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유머 중에 그런 이야기가 있다. 한국인은 밥에 예민해서 친구가 ‘업무시간보다 많이 일을 시킨다’고 하면 “고생한다”고 하지만 ‘밥 먹을 시간도 안 줬다’고 하면 ‘극대노’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밥’을 무려 53일이나 먹지 않고 투쟁한 사람의 이야기에는 왜 그만큼 분노하지 않는 걸까.

임종린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 지회장은 밥을 먹기 위해 밥을 굶었다. 그는 SPC그룹에 휴식권 보장과 사회적 합의 이행 등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시작했다. 아프면 쉬어야 하고 열심히 일했으면 쉬어야 하는데 회사는 교묘한 방법으로 휴가를 주지 않았다. 임 지회장의 말에 따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SPC그룹은 단체협약을 통해 월 7회 휴무 이상부터 연차·보건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회사는 근로자들에게 월 5~6회 휴무를 주고 연차·보건휴가를 요구하면 월 7회 휴무가 충족되지 않아 사용이 불가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18일 아침 카메라를 들고 단식 투쟁 현장에 찾아갔다. 여성단체 기자회견이 열린다는 공지가 있었지만, 그 자리에 취재를 온 언론사는 거의 없어 보였다. 카메라를 든 사람은 기자를 제외하고 한두 팀 정도였다. 앞서 취재를 준비 중이던 언론사가 고맙게도 자리를 양보해줘 잠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임 지회장은 “회사가 노동자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며 “소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으니 소비자들은 무서워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기자회견과 퍼포먼스가 끝난 후 현장에서 여성단체 관계자와 추가 인터뷰를 진행하던 도중 한 남성이 다가왔다. 그는 명함을 내밀고 자신을 SPC그룹 커뮤니케이션실 차장이라 소개하며 “궁금하신 것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시라”고 말했다. 이후 취재하면서 SPC그룹의 입장도 담기 위해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로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가 연결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SPC그룹의 소극적인 대처에 아쉬움이 느껴졌다. 회사가 노동자와 언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소비자인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계속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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