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헌(도행 21)

대선을 치른 지 불과 몇 달 지나지 않은 시점에 시행하는 이번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런데 관심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기사와 여론조사, 전문가의 분석과 각 정당의 비평 그리고 대통령의 행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의 중심에는 정권 견제와 국정안정이라는 정치권의 핵심어가 있다. 즉,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치권은 유권자들에게 정권 견제와 국정안정이라는 두 가지 사항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권의 두 가지 선택사항에는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바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본질적인 이유와도 맞물린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를 위한 하나의 도구다. 헌법 117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과 권한을, 118조에서는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선출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행정사무를 처리하고 주민의 의사를 대의하기 위해 지방의회의원과 지자체장 등을 선출하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방선거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지방자치를 위한 도구이고, 지방선거는 지역 주민들이 그 의제를 결정하고 흐름을 진행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정치권이 내세우는 국정안정이나 정권 견제 등 일률적 프레임에 갇혀 지방의회와 지자체장이 그동안 어떠한 성과를 보이고 어떤 실책을 저질렀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지역 현안 해결과 관련한 후보자의 전문성보다는 중앙정부, 중앙정치권에 따른 연대책임 성격의 구도나 대선 결과에 편승하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지방의회의원 선거다. 중앙당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거나 국회의원 등 중앙 정치인들의 입김으로 선거판이 농락당하는 일이 빈번하다. 

지역 현안과 상황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할 지역 언론이 사실상 부재하니, 대형 중앙 언론사들이 지역 현안을 피상적으로 조명하고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종속되게끔 호도하고 있다. 미약한 지방자치권의 문제도 있다.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정책이나 활동을 집행하는 대리인 수준으로 머물게 하는 정책적, 법적 한계들이 지방자치의 본질을 침해하고 주민들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우리는 대중의 시대를 넘어선 다중의 시대를 살고 있다. 유권자 각 개인이 중앙 정치권이나 기성 언론사들이 만들어내는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 사회와 지역의 미래를 고려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많은 유권자가 정치권이 제시하는 틀에서 벗어나 지역의 현안과 살림살이를 담당할 대표자의 자질을 평가하고 주민을 진정으로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그 과정과 결과는 온전히 지방선거의 독립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헌법에 담긴 지방자치의 본질을 실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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