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푸르른 봄철 ‘청춘’. 청춘의 순간을 포착해 글과 영상으로 남기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시립대신문과 함께 우리대학 언론 3사를 구성하는 The UOS Times(영자신문사)와 JBS(대학방송국) 기자들을 만나봤다. 여름의 초입에서 특별기획 ‘청춘’은 대학언론인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편집자주- 

 

한국어문학 전공을 선택하고 교환학생까지 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희 할아버지는 터키 한국전쟁 참전 용사였습니다. 그래서 저희 집에 할아버지께서 받으신 훈장과 김대중 대통령의 참전 감사 편지가 있어요. 저희 집안은 그렇게 한국과 특별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터키에 이민 온 한국인 친구와 중학교 3년을 보내게 됐어요. 한국인 친구에게 터키어를 가르치면서 친구가 됐고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두 이유로 저에게 한국은 아주 특별한 나라였어요. 사실 그때까지 한국어를 하나도 몰랐어요. 터키에서 대학 입학시험을 보고 학교와 전공을 알아보던 중 갑자기 한국어문학과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국어문학과가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다 이스탄불대학교 한국어문학과 학생이 됐어요. 터키 대학에서 한국어문학을 전공한다면 교환학생으로는 당연히 한국에 가야죠. 그렇게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하러 왔습니다.

한국에 살면서 느낀 점이 있나요
터키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교환학생으로 오게 돼 한국인 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한국인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했어요. 한국의 친구문화가 다른 나라와 이렇게 차이가 있는 줄 몰랐어요. 그러다 기숙사 외국인 친구들이 너무 좋아서 그 친구들이랑 밥도 먹고 여기저기 놀러 다녔어요. 그러니까 저는 한국에서 외국인들이랑 지내는 게 된 것이죠. (웃음) 
또 한국에서 어떤 일을 할 때 ‘외국인 카드’라는 것이 있어요. 한국인이 하면 안 되는 일이 외국인에게는 용인되는 경우가 많아요. 기사 사진을 위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건물 사진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요. 저와 같이 간 한국인 기자가 경찰에게 사진 촬영을 허락받으려고 갔지만 거절당했어요. 그런데 제가 사진 촬영을 해도 되냐 물어보니 허락이 떨어져 사진을 찍을 수 있었어요. 한국인에게 거절했는데 저한테는 허락해준 게 신기했어요. 

The UOS Times에서 하는 일을 소개해 주세요
The UOS Times는 캠퍼스 뉴스, 사회, 문화 그리고 커버까지 다양한 분야가 있어요. 그래서 매달 아이템 계획서를 쓰고 회의한 후 선택한 아이템으로 기사를 쓰고 뉴스를 발행해요. 오프라인으로 발행되는 큰 뉴스 말고도 SNS 뉴스라고 인스타그램이나 웹사이트에서만 발행되는 작은 뉴스들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썼던 기사 주제는 기숙사 조리실 소개나 교환학생들과 같이하는 축구 경기처럼 제 한국 생활과 관련된 것이 많았어요. 곧 교환학생의 한국 생활을 인터뷰한 기사가 오프라인으로 발행될 예정입니다. 기사에 나온 사진들은 저와 친한 기숙사 친구들과 같이 찍었던 사진이에요. 오프라인 매거진이 발행되면 친구들과의 추억이 영원히 남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요.

The UOS Times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한국에 오기 전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The UOS Times 수습기자 모집 게시글을 보게 됐어요. 교환학생도 신청할 수 있는지 문의하자 가능하다고 해서 지원했습니다. 이후 면접과 시험을 거쳐 수습기자가 됐습니다. 저는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지를 중요시해요. 그 당시 The UOS Times에 신청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어요. 기자가 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면접에서 떨어진다면 어쩔 수 없었을 텐데 다행히 수습기자에 합격했어요.
 

▲ 교환학생들의 아침 축구(사진제공: The UOS Times)
▲ 교환학생들의 아침 축구(사진제공: The UOS Times)

The UOS Times에 다른 외국인 기자도 있나요
지난 2019년 이후로 외국인 기자는 제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외국인이 수습기자로 기사를 쓰게 돼 한국인 기자들이 신기해하기도 했어요. The UOS Times의 시스템은 한국인에 맞춰져 있어요. 한국어로 모든 것을 진행하다가 기사를 작성할 때만 영어를 사용해서 처음에는 헷갈리는 게 너무 많았어요. 그 점이 조금 이상하기도 했었는데 다들 친절하게 도와줘서 지금은 익숙해졌어요.

당신의 청춘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이상하다’입니다. 한국에서는 ‘이상하다’를 안 좋은 의미로 쓰는데 사실 ‘이상하다’는 ‘보통과 다르다’는 의미잖아요. 저에게 보통과 다른 것은 더 좋기 때문에 나아가야 할 방향이에요. 터키에서 한국어문학과는 한류의 영향으로 여자들의 비율이 높아 남자가 지원하는 것을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많았어요. 외국인이 The UOS Times에서 기사를 쓰는 모습도 사실 이상한 것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믿을 수 없는 것을 제가 하니 저를 잘 표현하는 단어는 ‘이상하다’인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갔던 길보다 스스로 가는 길이 제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상해도 괜찮아요.

