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캠퍼스에는 총 15곳의 흡연구역이 존재한다. 학생들은 과연 지정된 장소에서만 흡연하고 있을까. 흡연구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없을까. 
 

▲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에도 불구하고 재떨이로 쓰이고 있는 쇠깡통의 모습
▲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에도 불구하고 재떨이로 쓰이고 있는 쇠깡통의 모습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시설경비원 A씨를 찾았다. 그러자 “지난달 법학관 5층 야외 금연구역에 버려진 담배꽁초로 인해 불이 나 119에 신고했으며 물과 소화기로 진압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법학관 5층 야외는 금연구역임을 안내하는 종이가 여러 개 부착돼 있지만 대부분의 교직원과 학생이 쇠깡통을 재떨이로 두고 흡연장소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는 “CCTV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일이라 범인도 잡지 못했다”며 “특히 법학관 야외 계단은 나무판자 틈새 먼지가 쌓여 있어 불이 붙기 쉽다”고 위험성을 설명했다.

현장을 확인하고자 올라가는 계단에서도 담배꽁초를 여럿 목격할 수 있었다. 5층에 도착하자 미약하게 타는 냄새가 났다. 이상함을 느껴 바닥을 살펴보니 나무판자 틈에서 올라오는 연기가 보였다. 바로 옆에 위치한 도시보건대학원 행정실에 문의하자 시설과를 통해 진화가 이뤄졌다. 

담배꽁초로 인한 잔불이 자주 난다는 A씨의 말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도시보건대학원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이승훈 담당자는 “학생들이 행정실 옆에서 담배를 피워 냄새로 인한 불쾌함은 물론 화재로 놀란 적도 많다”며 “지정된 장소에서 담배를 피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해당 장소에서 흡연 중이던 B씨에게 금연구역임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피우는 이유를 묻자 “고시반이 4층에 위치해 흡연구역까지 내려가기 불편하기 때문”이라며 “여기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기도 하다”고 답했다. 이곳에서 담배꽁초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던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회에서 화재 피해 방지를 위해 5층 소화기 위치를 공지하고 있지만 불이 났다는 사실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총무과 유성민 담당자는 “금연 표지판 개수를 늘렸으나 효과가 미미해 CCTV 추가 설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연구역임을 알리고 CCTV를 늘려도 제재가 없다면 문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학전문대학원 소속 신 모씨는 “행정실에서 떨어져서 담배를 피워달라는 말은 들은 적 있어도 따로 제재를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흡연구역도 화재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다. 관리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교내 흡연구역 15곳을 돌아본 결과 대체로 한 곳당 작은 재떨이 한 개가 비치돼 있었다. 그마저도 ‘담배꽁초 외 다른 쓰레기 투기 금지’라는 안내 문구가 무색하게 플라스틱 컵과 휴지 등의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건설공학관 뒤편 나눔쉼터에는 담배꽁초를 버리는 용도의 플라스틱 쓰레기통이 여러 개 놓여있어 비교적 나아 보였지만 화재에 취약한 라텍스 소재의 장갑 등 담배꽁초가 아닌 쓰레기가 눈에 들어왔다. 

100주년기념관과 정문 사이 공터 하수구에는 불이 붙기 쉬운 낙엽과 함께 꽁초들이 널브러져 있어 위험해 보였다. A씨는 “쌓여 있는 쓰레기에 담배꽁초를 그냥 버리고 가는 학생이 많다”며 “화재로 이어질까봐 목격할 때마다 쓰레기 속 꽁초를 찾아 몇 번이나 진화해왔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이번달 법학관 근처에서만 안 꺼진 담배꽁초를 10번은 끈 것 같다”며 “우리대학에서 나는 화재 중 70~80%는 담뱃불이 원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흡연이나 음주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계도가 부족하다”며 학교 측의 무책임함을 지적했다. 덧붙여 “담배꽁초를 버릴 때 불을 밟아 꺼주면 화재를 막을 수 있다”며 흡연자들에게 당부의 목소리를 전했다.


글·사진_ 채효림 기자 
chrim7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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