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뜬 마음으로 외식을 나갔지만 음식을 앞에 두고 불안감에 떠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 매번 종업원에게 이것저것 물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누구일까요? 바로 특정 식품을 먹으면 이상반응이 나타나는 식품 알레르기 환자입니다. 

실수로 음식을 잘못 먹었다가는 큰일이 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예민하게 굴어야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어떡해”라고만 생각하지 알레르기로 인해 두드러기, 구토, 설사, 호흡곤란, 심하게는 쇼크로 인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흥미로운 점은 국가마다 알레르기를 주로 유발하는 식품이 각각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알레르기에 국적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왜 나라마다 식품 알레르기에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요?

우리나라는 우유, 달걀, 밀 순서로 알레르기 환자가 많습니다. 미국은 땅콩 알레르기가 1위이며 다음으로 갑각류 알레르기가 많습니다. 중국은 미국과 비슷하지만 갑각류 알레르기가 가장 흔하고 땅콩 알레르기가 두 번째입니다. 콜롬비아는 과일과 채소 알레르기, 모잠비크는 해산물과 육류 알레르기가 흔히 나타납니다. 이렇듯 출신 국가에 따라 사람들은 다양한 알레르기를 가집니다. 

차이는 환경적, 유전적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합니다. 첫 번째 요인은 나라마다 다른 식품 조리 방법입니다. 같은 음식이더라도 생식으로 먹거나 볶기, 기름에 튀기기, 찌기 등 어떤 조리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알레르기 발병 가능성에 차이를 보입니다. 땅콩의 경우 삶거나 기름에 튀기면 마른 상태로 볶는 것보다 알레르기 발병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식품 알레르기는 신체가 특정 식품을 유해한 것으로 판단해 과민 반응이 일어나는 것인데 삶거나 튀기게 되면 땅콩의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단백질이 소멸하거나 감소하기 때문이죠. 중국은 주로 땅콩을 튀겨 먹지만 미국은 볶아 먹는 것이 미국에 알레르기 환자가 더 많은 요인 중 하나입니다. 

섭취 시기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알레르기 유발 식품을 조기에 접할수록 알레르기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전에는 최소 생후 12개월 후부터 알레르기 유발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빠른 시기에 섭취할수록 알레르기 발병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연구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15년 킹스컬리지 런던 연구팀은 생후 4~11개월 된 영아 640명을 지속적으로 땅콩을 먹은 그룹과 땅콩을 전혀 먹지 않은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아이들이 5살이 됐을 때 알레르기 발병률을 살펴보자 땅콩을 먹은 그룹은 3.2%, 땅콩을 먹지 않은 그룹은 17.2%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리는 조기 섭취가 알레르기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태국과 남아프리카 모잠비크는 땅콩 알레르기의 비율이 낮습니다. 런던 세인트메리병원 기드온 렉 교수의 「역학 위험인자 및 식품알레르기 예방」에서는 그 이유를 동남아시아와 남아프리카는 일반적으로 생후 첫해에 많은 양의 땅콩에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인종 간 유전적 차이도 알레르기 발병에 관여합니다. 지난 2013년 미국 헨리포드병원 연구진은 2세 이상 흑인과 백인 어린이 543명을 대상으로 달걀, 우유 등에 대한 알레르기 민감도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흑인 어린이는 20%, 백인 어린이는 6.5%가 민감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인종별 경향성이 다르다는 점은 명확하나 정확히 어떤 유전적 특징이 알레르기 발병에 차이를 유발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을 괴롭히는 식품 알레르기는 완치가 어렵습니다. 현재 약물 치료와 면역 치료가 이뤄지고 있지만 근본적 치료법이 아닙니다. 약물 치료는 증상이 발현된 후 증상을 없애는 기능만 수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면역 치료는 3~5년간 지속해야 하는데 계속 음식을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중증 알레르기 환자의 경우 위험부담이 큽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고려대학교병원 김태훈 교수팀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장미희 박사팀이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알레르기 완치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항원을 인식하고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 VPS37B를 유전자 가위로 조절해 체내에 주입했더니 알레르기 치료 효과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는 난치성 질환으로만 여겨진 알레르기도 치료될 수 있다는 희망의 빛을 보여준 연구였습니다. 

알레르기가 발생하는 원인은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식습관, 거주 지역의 기후, 지형, 유전 등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알레르기 치료는 복잡하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유전자 편집 기술처럼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된다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쾌적한 삶을 선물해 줄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조은정 수습기자 
choej81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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