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우리대학을 거닐다 보면 새벽까지 대부분의 건물에 불이 켜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각종 과업을 처리하는 대학생이 많음을 보여준다. 대학생의 수면 문제는 우리대학을 넘어 청년층의 고질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서울특별시가 발표한 「2021 서울 서베이」 조사에서 20·30세대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49분으로 나타났다. 권장 수면시간인 7~9시간과 비교했을 때 1시간 이상 부족한 수치다. 청년들이 수면 문제를 겪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생들의 불규칙한 수면 패턴 

청년 수면 문제의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대학생 3인의 수면 패턴을 비교해봤다. 숭실대에 재학 중인 안연수(21) 씨는 “새벽 2시부터 아침 7시까지 5시간 정도 잔다”며 “5시간 자는 게 부족하기도 하고 그 짧은 시간 동안조차 불안해서 긴장 상태로 취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안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수면시간이 부족했는데 그 문제가 대학교에 와서도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학교 강의를 듣는 것 외에도 대외활동과 아르바이트 등 하는 일이 많은데 이를 완수하기 위해 잠을 줄이는 길을 택한다는 것이다. 

경희대에 재학하는 이주빈(22) 씨는 새벽 6시에 잠들어 오후 1시 전에 기상하는 수면 패턴을 갖고 있었다. 이 씨는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정도로 적은 편은 아니다”라면서도 “늦은 시간에 취침하니 아무리 잠을 자도 피곤한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침에 못 일어날 것을 알고 있어서 수업도 모두 오후 강의로 맞춰 신청했다”고 말했다. 좋지 않은 수면 패턴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적정 수면시간만큼 자면서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치려면 아예 취침 시간을 늦추고 아침 시간을 포기하는 방법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서우(23) 씨는 규칙적인 수면 패턴이 전무하다고 밝혔다. 그는 새벽 4시에서 7시까지, 저녁 7시에서 10시까지 자는 등 하루 수면시간을 쪼개서 활용하고 있었다. 김 씨는 이러한 방법이 위험하다는 의견을 표했다. 이어 “6시간 이상 쭉 자지 않고 2-3시간 나눠 자다 보면 수면 패턴이 완전히 망가진다”며 “눈은 뜨고 있어도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느낌이 든다”고 묘사했다. 대학생들은 처리할 과업이 많다는 등의 이유로 각자 다른 수면 패턴을 보이고 있었다. 공통적으로 수면시간이 부족하거나 수면 패턴이 불규칙한 등의 수면 문제를 겪고 있는 모습이다. 

늘어나는 청년 수면장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67만 1307명이었다. 2016년에는 49만 5506명이었던 수에 비해 5년 만에 약 35.48% 증가한 수치다. 수면장애 진료 인원이 증가하며 지난 2020년 수면장애 진료비는 1470억 648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598억 8096만원이었던 진료비와 비교해 5년간 약 2.46배 늘어난 것이다. 

수면장애는 잠을 준비하는 시간부터 자는 동안 그리고 주간 생활에 이르기까지 수면과 관련돼 나타나는 모든 문제를 의미한다. 수면장애의 종류에는 △잠들기 어렵거나 잘 깨는 불면증 △코골이나 무호흡 등의 수면 관련 호흡장애 △기면증 등 과다졸림장애 △하지불안증후군과 이갈이 등 수면 관련 운동장애가 포함된다. 

각종 부작용을 유발하는 수면 문제 

서울시의 「2021 서울 서베이」 조사에 따르면 청년의 수면시간과 스트레스는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청년의 약 46.6%는 부족한 수면시간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또한 건강이 악화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등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안연수 씨는 “몸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해 체력이 확연히 약해진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난달 BBC는 기사 「South Korea: Why so many struggle to sleep」에서 한국인의 수면 문제가 자살과 우울증 등 사회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사람들이 야간에 인공 빛에 노출되면서 멜라토닌* 생성이 억제돼 수면 주기가 미뤄짐으로 인해 수면 문제가 심화된다는 설명이다. 안 씨는 “사람들이 대부분 잠보다는 해야 할 일을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수면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수면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것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한편 정신건강의학계에서는 “수면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보다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들은 “수면장애 극복을 위해서는 이를 질환으로 인식하고 원인 파악과 해결을 위해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 2018년 7월부터 수면 관련 호흡장애나 과다수면의 경우 진단을 위한 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수면 문제에 관한 검사와 치료를 더 쉽게 받을 수 있게 됐다. 일상생활과 건강에 밀접하게 관련된 수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며 스스로의 수면 상태를 점검할 시점이다. 


*멜라토닌: 어두울 때 많이 생성돼 수면을 유도하고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 


정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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