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값이 오르긴 한 것 같아요”. 정예림(도사 20) 씨는 학생회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그의 말처럼 요즘 대부분의 카페가 커피 가격을 인상하는 추세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 1월 13일 음료 46종의 가격을 인상했다. 특히 카페 아메리카노 톨(355mL) 사이즈는 4100원에서 4500원으로 400원이 올랐다. 이제 커피 한 잔 마시는 데 4천원 중반의 돈이 들어가는 것이다. 투썸플레이스 역시 지난 1월 27일 아메리카노 레귤러(355mL) 사이즈의 가격을 41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했다. 우리대학 카페인 전농관 카페와 학생회관 카페 또한 오는 21일부터 음료 가격이 인상될 예정이다. 그중 아메리카노는 2천원에서 2400원으로 오른다.
 

원두 작황 부진으로 커피 가격 상승

전농관 카페와 학생회관 카페 커피 가격 인상에 대해 학생과 담당자는 “유통이나 부자잿값도 올랐지만, 원두 가격이 많이 상승해 커피 가격을 인상하지 않으면 운영이 어려워질 정도였다”고 밝혔다. 우리대학 카페뿐만 아니라 다른 카페들도 커피 가격을 올린 이유로 ‘원두 가격 상승’을 말한다. 커피의 주재료는 커피 열매다. 브라질, 베트남, 콜럼비아 등지에서 수입한 커피 열매를 로스팅과 블렌딩 과정을 거쳐 원두로 가공한다. 우리나라 역시 이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원두 가격은 커피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대학 도시공학과 유종현 교수는 “이번 원두 작황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브라질의 가뭄과 이상 저온 현상”이라고 전했다. 그는 “커피 열매가 잘 자라기 위해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강수량이 매우 중요한데 이상기후로 인해 커피 열매 수확량이 많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브라질은 지난 2020년 가뭄에 이어 지난해 7월 최대 커피 생산지인 미나스 제라이스의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내려가는 등 이상기후가 이어졌다. 원두 공급의 35%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의 원두 작황에 문제가 생기자 전 세계적으로 커피 공급이 어려워지고 커피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그렇다면 커피 가격은 계속해서 상승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유 교수는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앞으로 무조건 커피 가격이 오르리라 전망할 수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원두 가격이 오르면 커피 농사를 지을 유인이 커지고 커피 공급량은 증가해 원두 가격이 다시 하락할 수 있다”며 “기후는 지속적으로 변해왔지만 커피 공급이 증가했기 때문에 저렴한 커피를 파는 카페는 오히려 더 많아졌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이상기후로 인해 원두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이번 사태처럼 커피 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커피 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커피 가격의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기후가 뭐길래 커피 가격이 올라?

원두 작황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이상기후는 정상적인 상태를 벗어난 기후다. 정상적인 상태의 기후란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날씨를 생각하면 된다. 여름철에 겪는 호우나 태풍 모두 정상적인 기후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호우가 평년과 비교해 이상적으로 강도가 심하고 기간이 길면 이상기후가 되는 것이다. 유종현 교수는 “예전에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온실효과가 발생하고 지구의 대기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을 ‘지구온난화’라고 불렀다”며 “그러나 이제는 기온 상승뿐만 아니라 여러 이상기후가 발생하고 심지어 지구가 차가워지기도  해 ‘기후변화’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이상기온, 이상저온, 심각한 홍수와 가뭄, 강한 폭풍 등을 이상기후라고 말한다.

농산물 생산에 기후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알맞은 기후가 제공되지 못하면 생산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상기후에서 살아남더라도 정상적인 기후에서 자란 농작물보다 상품 가치가 떨어져 시장에 나오기 어렵다. 이상기후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단 농작물 뿐만이 아니다. 유 교수는 “이상기온과 이상저온으로 인해 여름에 너무 덥고 겨울에 너무 추워진다면 실외 활동이 줄어들고 실내 활동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냉난방기기 수요가 증가할 뿐더러 관련 질환 또한 증가해 보건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장 커피 가격 상승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원두 선매입 등을 통해 변동성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유 교수는 “한 번 오르기 시작한 지구의 온도는 낮출 수 없기 때문에 기후변화는 계속될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과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후변화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많은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글·일러스트_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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