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국문 19)

7년 전 종영한 <아빠? 어디가!>는 아동 리얼리티를 선보이며 국민적 인기를 끌었다. 이에 편승하려는 듯 KBS 2TV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SBS는 <오! 마이 베이비>를 내놨다. 이후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 채널A의 <하트 시그널>이 성공을 거두자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나왔고 이 기조는 ENA PLAY <나는 솔로>, 넷플릭스 <솔로지옥>, 티빙 <환승연애>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엔 부부다. 채널A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이하 애로부부), MBN <고딩엄빠>,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이하 오은영 리포트), 티빙 <결혼과 이혼 사이> 등 부부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있다. 아동의 가공되지 않은 천진함, 열애 중인 성인의 사랑을 향한 본성을 엿보는 것에 이어 돈, 성관계, 감정적으로 깊이 얽힌 부부의 모습을 헤쳐 놓고 있다.
‘오은영 리포트’의 제작발표회에서 오은영 박사는 “부부는 잘 다뤄야 한다. 언제나 양쪽 이야기를 들어야 해서 갈등을 다루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유의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런 발언에도 불구하고 첫 방송 후 네이버TV에 공개된 영상 클립에 달린 대부분의 댓글은 안무가 배윤정의 남편 서 씨를 향한 비판 혹은 비난이었다. 이런 시청자 반응에는 제작진의 책임도 있다. 남편의 발언을 세 번 반복해 편집하고 발언에 대한 패널의 반응을 ‘충격’, ‘(질끈)’과 같은 자막과 함께 보여줬다. 이후 예고편에서는 배우 김승현의 부모가 서로 욕설을 퍼붓는 장면을 내보내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다른 프로그램도 예외는 아니다. 고등학생 부부의 말싸움을 그대로 전하는 ‘고딩엄빠’, 일라이·지연수 부부 싸움으로 연일 도마 위에 오르는 ‘우리 이혼했어요2’ 등 큰 자극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려는 부부 예능들이 점차 늘고 있다.

시청자 역시 이에 열광한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애로부부’는 종편에서 방송되는 밤 시간대 프로그램임에도 시청률 1%를 연일 넘겼으며 ‘우리 이혼했어요’는 시즌1에서 최고 시청률 9.3%를 찍는 인기에 힘입어 시즌2를 내놓았다.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이 발표한 5월 2주 차 비드라마 TV 검색 반응에서는 ‘우리 이혼했어요2’가 2위를, ‘고딩엄빠’가 6위를 차지했다. 

부부 리얼리티가 늘고 부부싸움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줄수록 자극은 커지고 시청자는 점차 자극에 익숙해질 것이다. 연이어 등장하는 부부 리얼리티에는 제동이 필요하다. 시청자는 본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일상을 지켜본다는 죄책감을 키워 리얼리티에 대한 잣대를 높여야 한다. 공중파와 종편도 TV라는 무차별적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부부의 노골적인 싸움 장면이 끼칠 영향력을 고려해야 한다. 또 방송사는 복제형 예능 양산을 멈춰야 한다. 엿보는 예능이 아닌 함께 즐기는 예능을 볼 때 비로소 편히 웃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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