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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람, 곽상인 교수는 우리대학에서 가족학과 인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인문학적 교양을 함양하고자 하는 대학생들에게 인간의 마음을 전하고자 두 교수는 가족, 마음, 인생을 주제로 『20대에 생각해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들』을 공동 집필했다. 독자들이 책을 읽고 가족 안의 ‘나’를 살펴보며 시야를 넓히길 바란다. -편집자주- 

 

인간의 생애는 사계절과 참 닮아있다.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나이가 들어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과정은 봄에 피어난 새싹이 겨울에 지는 것에 빗댈 수 있다. 『20대에 생각해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들』은 크게 5장으로 구성됐다. 각 장은 사계절을 기본 틀로 설정해 인간의 삶에 관해 살펴본다. 1장은 가족과 자기 이해에 대해 다루며 2~5장에서는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눠 신생아 때부터 노년기까지의 삶을 서술한다. 

인간은 태어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속한다. 가족은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단위라고 볼 수 있는데 가족이 사회를 변화시키기도 사회가 가족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가족은 그 안의 개인에게 자신의 세계관인 관점을 심어준다. 그렇게 ‘나’라는 사람을 정의 내리며 타인과 교류하고 가족을 형성할 때도 가족은 그 기준으로서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 속에서 인간은 성장하기에 가족은 중요하다. 가족의 개념은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 핵가족은 인류 역사상 가장 보편적인 가족 형태다. 그런데 새로운 가족의 모습이 나타나면서 가족은 이전보다 정의 내리기 어려워졌다. 이 대목에서 전통적인 가족관에 치우쳐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반려동물도 가족으로 생각하며 같이 생활하거나 조부모님과 같이 사는 모습을 떠올리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그려진다. 어찌 됐건 가족은 ‘나’를 구성하는 희로애락을 담은 그릇이며 인간 공동체를 형성하는 기본 단위로 그 중요성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것이다. 

2장 ‘인생의 봄’은 아이가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신경 써야 할 부분에 관해 서술한다. 인간에게 가족은 중요하다. 그러므로 가족 안에서 행하는 양육 방식이야말로 중요성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아기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애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태어난 아기는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애정이 필요하고 그만큼 부모의 비언어적 행동과 언어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좋은 양육이란 무엇일까? 저자가 묻는다. 

간단하지만 ‘아이와 있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육아를 직접 경험해보지 않아 최근 미디어에서 본 것을 토대로 생각해봤다. 모 육아 프로그램에서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이탈리아인 남편의 육아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남편은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면 애정 어린 말을 해주고 놀아줄 때도 힘든 기색 없이 최선을 다했다. 어떤 일에 도전할 때도 아이가 경계하는 기색을 보이면 선뜻 시범을 보이면서 경계심을 풀어줬다. 보통 어린아이들은 엄마와의 애착 관계가 더 클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인지 엄마 한 번 찾지 않고 아빠와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놀라웠다. 

진심 어린 애정과 관심으로 아이를 대하는데 좋은 유대관계가 형성되지 않을 리 없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가 자라서 새 가정을 꾸리게 될 때까지도 어릴 적부터 몸에 새겨진 행동과 사고가 영향을 미친다. 한 사람의 세계를 형성하고 그 세계가 사회를 형성하는 부분이 되므로 양육은 중요하다. 

제3~2장 ‘한여름의 성년전기’에서 저자는 청년들이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사랑의 정의에 대해 묻는다. 다음은 한 학생에게 투고 받은 글이다. ‘강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남자가 걷고 있고 오른쪽엔 여자가 걷고 있어요. 그 둘은 각자의 방식으로 강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서로 반대편에서 시선을 주고받습니다. (중략)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할수록 그 강물의 폭은 좁혀집니다.’ 강이라는 건 살아온 환경이 다른 만큼 남자와 여자 사이에 생긴 경계처럼 느껴진다. 각자의 방식이라는 것도 서로가 ‘다르다’라는 것에 초점을 둔 말 같다. 두 사람 사이 강물의 폭이 0이 될 수 있을까? 가족이라도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하기란 어려우니 다소 힘들 것이다.

사랑은 파란색과 노란색을 섞었을 때 초록색이 나오는 것처럼 융합되는 게 아니라 주어진 공간을 서로가 나눠 갖는 것에 가깝다. 서로가 배려하면서 나눠 갖는 공간은 매번 달라질 수도 있다. 비물질적인 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건 쉽지 않지만 우선 기자가 내린 정의는 그렇다. 

왜 이 책의 제목은 20대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일까? 책 흐름대로라면 각 나이대에 맞게 생각해야 할 부분도 존재한다. 20대에게 아이 양육이나 중년기 및 노년기는 머나먼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도록 만든다. 그러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정의 내리도록 유도한다. 훗날 부모가 됐을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아이를 대할 것인지 죽음과 가까워지는 순간에 어떤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지 같은 다양한 생각의 불씨를 피워낸다. 이 책은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지 못하는 점을 일깨워 준다. 저자의 숨겨진 의도야말로 이런 것이 아닐까. 


이유진 기자 uzzin081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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