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에 대한 리뷰 SI:REVIEW

밖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 이런 여름에는 에어컨이 빵빵한 실내공간을 찾기 마련이다. 제주에서 더운 여름을 보내던 기자 또한 시원함을 느끼기 위해 아르떼뮤지엄으로 향했다. 

제주 아르떼뮤지엄은 제주 서쪽인 애월읍에 위치하는데, 도심과는 거리가 있어 차를 타고 방문하기를 권한다. 스피커 제조공장이었던 건물을 업사이클링해 지어진 아르떼뮤지엄은 천장이 10m 이상으로 엄청 높았고 표지판에서 공장 느낌이 났다. 입장표를 끊고 들어가던 중 갑자기 시야가 깜깜해졌다. 
 

▲ 노란 꽃과 나비 배경의 미디어아트
▲ 노란 꽃과 나비 배경의 미디어아트

바닥을 보고 벽을 손으로 짚으며 천천히 미디어아트가 진행되는 쪽으로 갔다. 우와. 생애 첫 미디어아트를 보고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작은 빔프로젝터 세상과는 차원이 다른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여기저기에 있었다. 호기심을 안고 관람모드로 돌입했다. 

처음에는 수많은 반딧불이가 눈앞에 있는 듯한 노란 빛의 향연을 봤다. 자세히 보니 노란 꽃과 나비가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었다. 또 다른 곳을 가기 위해 두리번거리던 중 사람들이 작품을 뚫고 벽에서 나오는 광경을 목격했다. 미디어아트 끄트머리에 감쪽같이 설치된 커튼으로 공간 이동을 했던 것이다. 

기자도 커튼에 다가가 순간이동처럼 다음 공간으로 넘어갔다. 커튼 너머에서는 하나의 주제에 따라 음악과 함께 엄선된 미디어아트를 볼 수 있었다. 이야기를 담은 미디어아트인 만큼 앉아서 관람에 집중하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어 순간을 간직하는 관람객도 보였다. 기자가 본 미디어아트의 주제는 ‘제주도의 사계절’이었다. 화면 속 제주도는 별 하나도 실제로 빛나는 듯 생생하게 표현돼 있어 실내에서도 자연을 눈에 담는 재미가 있었다.
 

▲ 파도 미디어아트와 함께 시원함을 느끼고 있다.
▲ 파도 미디어아트와 함께 시원함을 느끼고 있다.

다음으로 아르떼뮤지엄의 가장 유명한 전시라고 할 수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로 집채만 한 파도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화면 속에서 파도가 쉴 새 없이 치는 모습을 보자 기자도 모르게 멍을 때리게 됐다. 화면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잠시 파도와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기자는 부산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바다를 보며 커 왔지만 바다는 볼 때마다 새롭다고 느꼈다. 사람들이 줄지어 있는 곳에 다가가니 폭포수가 사방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폭포수의 화면은 한 개지만 그 주변이 거울로 비쳐 여기저기서 폭포를 볼 수 있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보며 다른 공간에서 접할 수 없던 서늘함이 느껴졌다. 실내에서 눈도 즐겁고 천제연 폭포를 맞은 듯한 시원함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 기자가 그린 코끼리가 정글을 지나고 있다.
▲ 기자가 그린 코끼리가 정글을 지나고 있다.

전시의 막바지에 다다르니 직접 동물을 그려 화면 속 아마존으로 보낼 수 있는 체험공간에서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삼삼오오 앉아 색칠하는 광경을 통해 동심을 엿볼 수 있었다. 기자 또한 자리를 잡고 코끼리에 색을 입히고 생명을 불어넣었다. 미디어아트는 모든 이가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전시라 더욱 인상 깊었다. 

미디어아트는 세상에 빛나는 것들이 참 많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지구를 둘러싼 태양과 달 뿐만 아니라 물에 햇빛이 비쳐 빛나는 현상인 윤슬, 수많은 조명이 도시를 아름답게 비추는 야경 등이 그렇다. 이 모든 건 빛이 있기에 눈에 담을 수 있다. 

지금까지 미술 관람은 하얀 캔버스 위에 칠을 해 전시한 것을 보는 행위라고 생각했지만 온 사방에 있는 그림을 몸으로 체험하는 것도 관람의 한 형태였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 아르떼뮤지엄에 한 번쯤 방문하길 추천한다.


최수빈 기자 csb@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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