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이하 GTX)는 수도권 민심을 흔들 카드로 떠올랐다. 여야와 지역을 막론하고 후보들은 GTX 노선 신설, 연장, 유치 공약을 대거 내걸며 수도권 민심을 얻으려 애썼다.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선인은 GTX-D 노선을 인천 지역에 유리하게 Y자로 건설할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경기도지사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역시 GTX A·B·C 노선 조기 완공과 D·E·F 노선 신설을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 GTX 노선과 정차역(2022.02.24. 기준, 자료: 국토교통부)
▲ GTX 노선과 정차역(2022.02.24. 기준, 자료: 국토교통부)

더 빠른 속도로 기존 지하철 보완한다

GTX는 수도권 교통난 해소와 장거리 통근자 교통복지 제고를 위해 수도권 외곽과 서울 내 주요 교통 거점을 30분 내로 연결하는 광역열차다. 현재 △운정역과 동탄역을 잇는 GTX-A △인천대입구역과 마석역을 잇는 GTX-B △덕정역과 수원역, 상록수역을 잇는 GTX-C까지 총 3개 노선이 확정됐다. GTX-A 노선은 2017년 착공돼 2024년 개통될 예정이며 GTX-B 노선은 2024년 착공돼 2030년 개통 예정, GTX-C 노선은 2023년 착공돼 2027년에 개통 예정이다. 

GTX가 일반지하철과 비교해 가지는 가장 큰 차이점은 ‘급행철도’라는 이름처럼 표정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대중교통은 자가용이나 택시 같은 일반 교통수단과는 달리 정해진 정류장마다 정차해야 하기에 속도가 빠르더라도 정류장이 많으면 표정속도는 감소한다. 때문에 일반지하철은 최고속도가 70~90km/h에 이르지만 표정속도는 대체로 40~50km/h 수준에 머무른다. 반면 GTX는 역에 최소한만 정차하면서 90km/h 이상 표정속도를 낼 수 있다. GTX-A 노선의 길이는 83km 수준이나 정차역은 10개다. 일반지하철인 분당선이 수원역~왕십리역 기준 53km에 정차역은 37개임을 감안하면 GTX와 일반지하철 간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수도권 교통혁명, 30분 출근 시대 열릴 것’ 

전문가들은 GTX 개통이 수도권 지역주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고 있다. 우선 수도권 지하철을 괴롭혔던 고질적 문제인 낮은 서울 접근성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측된다. GTX 이전에도 접근성 개선을 위해 특정 역에만 서는 급행열차를 운행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예산 문제와 운영 시설 부족으로 인해 현재 1호선과 경의·중앙선 등 일부 노선만 급행열차를 출퇴근 시간에 한정 운행하는 실정이다. 

2019년 GTX-B 노선 예비타당성조사에 외부연구진으로 참여했었던 A씨는 “GTX는 정차역을 최소화해 빠른 표정속도를 확보함으로써 기존 광역철도 대비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GTX 노선 인근 주민들 역시 GTX를 통해 빠른 서울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는데 큰 기대를 품고 있다. GTX-A 노선이 정차할 연신내역 주변에 거주하는 김태주(국사 21) 씨는 “연신내에서 청량리까지 등교하려면 거의 1시간이 걸리고 환승도 해야 했다”며 “GTX가 개통되면 20분이면 갈 수 있다고 들어 등교가 상당히 편해질 것 같다”고 답했다. 

‘서울공화국 가속화, 이름만 급행열차 될 수도’

그러나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현재도 심각한 문제인 서울집중 현상이 GTX로 인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보다 먼저 광역급행철도를 운영한 영국과 프랑스는 도심부로 통근할 수 있는 지역이 확장돼 해당 지역까지 도심부의 위성도시로 편입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A씨는 “광역급행철도로 위성도시가 된 해외 도시는 주거, 상업, 업무 등 종합적인 기능을 갖춘 도시보다는 주거 기능만을 갖는 베드타운으로 변모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광역급행철도 건설로 서울 집중화가 가속화되면 이는 광역급행철도의 주요한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면밀한 고민을 당부했다. 

점점 늘어나는 GTX 정차역 역시 비판받는 요소다. 교통망이 열악한 수도권 외곽 주민들이 너도나도 자기 지역에 GTX 정차역을 추가해달라고 요구하면서 기존에 계획했던 것보다 정차역 숫자가 증가한 것이다. 일례로 GTX-C 노선은 기존 계획에서는 정차역이 10개였지만 협의 과정에서 왕십리, 인덕원, 의왕, 상록수역이 추가돼 14개로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지역이기주의로 인해 GTX가 이름만 급행열차가 될 것이란 반응도 존재한다. GTX-A 노선이 정차할 성남 분당에 거주하는 최병현(융전 22) 씨는 “분당선도 집값 이슈 때문에 역이 하나둘 늘어 선릉~수서 구간은 한 블록마다 역이 있다”며 “GTX 역시 같은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GTX 정차역 선정이 지역 교통 수요를 반영하되 ‘급행열차’라는 당초 목적을 저버려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A씨는 “외곽지역에 정차역이 너무 많아지면 표정속도가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일정 수준 이상 수요가 발생하더라도 인접 지역에 정차역이 존재하는 경우 과감하게 건너뛸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표정속도: 목적지까지 거리를 대중교통이 목적지까지 걸린 시간으로 나눈 속도


임호연 수습기자 
2022630019@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