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보물찾기

▲ 펄펄 끓고있는 고려삼계탕
▲ 펄펄 끓고있는 고려삼계탕

시청역 10번 출구에서 나와 5분 정도 걷다 보면, 골목 모퉁이에 위치한 고려삼계탕 집을 찾을 수 있다. 고려삼계탕은 서울미래유산이자 지난 2017년부터 미슐랭가이드에 등재됐다. 삼계탕은 서울 양반들이 즐겨온 전통적인 여름 보양식이다. 

하지만 고려삼계탕 창업주인 이상림 씨가 상품화하기 전까지 삼계탕은 가정에서만 만들어 먹던 음식이었다. 이 씨는 남대문시장 양계장에서 일하며 삼계탕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양계장에서는 삼계탕용 약병아리를 즉석에서 잡아 다른 부재료들과 함께 팔았는데, 복날 전후로 하루 수백 마리가 팔려나갔다. 이에 이 씨는 삼계탕을 직접 끓여 팔면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해 1960년 명동 입구에 작은 삼계탕집을 열었다. 그리고 1978년 당시 서울에서 최고 상권으로 평가받던 시청 부근 서소문동 현 위치에 5층짜리 건물을 매입해 정착했고 현재 2대째 가게를 이어오고 있다. 

평일 오후 5시쯤 식당에 방문하자 이른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내부는 현대적인 감각이 조화를 이룬 인테리어와 주황색 유니폼을 갖춰 입은 종업원 분들로 인해 깔끔한 인상을 받았다. 음식점에는 잔잔한 음악이 흘러 느긋하게 식사할 수 있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일반 삼계탕과 오골계 삼계탕이다. 건강식으로 더할 나위 없는 산삼과 전복을 활용한 삼계탕도 판매되고 있다. 

삼계탕을 주문하자 밑반찬으로 생마늘과 초장, 김치와 깍두기가 나왔다. 소량의 인삼주도 제공됐는데 인삼의 쓴맛과 알코올이 적절히 섞여 입맛을 정돈해줬다. 주문 후 약 10분이 지나자 돌솥에 담긴 펄펄 끓는 삼계탕이 나왔다. 이곳의 삼계탕은 모두 돌솥에 조리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따뜻한 상태로 즐길 수 있다. 훌륭한 상태의 한국식 전통 닭 요리를 즐기기에 적합한 음식점인 것이다. 뼈가 잘 빠질 정도로 푹 끓인 닭과 인삼 향이 밴 찹쌀죽이 잘 어우러졌다. 찹쌀죽의 담백하고 부드러운 식감은 삼계탕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거부감을 낮춰줄 것 같았다. 인삼과 대추, 마늘과 각종 한약재가 어우러진 국물에서는 오랫동안 영업해왔다는 자부심과 기품이 느껴지는 듯했다. 

육질이 단단하고 쫄깃쫄깃한 생후 7주의 웅추*에 인삼과 찹쌀, 대추, 각종 한약재가 어우러진 고려삼계탕은 수백년을 이어온 여름 보양식에서 유래했다. 이러한 내력을 계승해 고려삼계탕은 현대 삼계탕 전문점의 모든 노하우를 개발하고 정착시켰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대를 잇고 있다. 삼계탕은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고 세계인들이 인정하는 한국 고유의 보양식이다. 부드러운 식감과 뛰어난 영양을 갖춘 삼계탕이야말로 한식의 매력을 세계적으로 알리기에 적합한 음식이다. 이번 여름, 우리나라 고유의 맛을 느끼며 무더위를 날려 보내자. 

*웅추: 병아리의 수컷을 이르는 말  


글·사진_ 이유진 수습기자 
uzzin081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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