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수 사회부장
유은수 사회부장

이제 정말 끝이다. 아득하기만 했던 시간이 지나가고 마지막 호가 다가왔다. 22번의 발행, 내가 만난 약 60명의 인터뷰이, 숱한 인터뷰 시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을 겪었다. 평생 접해보지 않을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무척이나 재미있고 감동적인 일이다. 지금에야 웃으며 지난날을 회고하지만 한때 기자는 신문사를 그만두고 싶던 적이 있었다. 서면으로 받은 인터뷰 내용을 옮겨적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무렵, 설레는 첫 대면인터뷰를 마쳤을 때다. 기사의 취지와 맞지 않는 내용으로 결국 인터뷰를 싣지 못했다. 

여러 설명에도 불구하고 가만두지 않겠다는 인터뷰이의 엄포에 한동안 마음고생을 했다. 이후 모든 것이 본인의 잘못으로만 느껴져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인터뷰이의 마음이 상하지 않게 기사를 작성하는 것 역시 기자의 일이다. 신문사 생활을 하다보면 의도치 않게 인터뷰이의 마음을 상하게 하기도 하고 갈등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 그때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아닌 것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깡’도 필요하다. 

지금까지도 그 기사는 기자의 기억 속에서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신문사에 남을 수 있던 이유는 사람이었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흔쾌히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지금의 ‘나’를 이끌었다.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는 일이었다. 

시간이 흘러 기자는 어느덧 사회부장이 됐다. 기사를 쓰지 않았다면 몰랐을 사회의 이면을 직접 경험해보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중립적인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개고기 기사를 작성할 때 기자는 한창 잔혹한 현장의 모습을 많이 본 터라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유통과정에 문제가 있던 것은 분명하지만 생계를 언급하는 업자들 앞에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애매모호한 사안에 대해 양쪽의 입장을 들어보면 정의내리기 어려운 것이 ‘사회’다. 여전히 사회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나고 끊임없이 흘러간다. 

얼마 전이었다. 기자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외벽 보수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밑에서 봐주는 사람 하나 없이 노동자들이 아슬아슬하게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지난 2017년 6월, 작업하는 인부의 밧줄을 절단해 사망케 한 사건이 일어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현장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모두가 건강하고, 존중받는 사회는 언제 올 것인가. 완벽한 사회를 만들기는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것이 정당화되는 세상은 바뀌어야만 한다. 

사람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사회를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내게는 그 방법이 글이었고, 기사였다. 큰 변화는 아닐지라도 대학이라는 작은 사회에 변화를 일으키고 학우들에게 메시지를 전했음에 만족한다. 내게 많은 추억과 경험을 안겨준 서울시립대신문에게 감사하며 사랑하는 신문사, 앞으로 행복하고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 


유은수 사회부장
dmstn4734@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