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회 앞은 ‘간호법 제정’을 두고 떠들썩했다. 제51회 국제간호사의 날인 지난달 12일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는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며 결의대회를 펼쳤다. 이에 반발해 10일 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이하 간무협)는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공동 궐기대회에 나섰다. 이필수 의협회장과 곽지연 간무협회장은 반대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삭발식까지 진행했다. 간호법 제정은 의료계 갈등의 불씨로 떠올랐다. 
 

의료법에서 독립, 간호법

『간호법』이란 간단히 말하면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에 관련된 법을 분리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모든 의료인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사항을 의사법과 같은 개별 규정이 아닌 의료법에 통합해 규정한다. 간호법은 의료법에서 간호사 등과 관련된 법을 분리해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둔다. 

간호법은 간호계의 숙원이었다. 간협은 1951년 제정된 의료법으로는 바뀐 시대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1977년부터 해당 법령 제정을 추진했다. 지난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간호법 제정 추진을 약속했고 지난해 3월 간호법이 발의됐다. 처음 발의됐을 당시 간호법 상 간호사 업무 범위 면에서 논란이 일었다. 본래 의료법 규정의 ‘의사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 보조’가 아닌 ‘의사 지도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이는 ‘진료 보조’에서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업무 범위를 확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간호사의 독자적 개원과 진료 가능성이 대두됐다. 그러나 의협과 간무협의 반대로 간호사 업무 범위는 ‘진료 보조’로 다시 현행 의료법을 따랐다. 이외 발의된 간호법에는 △지역사회돌봄체계 마련 △간호사 고용기관의 근무 환경 개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 일·가정양립 △간호사 인권침해 금지 조항이 포함됐다. 

간호법을 두고 찬성 측 간호사와 반대 측 의사, 간호조무사의 입장은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찬반 대립의 주요 쟁점 중 첫째는 간호사의 업무 영역 규정 범위다. 위에 등장한 논란으로 수정됐으나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타 의료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반대 의견이 있었다. 둘째는 지역사회통합돌봄체계에 대한 내용이다. 빠른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간호사의 업무 영역은 이전보다 넓어졌다. 이에 따라 간호법에서는 의료기관뿐 아니라 장기 요양기관, 사회복지시설, 장애인복지시설, 보건소와 같은 지역사회로 확장된 의료기관에서 간호사가 1명 이상 필수적으로 근무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간호법은 국민 건강을 위한 법”

 간호사가 간호법 단독 입법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협 관계자에 따르면 “보건의료 환경 변화와 현행 의료법의 한계”가 원인이다. 보건의료 환경 변화에 대해 간협 관계자는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2, 3차 병원급 의료기관뿐 아니라 1차 지역사회 의료기관으로 간호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확대될 것”이라며 “이에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양질의 간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 면허와 의료기관 개설에 관한 사항이 대부분이라 다양한 간호업무를 포함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간호법의 주요 쟁점에 대한 찬성 측의 의견은 긍정적이다. 첫 번째 쟁점인 간호사 등의 업무 범위에 대해 간협 관계자는 “간호법은 의료법에서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간호 인력의 업무 범위를 정함으로써 불법적인 의료행위를 근절할 수 있다”며 “PA 간호사*에게 진료받고 의사에게 수가를 지불하는 등의 부당한 의료비 지출을 예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찬성 측은 두 번째 쟁점인 지역사회통합돌봄체계에 대해서도 적극 지지한다. 

간협 관계자는 “간호법으로 지역사회 의료기관에 간호사를 배치해 수준 높은 전문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간호법이 숙련된 간호 인력 양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간협 관계자는 “우리나라 간호사의 노동 강도는 외국과 비교하면 많게는 4배에 달해 가히 살인적”이라며 “현행 의료법에 없는 간호법의 처우개선 조항으로 적정 간호 인력 확보와 장기근속 유도가 가능해진다”고 의견을 표했다. 덧붙여 “간호법은 간호사에 대한 처우개선을 제도화해 숙련된 간호 인력을 확보하고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호소했다. 

“간호사만을 위한 간호사법일 뿐”

간호법에는 간호조무사도 포함돼 있으나 간호조무사 측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간무협 전동환 기획실장은 “간호법은 간호사만을 위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간호조무사는 피해를 받게 돼 반대한다”며 “현재 추진되는 간호법은 여러 문제가 있어 이 법이 정말 유일한 대안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반대 측이 간호법의 문제점으로 삼은 것은 첫째로 간호조무사의 일자리 상실이다. 기존의 간호조무사는 지역사회 의료기관에서 단독으로 근무하면서 촉탁의**의 지도하에 업무를 수행했다. 전 기획실장은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보조해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규정으로 간호사 없이 단독으로 일을 할 수 없다”며 “일자리를 잃는 등 심각한 생존권 침해 문제가 발생한다”고 호소했다. 

덧붙여 “지역사회에서 간호의 역할이 커지는 것은 맞지만 간호사뿐 아니라 다수 의료인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며 “지금 간호법은 간호사 역할만 지역사회로 확대하자는 것이라 간호사만을 위한 법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간무협에서 둘째로 언급한 문제점은 간호조무사의 학력 제한 문제다. 간호조무사 시험의 응시 자격은 특성화고와 간호학원 학생으로 제한돼 있어 전문대 간호조무과 졸업시에는 자격시험을 볼 수 없다. 

전 기획실장은 “간호조무사가 더 많이 공부해 직무능력을 향상하고 국민건강증진에 더 기여할 수 있지만 간호법 상에서는 이를 막아놓았다”며 “간호조무사를 제외한 모든 직업은 자격시험 응시 자격이 ‘고졸 혹은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으로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 인력의 처우개선에 대해 전 기획실장은 “간호법이 아닌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통해서 해결하는게 간호법 제정보다 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간호법 조정안은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의협과 간무협의 거센 반발로 간호법 제정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간호법의 논의는 후반기 국회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전담간호사로 의사의 감독 아래에 병력 작성, 진찰, 치료와 간단한 수술 등 의사가 행하는 업무 중 일부를 할 수 있는 사람 
**촉탁의: 학교나 회사 같은 곳에서 건강 진단과 질병 치료 따위를 위촉하고 있는 의사


최수빈 수습기자 
csb@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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