 

JBS에서 하는 일을 소개해 주세요
JBS는 세 부서로 나뉘어 있는데요. 영상기술부와 제작보도부 그리고 아나운서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제작보도부에 속한 국원을 PD라고 부르고 있어요. PD는 영상을 기획하고 대본을 쓰며 촬영에 필요한 장소라든가 사람을 섭외해요. 그리고 아나운서부의 아나운서는 PD의 영상 기획을 구체화하고 영상에 출연하는 역할을 합니다. 영상기술부에 있는 엔지니어는 촬영을 돕거나 촬영 영상을 편집해서 영상을 송출하고 있습니다. JBS에서는 영상 제작뿐만 아니라 매일 점심과 저녁에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어요.

JBS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지금은 다큐멘터리 PD를 꿈꾸고 있지만 고등학교 3년 동안은 역사 교사가 꿈이었어요. 그렇게 역사 교사를 진로로 생각하다가 교사를 한다면 학생들에게만 역사 지식을 전달할 수 있지만 PD가 돼서 역사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면 남녀노소 많은 사람에게 역사적 교양을 쌓도록 도울 수 있을 것 같아 역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다는 꿈이 생기게 됐어요. 그래서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대학 방송국을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했고 JBS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JBS에서 기억에 남았던 활동이 있나요
지난 학기 ‘담 너머 서울’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이 가장 좋았어요. 담 너머 서울은 서울의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서 진행하는 코너로 매주 한 번 저녁에 송출됐습니다. 이 코너를 듣는 사람이 많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대본으로 쓰고 선곡도 골라본 게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 에피소드 중 왕십리와 같은 주변 지역에 관련된 역사 이야기를 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또 신입생 키트 배부 뉴스를 촬영하기 위해 대면 취재를 나갔던 때도 기억에 남아요. 지난 학기까지 비대면으로 수업이 진행됐을 때는 중앙로를 나가도 사람이 없어서 인터뷰이를 찾는 게 어려웠어요. 그러다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신입생 키트 배부에 맞춰 중앙로로 취재하러 처음 나갔어요. 그때 학교가 신입생들로 북적거렸고 신입생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정말 대면 수업이 시작되는구나 했었어요.

방송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성공적이라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소에도 영상 제작하는 것이 힘들지만 방송제 특성상 더 높은 수준의 영상을 만들어야 했어요. 그렇게 방송국 국원 모두가 방송제 준비를 위해 한 달의 시간을 쏟아부으면서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어했어요. 특히 방송제 직전까지 엔지니어들과 함께 편집실에서 밤을 새우면서 영상을 계속 수정했어요. 그러다 방송제가 이틀 남은 날 영상을 편집하며 한창 정신없을 때 편집실에 바퀴벌레가 나타났어요. 5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한 시간 동안 안절부절못하다가 결국 제가 대걸레로 바퀴벌레를 잡았어요. 그때가 새벽 5시쯤이었어요. 바쁜 와중에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면서 빨리 편집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안달이 났던 일화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방송제 당일에 많은 분이 영상을 봐주시고 즉각적인 반응을 해주셔서 뿌듯했습니다.
 

▲ 지난달 20일 방송제 JBS 국원 단체사진(사진제공: JBS)
▲ 지난달 20일 방송제 JBS 국원 단체사진(사진제공: JBS)

[言論 : unknown]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본 언론사 사람들의 청춘은 어땠나요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관찰한 언론사 사람은 정말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모두 열정적이었어요. 영상에는 각 언론사 주요 출연진 세 분이 주로 나왔지만 촬영하면서 전반적인 부분을 취재하다 보니 모든 언론사 국원들의 모습을 살필 수 있게 되더라고요. 구성원 전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이 멋졌습니다. 사실 이번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 전까지 서울시립대신문과 The UOS Times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하게 알지 못했어요. 그러다 이렇게 촬영하면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됐어요. ‘나에게 언론사란’이라는 질문에 언론사 사람들이 답변하는 식으로 영상을 마무리 지었는데 그걸 보면서 언론사 사람들에 대해 동질감과 유대감이 생기기도 했어요.

JBS 외에 추천하고 싶은 활동이 있나요
학과마다 있는 학부생 연구원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JBS 활동을 하면서 전공 지식이 부족해진 느낌을 받아 전공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 학부생 연구원을 하게 됐어요. 국사학과 학부생 연구원은 고대사, 조선사, 근대사로 나뉘는데 고대사를 선택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근대사에 관심이 더 많았는데 대학에서 공부해보니 고대사의 비중이 크고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고대사 능력을 키우고 싶어 학부생 연구원을 신청하게 됐습니다. 아직 학부생 연구원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공부하는 과정에서 한문 사료 원문을 읽어보면서 전공 관련 지식이 늘어간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당신의 청춘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시냇물’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잠깐의 젊은 시절만을 청춘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잔잔하게 흘러가는 시냇물처럼 청춘을 즐기고, 하고 싶은 것도 다 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글·사진_ 최윤상 기자 
uoschoi@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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