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커뮤사세’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그들이 사는 세상’의 합성어로, 온라인 커뮤니티(이하 커뮤니티) 생활에 몰입한 나머지 현실과 동떨어져 세상 물정 모르는 언행을 일삼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에서 사람을 대면하고 직접 표출할 수 없는 언행을 커뮤니티에서는 쉽게 행하는 것이다. 커뮤니티 내에서만 문제시되는 극단적 이슈와 사상에 대해 치우치게 사고하는 경우도 있다.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많은 사람들이 토의하는 광장 역할을 하던 커뮤니티가 갈등과 혐오의 근거지로 변질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웹사이트 시밀러웹에서 제공한 커뮤니티 그래픽 지수에 따르면 국내 커뮤니티 이용자 수 상위 10위권에는 디시인사이드, 에펨코리아, 루리웹, 일간 베스트 저장소, 네이트판, 더쿠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중 디시인사이드, 에펨코리아, 루리웹 등의 주 이용자는 2030 남성이고 더쿠, 네이트판의 주 이용자는 2030 여성이다. 자유로운 논의의 장에서 논란의 중심으로 변질된 커뮤니티와 주 이용자인 청년의 관계에 대해 알아봤다. 
 

커뮤니티 역기능, 갈등

커뮤니티는 공통된 관심사나 가치를 가진 이들이 소통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이는 개방성과 자율성, 공동체성 등의 특징을 가진 웹사이트를 포괄한다. 커뮤니티는 △에브리타임과 블라인드 등 특정 집단이 사용하는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등 주제별 게시판 형식의 커뮤니티 △네이버 카페 등 포털 기반 커뮤니티 △인스타그램 등 모든 SNS를 포함한다. 2010년대 이후 커뮤니티의 범위와 영향력이 확대되며 부정적 영향도 늘어났다. 

서울시립대신문은 우리대학 재학생 2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통해 커뮤니티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알아봤다. 커뮤니티의 부정적 기능에 대해 묻는 질문에 ‘폭력적이고 혐오적인 화법이 확산된다’고 답한 학생이 38.1%로 가장 많았다. ‘현실과 동떨어진 소수의 극단적 여론이 수용된다’(30.5%), ‘가짜뉴스와 루머가 확산된다’(20.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커뮤니티의 이러한 부정적 기능은 대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접속하기만 해도 쉽게 체감할 수 있다(▶참고기사: 제754호 5면 「당신의 ‘에타’는 안녕하신가요, 대학가를 휩쓴 혐오」). 

한편 커뮤니티의 긍정적 기능을 묻는 질문에는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과 인터넷상에서 교류할 수 있다(37.6%) △시공간적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이슈를 접할 수 있다(37.6%) △익명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토의할 수 있다(24.8%) 순으로 응답이 이어졌다. 다만 최근에는 커뮤니티의 부정적 기능이 더 부각되면서 사회문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에 답변한 한 학생은 “평소에 사람들과 커뮤니티에서 다뤄지는 사회 이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피하게 됐다”며 “커뮤니티의 긍정적 기능도 아직 존재하지만 부정적 기능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커뮤니티는 왜 갈등과 혐오를 재생산하는 공간으로 전락했을까. 지난해 11월 개최된 ‘SBS D포럼 2021’에서는 인공지능 기반 알고리즘이 개인의 관점과 유사한 정보만 선별해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의견을 접할 기회를 점차 차단한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의견만 접한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해 다양성을 인정하는 대신 비난하고 혐오하게 된 것이다.

『K를 생각한다』의 저자 임명묵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게토*를 형성할 수 있어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주장들이 주도권을 쥔다”며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커뮤니티를 통해 결집 세력을 만들고 여론에서 다수를 압도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커져가는 커뮤니티 영향력 

최근 청년층 내에서 커뮤니티에 대한 인식 문제는 팽팽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립대신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학생들의 커뮤니티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 입장(35.2%), 부정적 입장(36.2%), 아무 생각 없음(28.6%)으로 고르게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커뮤니티가 현실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청년들은 커뮤니티에 대한 인식과 별개로 커뮤니티의 영향력은 유의미하게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커뮤니티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나타낸 응답자 74명 중 62.2%는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크다’고 답한 반면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작다’는 답변은 17.4%에 불과했다. 커뮤니티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인 답변자들의 인식도 비슷했다. 76명 중 77.6%가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크다’고 답했고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작다’고 답한 경우는 7.9%에 그쳤다. 

다만 이렇게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확장되는 현상에 대해 걱정된다는 입장을 밝힌 학생들이 다수였다. 설문조사에 답변한 학생들은 “커뮤니티 영향력이 확장되며 인터넷 상에서만 싸우고 끝날 일이 현실로까지 이어져 사회 계층 간 갈등을 유발했다”, “커뮤니티 내에서 나와 대립하는 집단에 대해 현실에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된다”, “실제 정치계와 경제계에서 커뮤니티 여론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이를 이용하며 사회적 논의의 수준이 뒤떨어졌다”라는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박유진, 김재휘 교수의 논문 「인터넷 커뮤니티의 사회적 지지가 커뮤니티 몰입과 동일시 및 개인의 자아존중감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커뮤니티 구성원은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자신을 커뮤니티와 동일시하게 된다”며 “구성원들이 커뮤니티의 가치와 규범을 공유해 이에 몰입하며 자신이 사회적 지지를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전한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커뮤니티에 일체화됨으로써 현실 세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앞서 진행했던 설문조사에 응답한 한 학생은 “우리는 어떤 매체의 영향에서든 자유로울 수 없다”며 “매체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 경계하고 선택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했다. 변질된 커뮤니티가 다시금 대중의 공론장으로 돌아갈 시점이다. 


*게토: 이민자들 또는 특정 인종이 모여 사는 곳 


정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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