 것처럼 부정적인 직업이 아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불쾌감을 느꼈었다. 하지만 요즘은 매체 속 기자를 보며 기자라는 직업군의 부정적 면모를 인정하게 된다. 매체 속 기자처럼 기자 본인도 취재를 빙자해 타인의 일에 훼방을 놓고 민폐를 끼친다. 기자라는 직업은 남이 하는 일과 남이 겪은 일을, 남의 입을 빌려서, 남의 생각을 전달하는데 이는 남의 이해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타인의 일에 대해 타인의 입을 빌려 기사를 쓰는 일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일까. 기자는 타인 없이는 기사를 쓰지도 못한다. 전문가 인터뷰이가 없으면 기사의 질이 매우 떨어진다. 인터넷에 검색하거나 논문을 찾아보면 나오는 내용이라도 기자는 전문가 인터뷰이의 입을 빌려야 한다. 전문가 인터뷰이를 구하지 못하면 일반 청년이나 대학생 인터뷰이라도 구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 인터뷰이가 할 수 있는 말은 대부분 뻔한 말이다. 

기자는 당연하고 뻔한 말이라도 타인의 말을 인용하지 않는 한 기사에 실을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현타’를 느끼게 된다. 남이 겪은 일을 남의 입을 빌려서 남의 생각을 전달하는 직업. 그럼에도 기자는 자신의 생각을 기반으로 기사를 쓰는 직업이기도 하다. 남의 입을 빌리지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기자인 셈이다.  


정시연 사회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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