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KIA 타이거즈 대 두산 베어스의 시즌 5차전 경기 관람을 위해 방문한 잠실야구장은 야구 팬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팬들은 직관을 직관답게 즐기지 못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이후 야구장은 활기를 되찾았다. 마스크 착용을 해야 하긴 하지만 육성 응원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 KIA 타이거즈 팬들이 팬덤의 상징과 같은 노란색 막대풍선을 들고 팀을 응원하고 있다.
▲ KIA 타이거즈 팬들이 팬덤의 상징과 같은 노란색 막대풍선을 들고 팀을 응원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팬 이석민(31) 씨는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맛있는 음식과 맥주를 먹기 위해 야구장에 방문한다”며 “이러한 묘미를 즐기지 못하다가 이제 전과 같이 즐길 수 있게 돼 행복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양 구단 응원석은 응원도구인 흰색(두산 베어스)과 노란색(KIA 타이거즈) 막대 풍선이 좌석을 가득 메우고 있어 장관이었다. 공수의 순간을 가리지 않고 신나는 노래에 맞춰 치어리더들과 함께 응원하는 팬들의 목소리에서 즐거움이 묻어났다. 이날 잠실야구장에서는 만루홈런을 포함해 3개의 홈런이 나와 응원 열기가 더욱 뜨거웠다. 
 
2년 만에 팬과 함께 외친 플레이볼

코로나19 여파로 인기 하락의 조짐이 보이던 KBO 리그가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많은 전문가와 팬들이 입 모아 KBO 리그의 인기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말한다. 정우영 SBS 스포츠 아나운서는 “이제는 예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회복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함성이나 중계 화면에 비치는 관중이 있고 없고에 따라 분위기 차이가 컸다”며 “TV 중계에서도 팬들이 없으니 심심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모 방송사에서는 득점의 순간에 환호성 효과를 넣기도 했지만 실제 관중만큼의 효과를 낼 수는 없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 2019년과 지난달 평균 관중의 수가 비슷하고, 시청률 역시 코로나19 직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데일리 이석무 스포츠 기자는 “LG 트윈스나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처럼 오랜 역사의 인기팀이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이 리그 흥행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LG나 KIA 구단은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등 모기업에서 의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팬들이 더 기대를 갖고 야구장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 ‘KBO 어린이 팬 데이’를 즐기는 어린이 팬들의 모습(출처: KBO 뉴스레터)
▲ ‘KBO 어린이 팬 데이’를 즐기는 어린이 팬들의 모습(출처: KBO 뉴스레터)

일각에서는 KBO 리그 인기 하락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작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원인으로는 국제 대회 야구 대표팀의 성적 부진이 꼽힌다. 지난 2015년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서 극적인 우승을 마지막으로 야구 대표팀은 WBC(World Baseball Classic)나 지난해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이 기자는 “국제대회 성적을 선수들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야구 경쟁력이 떨어진 측면도 없지 않다”며 “세계 무대에서도 손꼽히는 야구를 만들어야 국민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국제대회 성적을 인기의 변수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정 아나운서는 “베이징올림픽 우승이 KBO 리그 흥행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의 부진이 KBO 리그 인기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말에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KBO 리그 시청률은 원래 시즌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하락하는 추세”라며 “시즌 중간에 치렀던 도쿄올림픽 이후 시청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첫 야구인 총재, KBO 구원투수 될까

최근 KBO 리그는 수준 저하 논란과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로 위기를 겪기도 했다. 지난 3월 허구연 MBC 해설위원이 KBO 총재로 선출된 것은 야구계가 다급함을 느끼고 있다는 증표다. 그동안 KBO 총재는 모두 기업인과 정치인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허 총재는 최초의 야구인 출신 총재로 ‘클린베이스볼’과 ‘팬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이전 총재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3차례 음주운전을 한 강정호의 복귀를 막기도 했다. 

『KBO 규약 제44조 제4항』 ‘총재는 리그의 발전과 KBO의 권익 보호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선수와의 선수계약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이 그 근거가 됐다. 또한 KBO는 출범 40주년을 맞아 ‘어린이 팬 데이’를 신설하고 MZ세대 위원회 ‘SHIFT’를 발족해 젊은 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석무 기자는 “야구인이 KBO 총재가 되면서 리그 흥행을 위해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이 의지가 팬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고 있는 것 같다”며 “선수들도 리그 흥행에 위기감을 느끼면서 책임감과 윤리 의식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팬서비스와 선행으로 유명한 NC 다이노스 손아섭 선수에게 허 총재의 팬서비스 정책에 대한 생각을 묻자 “팬들과 좀 더 많은 소통을 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이라며 “팬들이 있어야 프로야구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팬서비스도 잘하고 야구 외적으로도 모범이 되는 생활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경기력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팬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팬서비스를 나부터 실천하겠다”고 다짐을 내비쳤다.

한편 젊은 세대의 유입을 위해 KBO에서 뉴미디어 활용을 장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타 스포츠에 비해 경기 시간이 긴 야구의 특성상 짧은 러닝타임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에게 뉴미디어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석무 기자는 “MZ 세대들이 즐길 수 있는 KBO 리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데 KBO가 설정한 규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KBO 리그 뉴미디어 중계권 컨소시엄을 통해 알려진 KBO 리그 2차 가공물 단속 정책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기자는 “팬들이 영상이나 기록에 자유롭게 접근해 콘텐츠를 제작하도록 두는 것이 KBO 리그 전체 발전에 도움이 되고 야구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는 원동력”이라며 “팬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즐기도록 열어주는 관용이 필요하고 앞으로는 이런 부분까지도 염두에 두고 중계권 계약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위기냐 기회냐...타석에 선 KBO 리그

KBO 리그는 거리두기 해제와 최초의 야구인 총재 부임에 따라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인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기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젊은 스타 선수가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야구 팬을 넘어 대중에게까지 유명한 선수들은 홈런을 잘 치는 거포형 타자, 삼진을 잘 잡는 투수다. 

현재 프로야구는 세이버메트릭스의 영향으로 출루율이 선수의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 지표가 됐다(▶참고기사: 제744호 8면 「통계와 빅데이터의 스포츠, 야구」). 정우영 아나운서는 “출루를 많이 하고 땅볼을 많이 유도하는 선수들도 훌륭하지만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홈런 타자와 삼진을 잘 잡는 투수 등 젊은 스타 선수들의 활약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스포츠과학과 황선환 교수 또한 “프랜차이즈 스타를 발굴하고, 지역 연고가 있는 선수들이 해당 팀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황 교수는 “모기업이 연고 지역에 친사회적 기업 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진행해 지역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며 “동시에 유소년 육성, 지역 사회인 야구 활성화, 시설 확충 등 지역 야구 발전에 더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40주년을 맞은 KBO 리그는 원년 캐치프라이즈인 ‘어린이에겐 꿈을, 젊은이에겐 정열을, 온 국민에겐 건전한 여가선용’이라는 초심을 되새길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기로에 선 KBO 리그는 인기 회복을 넘어 쐐기포를 날리기 위해 타석에 들어섰다.


글·사진_ 오유빈 기자 oyubin99@uos.ac.kr
글_ 최윤상 기자 uoschoi@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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