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가 네모 모양이라고?” 서울 구로구 거리를 걷다 보면 특이하게 네모 모양으로 다듬어진 가로수를 만날 수 있다. 보통 가로수는 세모 모양 또는 자연스럽게 퍼지는 모양을 띠는데 직육면체 모양의 구로구 가로수는 색다른 느낌을 준다. 충북 단양군에서도 둥근 버섯 모양의 독특한 가로수를 볼 수 있다. 동화 속 나무 같은 가로수의 모습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 사각가지치기 작업을 한 구로중앙로의 모습
▲ 사각가지치기 작업을 한 구로중앙로의 모습

가로수의 숨은 역할들

우리 주변의 가로수는 아름다운 미관 조성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먼저 대기오염을 정화한다. 나무는 광합성 작용을 위해 기공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신선한 산소를 배출한다.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도시 공해의 주원인인 이산화황과 이산화질소, 미세먼지까지 흡수한다. 

또한 미세먼지가 가로수의 잎 표면이나 털에 흡착돼 있다가 비가 내리면 함께 지면으로 떨어지면서 대기오염물질이 감소한다. 가로수는 여름철 직사광선을 차단해 도시의 기온이 주변 교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나는 현상인 열섬효과를 완화하기도 한다. 산림청 도시숲경관과 담당자는 “양버즘나무 1그루는 1일 평균 잎 1㎡당 664kcal의 대기열을 흡수한다”며 “이는 하루 평균 15평형 에어컨 5대를 5시간 가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말했다.

가로수는 생물다양성 증진에도 기여한다. 녹지가 부족한 도심에 위치해 도시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제공하고 야생동물의 이동통로 기능도 수행한다. 도로를 따라 조성된 가로수는 차량 운전자에게도 편의를 제공한다. 운전자의 시선을 도로로 유도하고 강한 햇빛을 가려줘 사고 위험을 감소시킨다.
 
가로수로 선택되는 나무들은 각자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20년 산림청이 조사한 전국 가로수 통계에 따르면 △벚나무류(16.6%) △은행나무(10.9%) △이팝나무(7.0%) △느티나무(5.8%) 순으로 많았다. 벚나무류는 공해에 강한 편은 아니지만 3월에서 5월 봄철에 흰색 벚꽃을 피워 경관 가치가 우수하다. 은행나무와 이팝나무는 공해에 강하고 이식도 용이하다. 은행나무는 가을철 노란 단풍이 들고 이팝나무는 봄철 흰 꽃을 피워 아름답기까지 하다. 느티나무는 나뭇잎이 빽빽하다는 특징이 있어서 주로 선택된다.
 

도심 속 가로수 관리하기

이렇듯 많은 이점을 가져다주는 가로수지만 도심에 인위적으로 심어놓은 나무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가지치기와 열매 처리 등 가로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런 질서 없이 나무에 뒤덮인 도시가 될 뿐이다. 특히 두 번째로 많은 가로수인 은행나무의 열매는 냄새가 매우 지독할 뿐 아니라 행인이 열매를 밟으면 거리가 지저분해지기 일쑤다. 이런 단점에도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선택되는 이유에 대해 산림청 도시경관과 담당자는 “은행나무는 건조에 강하고 도심 공해의 주원인인 아황산가스와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쉽게 불에 타지 않고 추위를 잘 견디기 때문에 가로수에 적합하다”고 답했다. 

한편 은행나무의 열매는 암나무에만 열리는데 이전에는 일정 기간 성장해야 암수를 구별할 수 있어 수나무를 골라내기 어려웠다. 다행히도 최근 DNA 분석기술을 통한 암수 구별 기술이 개발되면서 서울 강북구와 충남 아산시 등에서는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대학 조경학과 한봉호 교수는 “은행나무 암나무와 수나무의 조직이 다르다”며 “인간 또는 동물들의 DNA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은행나무 조직을 채취해 분석하면 암수 구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열매 처리도 문제지만 우후죽순으로 자라나는 가지도 주기적으로 잘라줘야 한다. 가로수가 과도하게 자라 상가 간판과 도로표지판을 가리거나 전선 및 통신선을 훼손하는 경우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이는 가로수의 고유한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하지만 길을 걷다 보면 종종 가지가 잘려 나가 지나치게 앙상한 나무를 볼 수 있다. 한 교수는 “주로 주변 표지판을 가리거나 전선 훼손을 막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가지치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잘못된 가지치기는 가로수 생육을 저하시키고 도로 경관을 훼손한다”고 전했다. 

올바른 가지치기의 기준은 산림청에서 지난 2020년 발표한 「가로수 조성·관리 매뉴얼」에 제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가지치기 대상 가지는 △마른 가지 △병충해 피해지 △늘어지거나 가지끼리 교차해 미관상 좋지 않은 가지 △아래로 향하거나 안으로 향한 가지 등이다. 한 교수는 “최근 특색있는 경관을 위해 다양한 도형으로 가지치기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많은 경우 가로수 생육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초록이 어우러진 우리대학 

우리대학에서도 다양한 가로수들이 식재돼 조경을 빛내고 있다. 왕벚나무와 느티나무, 목백합, 회화나무, 소나무, 매화나무 등 그 종류도 여러 가지다. 덜꿩나무, 좀작살, 화살나무 등 키 작은 나무도 다양하다. 그만큼 훌륭한 경관을 볼 수 있지만 관리 또한 어렵다. 조경을 담당하는 시설과 담당자는 “우리대학 수목에 대한 특별한 관리 방법은 없지만 자체 관리 인력이 급수, 전지, 병해충 방제작업 등을 지속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부족한 녹지량 확충을 위해 식재 적기에 맞춰 수목을 적절히 심는 등 에코캠퍼스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우리대학에서도 가로수의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가로수는 우리에게 많은 이점을 가져다준다. 도시와 나무의 건전한 상생을 위해 가로수에 관심을 가지고 보전하려는 노력이 계속돼야 할 것이다. 


글·사진_ 조은정 수습기자 
choej81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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