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가현 문화부 정기자
안가현 문화부 정기자

제772호를 마무리하며 신문사 활동을 3학기로 마치게 됐다. 정기자가 되고 처음 쓴 리포터 다이어리에서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며 예언을 가장한 바람을 말했던 것이 벌써 일 년 전이다. 당시 벌써 알을 깨고 날아다니는 것만 같은 동기들을 보며 하루라도 빨리 알 밖 세계를 마주하고 싶었다. 알껍데기는 나와 세계를 단절하는 장애물이자 내 미숙함을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취재를 거듭하고 인터뷰이를 만날수록 알껍데기의 존재에 의문을 품게 됐다. 언론을 비롯해 쏟아지는 매체의 홍수 속에서, 알 속에서 충분한 고민의 시간을 거치지 않고 타인의 생각을 자신의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을 봤기 때문이다. 정당이나 이념, 사상처럼 가슴에 불을 지피는 말들에 매료되는 사람들. 섣불리 알을 깨고 나와 보이지 않는 알에 자신을 가두고 굳어버리는 사람들을 봤다. 스스로 질문하지 않는 사람들은 나를 슬프게 했다.

우리들은 부리 없는 포유류가 아닌가. 스스로 알을 깨고 세상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오만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람으로 태어난 기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손가락으로 알에 구멍을 뚫어 그 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일 수도 있겠다. 생각해보면 지난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기자의 탈을 쓰고 열심히도 뚫었다. 깨진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들에 이름을 붙이고 언어로 정제했다. 가끔은 날카로운 껍질에 베이고 상처받으면서도 차분히 세계를 이해하려 했다.

지난 3학기 동안 기사를 통해 알 속에서 바라본 세계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온몸으로 알 밖을 느끼기보다는 제한된 감각으로 내가 본 것들을 풀어냈다. 문화부 기자로서 변화를 만들지 못하는 글을 쓴다는 생각에 조급해질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내가 쓴 글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다. 겸손한 자세로 내가 본 것들을 이야기하면서도 알 밖 세상을 향한 관심을 멈추지 않는 것. 알 속에 머문다는 것은 그런 게 아닐까.


안가현 문화부 정기자
worldisred0528@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