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분들은 일단 배트에 맞으면 안타인 줄 알고 환호하는데... 파울이었습니다”. 지난달 14일 열린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서 나온 MBC 해설진의 멘트다. 여성 팬의 스포츠 경기 좌석점유율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위 멘트는 이러한 시점에 나왔다는 것을 믿기 힘들 정도로 구시대적이다. 

현재 문화예술계의 수많은 분야에서 여성혐오 표현을 자제하고자 다양한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그 공이 KBO 리그에는 닿지 않은 것일까. 실제로 지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공영방송 KBS는 모든 방송단 구성원에게 성평등 교육을 실시했다. 해당 교육은 여성 선수들의 외모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그들을 성차별적 호칭으로 지칭하지 말자는 취지에서 진행됐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올림픽 중계에서는  시청자들이 느낄 불편함을 줄이고자 대대적인 교육을 실시하는데, 매년 한 해의 절반에 걸쳐 치러지는 KBO 리그를 중계하는 방송사들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프로야구 경기를 보다 보면 파울을 안타로 착각하는 것은 여성 팬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아쉽게 안타 또는 홈런이 되지 못한 파울 타구를 보고 캐스터나 해설위원이 섣불리 환호성을 지르는 일도 흔하다. 문제가 된 중계 화면에 잡힌 남성 팬 또한 여성 팬과 다름없이 환호했다. 여성 팬에게만 초점을 맞춰 ‘여자들은 스포츠 룰에 대해 잘 모를 것’이라는 여성혐오적 생각을 어떠한 문제의식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내는 일은 그만할 때가 됐다.

변화해야 할 것은 중계 멘트뿐만이 아니다. 구단 차원에서도 해야 할 일이 있다. 응원단 소속 치어리더들의 의상을 바꿔야 한다. 이는 단순히 편하고 예쁘지 않은 옷을 말하는 게 아니다. 성적 대상화의 의미를 내포하지 않는 의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야구장 응원석에서는 짧은 치마를 입고 가터벨트를 한 치어리더들이 춤추는 모습을 무대 아래서 정성껏 촬영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른바 치어리더 직캠을 위해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앞자리를 사수하는 그들을 단지 ‘치어리더 팬’이라고 볼 수 있을까. 언제까지 ‘치어리더 의상’은 ‘치어리더’가 입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래야만 한다고 지켜만 볼 텐가.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고 있는 세상에 맞춰 KBO 리그도 이제는 퇴보를 멈추고 한 발짝 나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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