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의 한 지하상가, 카드를 받지 않는다는 문구들이 가게 곳곳 붙어있다. ‘카드 안 받음’, ‘현금 결제 시 할인’. 이는 지하상가가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쉽게 확인해볼 수 있다. 대놓고 카드를 안 받는다고 써 붙여 놔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사업자들이 현금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봤다.
 

▲ 현금가와 카드 결제가가 다르다.
▲ 현금가와 카드 결제가가 다르다.

대놓고 일어나는 카드 거부, 탈세일까 절세일까

지하상가에서 카드로 물건을 구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취재를 위해 방문한 지하상가에서 옷을 구입하려 한 기자는 카드를 받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직원에 의해 말문이 막혔다. 이곳에서 현금결제는 일종의 암묵적인 ‘룰’로 존재하고 있었다. 가볍게 상가를 둘러봤는데도 10개 이상의 가게에서 카드 거부 문구를 적어놓은 모습을 확인했다. 신발을 쇼핑하고 있던 이미지(29) 씨는 “지하상가에서 카드로 결제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며 “교환·환불도 되지 않고 현금으로 결제해야 해 불편하다”고 밝혔다. 현금가와 카드로 결제하는 값을 다르게 받는 경우도 존재했다. 현금가는 1만 3천원, 카드 결제가는 1만 4300원으로 가격을 다르게 책정해 소비자가 현금결제를 하도록 유도했다. 한 상인은 그 이유에 대해 “카드 수수료가 높아 부담”이라며 “고객도 더 저렴한 값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데 좋은 것 아니냐”고 답했다. 

그러나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 1항에 따르면 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에 의한 거래를 이유로 물품의 판매 등을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따라서 카드 거부와 카드 결제가·현금가의 금액 차이가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와 같은 모습은 우리대학 근처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대학 주변의 한 음식점은 합계액이 만 원을 넘지 않으면 현금 결제를 강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금결제 혹은 계좌이체를 하면 할인해주는 가게들의 모습도 많이 확인해볼 수 있다.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서울시립대신문에서 우리대학 학우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카드 거부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 △현금 강요 등을 경험해본 적 있다고 답한 학우는 설문에 참여한 117명 중 111명이었다. 

사업자들이 이토록 현금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세금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현금으로 수익을 얻게 되면 소득에 대한 흔적이 남지 않아 소득세 부과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사업자 명의의 계좌로 해당 금액을 입금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본인이 아닌 타인의 계좌를 이용해 계좌이체를 받거나 현금 지급 시 할인을 해준다면 탈세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다만 신용카드 가맹점이 아닌 곳의 카드거부는 불법이라고 볼 수 없다. 『소득세법』 162조 2항에 따르면 연 매출이 2천 4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반드시 신용카드 가맹점에 가입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대학 세무학과 정지선 교수는 “대부분의 가게에서는 매출이 신용카드 가맹점 가입 기준 금액에 미치지 않더라도 카드 결제가 가능하도록 가입한다”며 “현금만을 받는 가게에서는 고객과의 마찰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목적으로는 카드 수수료를 피하기 위함이 있다. 카드수수료는 0.5%~1.5%까지로 매출 금액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측정된다.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수수료에 부담을 느껴 가맹점임에도 카드를 거부하곤 하는 것이다.
 

▲ 카드 거부 문구를 적어놓은 한 가게
▲ 카드 거부 문구를 적어놓은 한 가게

수많은 사례에도 단속 어려운 이유는

일각에서는 자영업자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대학 근처에서 현금 강요를 당한 적이 있는 A(24) 씨는 “지나치게 현금을 강요해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인데다 코로나19로 그간 힘들었을 자영업자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현금 강요가 아니더라도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음식점을 몇 군데 알고 있는데 음식값이 저렴해 자주 찾는 곳이라 그러려니 한다”고 말했다. 

탈세를 막는 방안으로는 신고와 현금영수증 발급 등이 있다. 소비자가 신용카드 결제를 요청했으나 거부한 경우, 수수료 또는 부가가치세 명목으로 정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카드 결제한 경우에는 1개월 이내에 여신금융협회에 신고를 하면 결제거부 금액의 20%를 포상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또한 결제거부 가맹점에게는 결제거부 해당 금액의 5%를 가산세로 부과하고 재차 거부 시에는 과태료를 20% 추가해 부과한다. 현금영수증은 현금 거래를 국세청에 통보하기 위해 받는 일종의 증명서류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소득공제를 위해 이용되고 있다. 

위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탈세가 의심되는 행위들이 단속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행법상 실질적인 증거 없이 카드 거부 문구 혹은 현금 결제 시 할인한다는 문구를 적어놓은 것만으로는 제재가 어렵다. 정지선 교수는 “단속을 나와 추궁하게 돼도 실제로 현금거래를 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면 확인해 볼 방법이 없다”며 “사실상 입증이 되지 않아 단속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행위를 적발하기 위해서는 거래당사자의 신고가 있어야 하는데 소비자들은 이미 현금 할인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신고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대학 세무학과 홍성훈 교수는 “정부가 직접 나서 사업자들을 일일이 조사하기에는 그 수가 워낙 많고 매출이 영세한 수준이어서 지나친 세무조사는 자칫 행정비용만 유발할 것”이라고 그 이유를 추측했다.

세금에 대한 인식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자영업자들의 소득탈루율*은 이전과 비교해 그 규모가 많이 줄어든 상태다. 카드의 사용률이 높아짐에 따라 소득집계가 원활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득탈루율에 관한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지난 2019년까지 국세청이 개인사업자 2만 3440건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무조사 결과에 따르면 저소득 개인사업자의 소득탈루율은 34.6%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사업자 중에서도 수입금액이 5억원 이하인 경우 소득탈루율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금액 5억원 이하 개인사업자가 최근 5년간 신고한 소득은 총 3792억원이었지만 세무조사를 통한 결정 소득금액은 9178억원이었다. 약 5386억원의 소득 신고를 누락한 것으로 전체적인 소득탈루율이 58.7%에 달한다.

홍성훈 교수는 “사실 뽀족한 해결책은 없다”며 “현금영수증 자체에 대해 일종의 세금 혜택을 주는 방안이 있지만 탈세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의견을 표했다. 서울시립대 신문의 설문에 따르면 현금 강요 등의 행위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44.4%(52명)이 카드 거부가 불편하다고 밝혔고 36.8%(43명)은 현금결제 시에 할인을 해줘 좋다고 밝혔다. 그리고 11.1%(13명)은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위와 같은 행위가 탈세에 해당함을 알고 있다는 88.8%(104명)의 응답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심지어 104명 중 이를 신고해본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설문에 답한 한 학우는 “현금 할인과 같은 탈세유도 행위가 소비자에게는 단기적으로 이익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불법적인 행위임을 모두가 인지하고 결국 그 부담이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걸 알려주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제도 개선과 더불어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세금을 내는 것은 국민의 의무고 국가와 공동체를 위하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금 인식하도록 납세 의식을 고취하는 행사를 열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지선 교수 역시 “우리의 인식 개선을 통해 납세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소득탈루율: 납세자가 실제 벌어들인 소득 대비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미신고한 소득의 비율로 탈세정도를 나타내는 지표


글·사진_ 유은수 기자 
silveraqua@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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