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오는 6월 10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6개월 유예했다. 본 제도는 이디야,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를 포함한 전국의 약 3만 8천 개 프랜차이즈 매장을 대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상품 구매 시 일회용 컵을 사용할 경우 상품 가격에 컵 1개당 300원의 자원순환보증금을 추가해 지불하는 제도다. 일회용 컵을 매장에 반납하면 해당 금액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상반기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733t인 반면 2020년 상반기 배출량은 848t으로 약 15.6% 증가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플라스틱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해 말 시행될 제도의 내용과 시민들의 반응을 알아봤다.
 

▲ 일회용컵이 가득 쌓인 쓰레기통 모습
▲ 일회용컵이 가득 쌓인 쓰레기통 모습

이전 제도의 빈틈 메워 재탄생해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는 이번에 처음 도입된 게 아니다. 테이크아웃 문화가 퍼지던 시점인 2002년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시행된 바 있다. 그러나 낮은 회수율과 더불어 일부 업체에서 보증금을 기업의 판촉 비용으로 사용하는 문제가 불거져 2008년 3월 폐지됐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따르면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는 재활용 가능한 컵이 길거리 쓰레기로 방치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도입됐다. 이전과 달라진 점은 첫째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에 있다. 

2002년 당시 환경부는 패스트푸드 7개 업체, 커피전문점 24개 업체와 자발적 협약을 맺어 제도를 운영했다. 동일 매장에서만 컵 회수가 가능해 시민들은 참여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과적으로 컵 회수율이 저조했다.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보증금제도를 적용받는 모든 매장에서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 둘째로 관리방식에 차이가 있다. 보증금 관리 문제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6월 환경부 산하의 ‘자원순환보증금관리위원회’ 및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가 출범했다. 제3의 공공기관을 통해 보증금이 실시간으로 관리돼 보증금 부당운용 문제가 해결된다. 셋째로 비용과 컵 용기가 표준화된다. 2002년 당시 컵 보증금은 50원~100원 사이로 책정됐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한국행정학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 지불의사금액이 평균 340원인 점과 주요 프랜차이즈의 텀블러 할인 혜택 금액이 300원 내외인 것을 고려해 300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또한 재활용의 편의를 위해 컵이 포개질 수 있도록 표준용기가 마련될 예정이다.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법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는 전국 가맹점 수가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매장부터 시행돼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매년 사용되는 일회용 컵은 연간 28억 개로 이 중 23억 개가 보증금제도 적용 대상으로 추정된다. 우리대학 환경공학부 김주식 교수는 “폐플라스틱은 환경으로 나오면 잘 분해되지 않아 소각을 해왔으나 이 또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며 “결국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하는 게 사회에 가장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일회용 컵을 매장에 반납할 때뿐 아니라 길거리에 방치된 일회용 컵을 주워 매장에 돌려줄 때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보증금을 받기 위해 일회용 컵을 매장에 가져가면 바코드를 읽을 수 있는 기기가 컵에 부착된 바코드를 인식해 보증금이 반환된다. 컵 표면에는 한국조폐공사에서 제작한 위·변조 방지 스티커가 부착돼 한번 수거된 컵이 이중 반환되는 것을 방지했다. 보증금은 모바일앱을 통한 계좌이체 또는 매장에서 바로 현금을 받는 방법 중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지급된다. 김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확대를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사업자의 경우 컵 수거에 힘쓰고 소비자는 컵을 적극적으로 반환하는 등 환경을 위한 각자의 역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정부, 점주, 소비자의 삼위일체 된 참여가 이뤄져야 폐기물의 재활용률을 높여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원재활용 및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1985년부터 시행돼 온 빈용기보증금제도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도의 밑바탕이다. 소주병이나 맥주병 같은 유리 용기의 병뚜껑과 라벨에 보증금 환급 문구가 있다면 가까운 슈퍼나 마트에서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빈 용기 출고율 대비 회수율은 97.9%다. 김 교수는 “빈 병은 세척 후 재사용되거나 재사용이 어려우면 분쇄 후 다시 원료가 돼 새로운 병을 만드는 데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빈용기보증금제도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동대문구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김준철(35) 씨는 “공병을 받으면 안에 담뱃재나 음식물 쓰레기가 남아있기도 해서 보관상 어려움이 많다”며 “보관하다 파손되면 온전히 가게 손해로 남는다”고 전했다. 이어 “공병 수거 후 남는 이익은 일종의 보관 공간을 마련하는 수수료”라며 “수수료를 더 높여 좀 더 위생적인 보관 환경을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을 표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역시 보관상의 어려움과 위생 문제가 우려된다.

우려와 응원의 목소리 잇따라

제도 시행을 앞두고 시민들은 본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영업에 지장이 있다며 비판이 거세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A(45) 씨는 “바코드 스티커를 부착할 일손뿐 아니라 사업자가 보증금에서 컵 1개당 약 11원씩 내는 환경부담금과 카드 수수료가 부담”이라며 “음료는 카드로 결제한 후 보증금 300원을 현금으로 돌려주면 카드 수수료는 온전히 가게 몫”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곧 여름인데 사용한 컵을 모아두면 위생문제도 걱정된다”는 우려를 표했다. 카페 이용객 차동현(24) 씨는 “플라스틱 사용이 환경에 안 좋다고 하지만 크게 와닿진 않는다”며 “현실적으로 다들 보증금을 내더라도 플라스틱 컵을 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일각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리대학 근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최상덕(32) 씨는 “보증금제도가 전체적으로 일이 번거로워지고 불편한 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플라스틱이 많이 소비되는 건 사실이라 제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카페 이용객 임주은(22) 씨는 “스타벅스가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바꾼 것도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적응했다”며 “이번 제도도 점점 익숙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환경을 위해서는 우리의 편의가 제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박정음 활동가는 “일회용 컵의 경우 재질과 크기가 다양해 사실상 회수가 어려워 대부분 소각 매립되는 품목 중 하나”라며 “일회용 컵을 회수하고 재활용체계를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굉장히 중요한 제도”라고 밝혔다. 덧붙여 “본 제도는 사업자가 자신이 배출한 쓰레기를 책임지는 데 목적이 있다”며 “일회용컵 보증금제도시행이 스스로 쓰레기를 책임지는 인식 변화의 시작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글·사진_ 최수빈 
수습기자 csb@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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