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환경은 뒷전인가

전국 115개 시민환경단체는 지난 10일 ‘환경비상시국회의’를 출범시켰다. 이들은 현 상황을 ‘환경 비상 상황’으로 규정하고 1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최근 몇 달 사이 국토 균형발전과 경제회복을 명분으로 수도권 규제완화, 기업도시 특별법 제정 추진 등 개발정책을 잇달아 발표한 것이 비상시국 선언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 운동에는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환경정의 등 대표적인 환경단체가 모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앞 열린 마당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한 데 이어 22일에는 환경단체 책임자들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환경단체들 움직이다

지난 27일에는 광화문 열린 시민 마당에서 ‘노무현 정부의 반환경정책 규탄과 철회를 위한 환경비상시국 1만인 선언 및 전국환경인대회’를 열고 정부의 무책임한 개발중심 정책을 비난하며 정책 개선을 촉구했다.

환경비상시국회의는 “1만 환경인들은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노무현 정부는 경기침체를 명분으로 무분별한 개발정책을 추진했다”며 “삼보일배 등 환경인들이 끊임없이 노력했음에도 무책임한 정부로 인해 이 사회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환경단체의 이러한 움직임에 사실상 확실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기업도시특별법, 골프장 확대 정책, 각종 국책 사업 등은 경기 부양을 이유로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추진하는 범부처적 성격의 사안이라서 환경단체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여지가 적다.

한편, 청와대에 환경 담당 비서관을 신설해 대통령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기획운영실장을 함께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환경단체의 반응은 냉담하다.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통해 “노무현 정부는 건설 개발업에 편향된 건강하지 못한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할 때,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수도권에 무차별적인 건설과 개발을 앞세우고 있다. 이러한 노무현 정부의 대책 없는 일방적인 개발정책은 결국 환경비상상황을 초래하고 사회적 우려를 낳고 있다.

이미 세계 바닥 수준의 삶의 질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수도권 시민들과 불균형한 국토개발로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지역민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하는 노무현 정부는 신도시건설, 수도권 공장 총량제의 폐기, 토지규제완화 정책 등 수도권 난개발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경제가 불황에 빠지자 정부는 단시일 내에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각종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환경을 지키기 위해 다듬어온 각종 법과 제도가 무력화 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장입지 제한이나 수도권 규제 등은 국토의 마구잡이식 개발을 막기 위해 벌여온 환경운동의 성과인데도 정부가 쉽게 규제를 풀어버리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한 기업도시 특별법을 통해 기업이 도시개발을 주도하도록 허용할 경우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기업에 엄청난 개발 이익을 주는 특혜가 될 것이며, 골프장을 위주로 한 관광·레저 도시는 환경파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지나친 성장 위주의 정책과 반환경적인 정책은 결국 인간에게 끼치는 폐해를 가중시킬 것이다. 그러한 경제 성장은 환경 파괴뿐만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도 심화시켜 결국 인간에게 불행을 초래하는 것이다.

각 환경단체는 경제 지상주의에 빠져 환경의 가치를 외면하고 있는 대중들에게 의식의 변화와 참다운 가치를 일깨우는 데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현실에 바탕을 둔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지 못한 운동은 사실상 그 한계가 명백하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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