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 기준 지난달 5일 오전 8시 8분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가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됐다. 발사 후 약 40분이 지난 오전 8시 48분경 다누리호는 분리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다누리호가 정상적으로 달 궤도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앞으로 약 4개월간의 여정이 남아있다.
 

▲ 한국 시간 기준 지난달 5일 오전 8시 8분 우리나라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호가 발사됐다. / 제공: Space-X 사
▲ 한국 시간 기준 지난달 5일 오전 8시 8분 우리나라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호가 발사됐다. / 제공: Space-X 사

38만km의 여정, 다누리호

다누리호는 달 궤도선으로, 달 표면에서 100km 떨어진 고도에서 공전하며 달 표면에 관한 과학적 탐사를 수행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달탐사사업단 김은혁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 지구 표면에서부터 700km를 보낸 아리랑 위성과 약 3만 6천km를 보낸 천리안 위성 등을 개발했다”며 “그러나 달은 약 38만km 떨어져 있어 다누리호를 달까지 보내기 위해선 새로운 기술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궤도선을 달 중력장에 포획시켜 임무를 수행하게 하는 기술과 지구로부터 최대 약 150만km까지 교신할 수 있게 하는 통신 기술이 개발됐다. 김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하는 기술이다 보니 어려웠다”며 “달에 가는 방법, 중력장 포획 기술, 운영 기술, 통신 기술, 위성 제어 기술, 관측을 위한 탑재차 모두 새로 개발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21일 첫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누리호와 다누리호, 이름은 비슷하지만 둘은 전혀 다른 임무를 수행한다. 누리호는 발사체로 그 안에 탐사선과 궤도선을 집어넣을 수 있는 빈 곳이 있다. 다누리호는 바로 그 공간에 실리는 달 궤도선이다. 발사체는 안에 있는 탐사선과 궤도선을 우주로 쏘아 올리면 임무가 종료되고, 탐사선과 궤도선은 우주로 쏘아 올려진 후부터 비로소 임무가 시작된다.

새로운 우주 기술 시험을 위한 도약

다누리호는 달에 도착하기까지 긴 여정을 거쳐야 한다. 달에 가는 방법은 크게 △직접천이 △3.5 전이궤도 △탄도형 달 전이궤도(BLT/WSB)가 있다. 나사(NASA)의 아폴로 프로그램에서 사용한 직접천이와 인도우주연구기구의 찬드라얀 프로그램에서 사용한 전이궤도는 모두 짧은 시일 내에 달에 도착할 수 있지만 연료 소모량이 많다. 궤도선 달 중력장에 포획되기 위해 역분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BLT/WSB 방식은 지구와 태양 간 L1 라그랑주점*까지 비행했다 돌아옴으로써 연료 소모량을 최소로 줄일 수 있다. 달을 지나칠 때 속도가 느릴수록 역분사를 하는 데 드는 연료도 줄어든다. BLT/WSB 궤도를 사용하면 달 중력장에 포획될 때 속도 증분이 약 25%까지 감소해 연료가 절약된다. 다누리호가 달 궤도에 더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다누리호는 이번해 말 달에 도착해 임무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은혁 책임연구원은 “다음 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임무 기간은 유동적으로 조정된다”고 전했다. 다누리호의 주요 임무는 달 표면 사진 찍기다. 다누리호에는 항우연을 비롯한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개발한 탑재체 5기와 나사의 탑재체 1기가 탑재된다. 

우리나라는 △광시야 편광 카메라 △달 자기장 측정기 △감마선 분광기 △고해상도 카메라 △우주인터넷 시험 장비를 개발했다. 광시야 편광 카메라는 달 표면 입자 및 우주선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달 표면 편광영상을 촬영한다. 달 자기장 측정기는 달의 생성 원인과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달 주변 자기장 세기를 측정하며, 감마선 분광기는 달 표면 자원탐사를 위해 표면을 이루는 원소의 성분과 분포 양상을 분석한다. 

김 책임연구원은 “이번 발사는 달에서도 우주인터넷 통신이 이뤄지는지 확인하는 등 달에 가기 위해 처음 만들어진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다누리호 다음은 달 착륙선”이라며 “2031년에서 2032년 사이로 계획돼 있다”고 말했다. 

▲ 다누리호가 달에 도착해서 임무를 수행하는 상상도 /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 다누리호가 달에 도착해서 임무를 수행하는 상상도 /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다누리호 발사 과정

다누리호는 발사 후 타원궤도인 전이궤도에 들어간 뒤 다누리호를 태우고 있던 발사체와 분리된다. 이어 태양전지판이 태양을 바라보도록 한 뒤 태양전지판의 완전 전개가 자동으로 수행된다. 전이궤도에서 표류궤도로 진입하기 위해 액체원지점엔진 분사에 의한 궤도 상승 과정을 밟는다. 위성이 자세를 잡게 되면 총 5번의 엔진 분사를 통해 타원궤도에서 원궤도인 표류궤도로 상승한다. 그다음 위성에 장착된 별 센서와 궤도정보를 이용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지구지향 자세를 획득해 최종적으로 임무 자세를 잡는다.

지구를 벗어나 더 멀리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위성은 1992년에 발사됐다. 최초의 다목적 실용 인공위성 아리랑 1호는 1999년에 발사됐다. 그러나 둘 다 지구를 관측하는 것에 그쳤다. 김은혁 책임연구원은 “지구를 벗어난 우주 탐사는 그 자체로 엄청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발사로 더 먼 우주에서 사용할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누리호에 이어 다누리호까지 발사되며 우리나라 항공 우주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김 책임연구원은 “우주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항공 우주와 관련된 학과를 전공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우주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는 것이 이유다. 그는 “심지어 문학을 해도 우주에 관한 관심을 꾸준히 키워나가면 목표를 이룰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김 책임연구원은 “우주 탐사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답했다. 항공 우주 연구와 개발은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 이상이 걸린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1996년에 프로젝트 계획을 시작해 지난해 12월 발사됐다. 장장 25년이 걸린 것이다. 또한 “연구자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감내할 수 있는 능력과 도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며 “국민은 혹시나 연구가 실패하더라도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끝맺었다.


* L1 라그랑주점: 라그랑주점은 두 개 이상의 천체에서 받는 인력이 상쇄되는 위치로, L1 라그랑주점은 지구와 태양 사이에 있는 점이다. 지구로부터 약 150만km 떨어져 있다.

이주현 기자 xuhyxxn@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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