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만의 폭우에 쑥대밭 된 수도권…오늘 300mm 더 퍼붓는다” 지난달 9일 중앙일보에 올라온 기사다. 8일부터 시작된 폭우에 휩쓸린 서울의 참담한 모습을 알리는 기사는 끊임없이 올라왔다. 서울, 그것도 부자들만 산다는 ‘반포자이’ 등이 침수된 모습은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침수된 강남 외제차의 피해액이 ‘660억 원’에 이른다는 통계도 등장했다.

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차량 침수로 골머리를 앓을 때, 반지하에 사는 장애인 가족 세 명은 물이 가득 찬 방을 탈출하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재난취약계층’은 재난 상황에서 보호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말한다. 고령자, 장애인, 유아, 임산부, 저소득층 등이 해당한다. 폭우로 인해 물에 잠기는 건 반포자이나 구룡마을이나 똑같지만 전자는 재난에 대처하고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후자는 전무하다는 차이가 있다. 물에 잠긴 승용차 위에 덤덤하게 걸터앉아 비가 그치길 기다리고 있는 ‘낭만 차주’. 현관문이 열리지 않아 토치로 방범창을 달구고 플라이어로 휘어잡아 반려견과 함께 그 사이를 통과해 탈출한 반지하 자취생. 이번 폭우는 영화 <기생충>을 그대로 재현했다.

정부의 대응은 어땠을까. 윤석열 대통령은 폭우가 처음으로 시작된 지난달 8일 밤 서초동 자택에 머물렀다. 야당 의원들은 “국가 재난 상황 앞에 재난의 총책임자이자 재난 관리자여야 할 대통령이 비와서 출근을 못 했다고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있는 곳이 곧 상황실”이라며 “피해가 발생하는데도 경호를 받으며 나가는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강남역 일대 및 침수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대책’을 발표했지만 공사는 현재까지 지연된 상태다. 재난은 예견된 일이었다.

폭우는 한 번으로 끝나는 재앙이 아니다. 앞으로도 재해는 계속될 것이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한 남성이 막힌 배수로를 맨손으로 뚫고 있다는 제보에 다들 그를 ‘강남역 슈퍼맨’이라 불렀다. 그러나 재해는 몇 명의 시민 영웅에게 해결을 맡겨서는 안 된다. 영웅이 나서기 전에 서울시는 배수로를 점검했어야 한다. 같은 피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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