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빈(도행21)

이례적 폭우가 한국을 강타했다. 도시가 침수됐고 시민들이 입은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특히 서울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강남이 물에 잠겨 언론의 주목도 또한 상당했다.

강남역 도로 한복판, 물 위로 떠 오른 승용차에 앉아있는 남성의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재난 상황인데도 의연해 보이는 태도에 ‘강남역 제네시스남’이라는 별명까지 생기며 SNS를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웃음을 유발하는 일종의 ‘밈’이 양산되는 동안 참극 또한 동시에 일어났다.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처럼 비는 아래로 흘러 시민들의 거주지까지 침범해 반지하에 거주하던 일가족 3명이 사망한 것이다. 사실 반지하는 오래전부터 문제 삼아졌다. 구조상 자연재해에 너무나 취약하고, 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쉽기 때문이다. 방이라고 할 수도 없을 터무니없는 공간을 원룸이랍시고 생산해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반지하 또한 뜯어 보면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런데 살아 보니 살아진다는 이유만으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회는 최소, 최저의 선을 적절하게 설정해 시민들로 하여금 ‘사람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최저임금제 등 많은 제도가 있으나 비극은 언제나 미처 고려하지 못한 사각지대에서 일어난다. 그러므로 더 촘촘한 복지가 마련돼야 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반지하 거주 공간을 대대적으로 검토하고 가능하다면 다른 거주 공간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폭우가 시사하는 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입 모아 이번 폭우가 기후변화의 산물이라 말한다. 봄, 가을은 점점 짧아지고 빙하가 녹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이제 이상기후는 서서히 일어나는 게 아니라 습격 수준으로 다가오고 있다. 가뭄, 태풍, 폭염이 한 나라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크지도 않은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에서 자연재해가 연속적으로,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에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사회와 기업은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고 업사이클링 사업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한 게 현실이다. 또한 개인에게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부담을 떠넘길 게 아니라 환경오염을 가장 적극적으로 야기하고 있는 기업을 단속해야 하지 않을까. 법적으로 과대포장, 이·삼중포장을 금지하고 생산이나 운송 과정에서 친환경적인 방안을 모색하도록 권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진리에 따르면, 결국에 모든 것은 개인의 작은 노력 하나하나가 모였을 때 이뤄진다. 개인 또한 나 몰라라 하지 않고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 이번 폭우 때도 수많은 의인이 수해를 막은 덕에 피해를 줄이고 빠르게 복구할 수 있었다. 시민들의 이러한 노력이 지속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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